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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풀 / 박흥순 비개인 뒷산에 올랐더니풀 섶에 강아지풀들이 보송보송 하얀 솜털이 간지럽게 보인다.한 놈 꺾어 손바닥에 올렸더니성문, 재석, 종복, 성두, 까르르 웃어대는 까까머리들이 구르고치렁치렁 긴 머리의 화련이도 구른다저, 멀리 있는 줄만 알았던 어린날의 풀벌레소리가 밀려오기 시작한다뻐꾹뻐꾹 뻐꾸기까지 노래를 불러준다 그, 아이들그 파랗게 웃어대든 솜털의 아이들어디에서, 지금도 파란웃음을 웃고 있을까파도가 밀려오던 그 바닷가에서물총새 달리는 흉내 내며 깔깔대던그런 웃음 생각이나 하고 있을까그런 웃음 쏟아내고 있을까 나는 지금 너무 멀리 와버린 산속에 혼자 있는데 2024. 5. 30.
신안양파 / 박흥순 그녀가 입고 있는 붉은 원피스를 천천히 벗겨 내린다. 투명한 속옷으로 감싸인그녀 몸매는둥글고윤기 절절 흐르는데탱탱한피부감촉 느끼며그녀를 천천히 벗기기 시작한다. 한 겹, 두 겹...... 칼바람 속 지나온그녀 몸과 마음 어루만지며천천히 벗겨가는 손길부끄러움인지  슬픔인지    아픔인지눈에서는 찔끔찔끔 눈물이 나고맵다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눈물 흘리며그녀 유혹에 빠져드는 것은톡 쏘는 성질 뒤에 감추고 있는그녀 푸른 비밀을 내가 알기 때문이다. 2024. 5. 30.
3월의 강변 / 박흥순 강변에서웃음을 터트리려는 버드나무 눈망울들을 보았다. 얼어붙은 강물의 긴 신음소리 들으며온몸을 후려갈기던 칼바람 맞으며눈보라에 눈을 들지 못하며 그, 긴 긴 겨울을 보내고 부챗살처럼 펼쳐진 햇살을 받으며기쁨의 울음을 터트리려는연두 빛 눈망울눈망울들 저, 터지려는 눈망울들 바라보며아직도 끝나지 않은나의 긴 겨울을 생각해보며버드나무 우듬지를 향해 눈길을 돌린다. 거기, 휘청 이는 버드나무가지에 앉아봄 햇살을 쪼아보던 한 마리 새가푸른 하늘 저편으로 날아간다. 2024. 5. 30.
사랑은 끝이 없다네 / 박노해 사랑은 끝이 없다네 / 박노해​​사랑에 끝이 있다면어떻게 그 많은 시간이 흘러서도그대가 내 마음속을 걸어다니겠는가사랑에 끝이 있다면어떻게 그 많은 강을 건너서도그대가 내 가슴에 등불로 환하겠는가사랑에 끝이 있다면어떻게 그대 이름만 떠올라도푸드득, 한 순간에 날아오르겠는가​그 겨울 새벽길에하얗게 쓰러진 나를 어루만지던너의 눈물 너의 기도 너의 입맞춤눈보라 얼음산을 함께 떨며 넘었던뜨거운 그 숨결이 이렇게도 생생한데어떻게 사랑에 끝이 있겠는가​별로 타오른 우리의 사랑을이제 너는 잊었다 해도이제 너는 지워버렸다 해도내 가슴에 그대로 피어나는눈부신 그 얼굴 그 눈물의 너까지는어찌 지금의 네 것이겠는가​그 많은 세월이 흘러서도가만히 눈감으면 상처난 내 가슴은 금세 따뜻해지고지친 내 안에선 세상을 다 얻은 듯한해맑.. 2024. 5.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