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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트렁크에는 무엇이 들어있나71

애비 애비 / 박흥순 첫서리 내리면 감잎 떨어져 뒹구는 허허로운 그 자리 아들 두 놈 붙잡아 늙은 감나무 아래 세워두고 노을 등에 업은 애비, 휘어진 감나무에 올라 손안에 가득 찬 감꼭지 뒤틀 때면 감나무 아래 아들들도 몸이 뒤틀렸지요. 연초록 이파리, 뙤약볕, 비바람, 찬 서리 맞이하고 .. 2015. 5. 13.
꽃잎이 바르르 떤다 꽃잎이 바르르 떤다 / 박흥순 입춘 날, 남성시장 푸른 안경집 앞 개업식 축하 화환이 즐비하다 축 발전 파란리본 걸고 있는 진분홍 서양 난 화분을 보니 색상이 너무도 화려하고 선명하다 저 정도면 나비도 날아 올 기막힌 솜씨다 자신 있게 꽃잎을 살짝 만져 보니 감촉이, 살살 보드랍다 .. 2015. 5. 6.
고양이 눈빛 고양이 눈빛 / 박흥순 어둠속 쓰레기통 뒤지던 고양이 한 마리 내 발자국소리에 놀라 공처럼 솟구치더니 건너편 담장에 앉아 나를 쏘아본다. 푸르스름한 두 줄기 눈빛 그래, 이 잘난 짐승아 너도 지금껏 쓰레기통 뒤지다 오면서 남 밥 먹는 것 까지 방해하고도 부끄러워 할 줄도 모르냐 싸.. 2015. 5. 3.
3月 / 박흥순 3月 / 박흥순 강변에서 웃음을 터트리려는 버드나무 눈망울들을 보았다. 얼어붙은 강물의 긴 신음소리 들으며 온몸을 후려갈기던 칼바람 맞으며 눈보라에 눈을 들지 못하며 그, 긴 긴 겨울을 보내고 부챗살처럼 펼쳐진 햇살을 받으며 기쁨의 울음을 터트리려는 연두 빛 눈망울 눈망울들 .. 2015. 3.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