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것이 잿빛 공기만 취하는 것이 아니어서, 바람처럼 구름처럼, 동에서 서로 불다, 흐르다, 갈대옆구리에 부딪치고 잔풀위에 앉아 쉬기도 하면서, 아니 가랑비에 숨죽이며 촉촉이 젖기도 하면서 그렇게 엎어지고 자빠지고 고들빼기처럼 고들고들 산다는 것 일진데,
왜!
이리도 가슴속에 살얼음이 얼고 뼈 속까지 시린지 진눈깨비덕인 것인지 아니면, 내 영토 끝자락 마라도 귀퉁이에 파도가 부서지는 것인지 내 함경도 옆구리가 부스럼이 난 것인지... 모래벌판에 하늘의 별만 총총히 그리며 걸어왔는데 어젯밤 내린 지랄 맞을 싸락눈, 아니 진눈깨비를 보더니 새삼 엊그제 그 진눈깨비, 산 넘어, 모래 글피 달음박질 때의 진눈깨비까지 가슴속이 진눈깨비로 쌓여가 가슴속 숨죽이던 가시들이 꿈틀거리고 아우성이다.
'장다리꽃'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제, 그리고 내일 (0) | 2020.09.12 |
---|---|
명지바람 부는 곳, 거기는 어디 (0) | 2020.09.12 |
장대 빗속의 소녀 (0) | 2020.09.11 |
어젯밤 꿈, 그리고 또 다른 세상 (0) | 2020.09.11 |
맹감 (0) | 2020.09.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