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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다리꽃

장대 빗속의 소녀

by 바닷가소나무 2020. 9. 11.

내 열일곱의 여름 장마철이었지

리어카에 짐을 가득 실고

구로동 소방서 앞 비탈길을

내리 달리던

짐꾼일 때,

 

버스정류장 앞이었어.

 

흠뻑 젖은 쥐새끼 꼴이 되어

뒤집힌 리어카 밑에서 기어 나와

비 쏟아지는 허공을 망연히 바라보며

눈물 흘리며 서있던 나에게

 

너는 말없이 다가와

우산을 받혀주며

처연한 눈빛으로 비를 맞았지

 

그 아이

 

부러웠던 책가방의

그 소녀가

가슴 아리게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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