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열일곱의 여름 장마철이었지
리어카에 짐을 가득 실고
구로동 소방서 앞 비탈길을
내리 달리던
짐꾼일 때,
버스정류장 앞이었어.
흠뻑 젖은 쥐새끼 꼴이 되어
뒤집힌 리어카 밑에서 기어 나와
비 쏟아지는 허공을 망연히 바라보며
눈물 흘리며 서있던 나에게
너는 말없이 다가와
우산을 받혀주며
처연한 눈빛으로 비를 맞았지
그 아이
부러웠던 책가방의
그 소녀가
가슴 아리게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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