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요산 간다
40여 년 전 봄 소요산을 갔었다.
그 사람과 함께 산행하기 전 혼자 산행코스를 미리 다녀왔다.
산행 중 힘든 코스를 지난 어느 지점 소나무 밑 돌 아래 분홍메모지를 숨겨 두었다.
지금, 그 메모지 내용은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지만,
“산을 오름은 땀을 흘리고, 힘든 것이나, 산 정상에 오름은 이렇게 시원하고 멀리 볼 수 있어 가슴이 확 트이는 것입니다. 나와 함께 한다면 오늘 산 오르듯이 앞으로 당신의 좋은 길잡이가 되겠습니다.”
소요산 진달래꽃피어 / 박 흥 순
그때, 등산객으로 꽃핀 소요산 정상
너는 날보고 진달래꽃 아래 돌덩이를 들춰 보라고 하였지
난, 산 아래로 날아가는 장끼 한 마리를 바라보면서
진달래꽃 아래 돌덩이를 들추어본 것뿐인데
산 정상이 웅성거렸어
돌덩이아래 분홍 학 한 마리가 날 기다리고 있었지
내손바닥에서 학이 날개를 퍼덕이는 순간
산 정상이 다시 한 번 웅성웅성 거렸어
학이 내 손에서 날개를 펴는데
내 얼굴도 진달래꽃처럼 붉게 물들어가기 시작했었지
흘러가버린 세월,
안개 낀 강변에서 말 타고 달리는 사람도 보았고
풀벌레소리 오색물방울 비비는 소리로 듣고도 싶어 했던 십 수 년
떠오르는 먼 소요산정상
그 진달래꽃 아슴프레 하기만한 지금
난 아직도 빈손,
오늘도 진달래꽃 붉기만 하여
봄 처녀 얼굴처럼 붉기만 하여
그, 진달래꽃핀 푸른 하늘에
웬, 솔개 한 마리 외롭게 하늘을 맴돌고 있다
이 詩는 그 때를 생각하며 쓴 작품이며, 시인으로 등단한 작품 중 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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