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말로 벨 일이여 / 박 경 희
경희 아배는 왜 한 번도 안 온다냐. 여즉 논에서 일하는 겨? 오째 이리 얼굴 보기가 하늘에 별 따기여. 하늘 깊어진 것 보니께 벼 벨 때가 된 것 같기는 헌디, 암만 그려도 그렇지 엄니 얼굴 잊어 부리믄 안되지. 참말로 벨 일이여.
아무 말도 못 하고 빛바랜 요양원 그늘만 만지작거렸다 치매 걸린 할매가 정신 한 번씩 돌아올 때마다 아부지를 찾는데 울안에 벼락 맞아 쓰러진 향나무가 저승 간 지 오래라고 차마 말도 못하고 그저 틀니 빠진 주름진 입안에 사탕 하나 넣을 뿐이다
'느낌이 있는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금이 너에게 / 허순행 (0) | 2019.01.10 |
---|---|
이름 바꾸기 / 나카노르 파라 (0) | 2018.09.28 |
[스크랩] [이승하]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 드리며 (0) | 2015.09.18 |
샤를르 보들레르 /신청옹 외 (0) | 2015.09.04 |
암호 / 이승훈 (0) | 2015.08.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