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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이 있는 시

소금이 너에게 / 허순행

by 바닷가소나무 2019. 1. 10.

욕망에 관한


허순행

 

햇살이 기울고 상수리나무가 툭툭 제 살을 던져 적막을 깨는 집으로 갔을 때 등에 지고 온 생애가 고통을 호소했다 바다를 떠나 산으로 오르는 동안 몸을 지탱했던 두 발이 벌겋게 부어올라 화를 냈다 두고 온 바다가 푸른 약속을 기억해내고는 울먹거렸다 수시로 마음을 만지고 갔던 바람이 머리카락을 잡고 흔들었다 부어오른 몸이 벼랑 끝에 선 욕망에 대해 거듭 질문을 했다

 

제 몫을 다하는 동안

돌보지 않았던 기침소리가 오랫동안 등뼈를 흔들고 가는데

 

버리지 못한 마음이 또 앞장을 선다

   

 

 

소금이 너에게


허순행

 

4월 어느 날, 누군가 나를 가두고 사랑하겠다 했니라 봄이 막 분탕질을 끝냈을 무렵이었니라 해안에서 놀던 나를 끌어올려 작은 집에 가두었을 때, 그게 사랑이려니 했니라 처음에는 물방개며 달빛이며 별들이 와서 놀아 주어 그런대로 참을 만 했니라 바람과 햇살이 몸을 쓰다듬는 동안에도 떠나온 바다가 먼 발치에서 노래를 들려주었니라

사랑하겠다는 말은 잉걸불처럼 뜨거워서 내 몸은 바삭바삭 말라갔니라 밤도 검은 옷을 껴입은 채 부지런히 오겠다 했으나 바슬바슬 부서지기 시작한 몸을 식혀줄 수는 없었니라 승냥이 떼가 몸을 휘젓고 햇살이 뼛속을 송곳으로 찌르고 주리를 틀 듯 사지가 비틀리는 동안 나는 빌고 빌었니라 하늘이며 바람이며 날아가는 갈매기에게도 목숨을 부탁했더니라 마음에 날이 서고 더 많은 모서리가 생기자 나는 아예 눈을 감았더니라

그러던 어느 날, 햇살이 몸속 깊이 들어와 제 그림자를 드리웠을 때 내가 하얀 사리로 변해 있더니라 그제서야 내가 내 몸을 눈물겹게 우러러 보았니라

 

느티나무가 제 나이를 내려놓고 바람이 서너 번 더 골짜기를 내려온다 했으나 나는 눈보다 더 하얀 몸으로 당신에게 간다고 했더니라 그대의 등에 업혀 그대의 목숨 속으로 먼 길을 떠났더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