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 드리며
이승하
작은 발을 지고 발톱을 깎아 드린다
일흔 다서 해 전에 불었던 된바람은
내 어머니의 첫 울음 소리 기억하리라
이웃집에서도 들었다는 뜨거운 울음소리
이 발로 아장아장
걸음마를 한 적이 있었단 말인가
이 발로 폴짞폴짝
고무줄 놀이를 한 적이 있었단 말인가
뼈마디를 덮은 살가죽
쪼글쪼글한 가뭄못자리 같다
굳은 살이 덮인 발바닥
딱딱하기가 거북이 등 같다
발톱 깎을 힘이 없는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 드린다
가만히 계세요 어머니
잘못하면 다쳐요
어느 날 부터 말을 잃어버린 어머니
고개를 끄덕이다 내 머리카락을 만진다
나 역시 말을 잃고 가만히 있으니
한쪽 팔로 내 머리를 감싸 안는다
맞닿은 창문이
온 몸 흔들며 몸부림치는 날
어머니에게 안기어
일흔 다섯 해 동안의 된바람 소리 듣는다
출처 : 이렇게 내 삶을 노래한다
글쓴이 : 연두씨 원글보기
메모 :
'느낌이 있는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름 바꾸기 / 나카노르 파라 (0) | 2018.09.28 |
---|---|
참말로 벨 일이여 / 박경희 (0) | 2016.01.27 |
샤를르 보들레르 /신청옹 외 (0) | 2015.09.04 |
암호 / 이승훈 (0) | 2015.08.30 |
바람은 모두를 흔들리게 한다 / 이 섬 (0) | 2015.08.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