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24일
자애는 물질적인 조력에 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남에게 대한 정신적인지지 속에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정신적인 지지란 ㅡ 무엇보다도 남을 비방하지 않는 것, 그리고 그의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존경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1
아무리 참을 수 없고 사악한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동정을 하라.
두어 걸음 떨어져 있는 곳에는 배부르고 사치스러운 옷을 입은 사람들이 걷고 있는데, 오막살이에서 불행한 가난과 싸우고 있는 것은 얼마나 곤란한 일인가를 생각해 보라.
2
자기가 쓰고 남은 물건을 남에게 줄때는 물론 가난한 사람들에게 자기의 필요한 것을 줄때라도, 그대 자신을 자비로운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말라.
참된 사랑은 그 이상으로 그대가 그대 마음속의 장소를 남에게 주기를 요구하는 것이다.
3
참으로 자비심이 깊은 사람은 악담과 비방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4
증거도 없는데 이웃사람들의 악을 믿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결코 다른 사람에게 벗의 악을 알려서는 안 된다. <페 엔>
5
다른 사람의 죄를 감추라. 신은 두 사람을 모두 용서하여 주시리라. <속 담>
6
올 바르라. 노여움에지지 말라. 요구하는 자에게 주라. 그는 조그만 것 밖에는 그대에게 구걸하고 있지 않는 것이 아닌가.
이 세 가지 길을 걸음으로써 그대는 성스러운 것에 가까워지리라. <불 타>
7
자애와 친절에 의하여 그대는 그대의 적의 무기를 해제할 수가 있다. 장작이 적어짐에 따라서 불은 꺼져가는 것이다. 자비와 친절은 폭력을 멸망 하게 한다. <인도의 성전>
*
자기가 범한 죄에 대한 부끄러운 기억을 어둠 컴컴한 그 어떤 구석진 곳에 숨겨 버리려 애쓰지 말라.
그 반대로 그대가 남과 대립할 때마다 언제나 그 기억을 선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여 두라.
◆ 미리에르 승정
1815년 살 후란소와 비안베리 미리에르씨는 데이뉴의 승정 이었다.
어느 날, 승정의 집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있었다.
『들어오십시오.』
하고 승정은 말했다.
문은 획하고 크게 열렸다. 누가 힘을 주고 밀었던 모양이다.
한 남자가 들어왔다. 한발 앞으로 걸어 와서 등 뒤에 문을 열어 논 채 섞다. 등에는 배낭을 걸머지고 손에 단장을 들고 누에는 거센 대담한 그리고 피곤한 듯한 빛이 어려 있었다. 난로불이 그의 모습을 비추고 있었다.
승정은 고요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들어온 사나이에게 왜 왔느냐고 묻고 져 입을 열었을 때, 사나이는 두 손을 단장 위에 모으고 승정을 바라보며 말했다.
『들으십시오. 저는 잔 바르쟌이라고 합니다. 저는 징역살이를 한 사람입니다. 저는 십 수 연간 형무소에서 지냈습니다. 저는 나흘 전에 석방되어서 뽄따루리에로 가려고 쓰론으로부터 나흘 동안 걸어 왔습니다. 오늘은 백이십리나 걸어서 저녁에 여기와 닿고, 여관에 들고 져 했으나 내 쫓기었지요. 노란 여행원을 갖고 있기 때문에 다른 여관으로 가 보았으나 역시 재워주지 않는 군요. 아무도 저를 받아주지 않는 군요. 형무소에 가도, 문지기가 문을 안 열어주고 개장에 들어가 보았으나 개도 인간과 같이 제게 물고 덤벼서 저를 내 쫒는군요. 제가 누구인가를 아마 개도 아는 모양이지요. 저는 들에 나가서 별 아래 노숙을 하려고 했으나, 별조차 보이지 않고, 게다가 비가 올 것 같더군요. 비가 안 오도록 해 주실 하느님도 안계시구나 하고 생각했지요. 그리고 저는 어느 집 추녀 밑이나 의지해 보려고 다시 거리로 들어왔지요. 그래 저 광장의 돌 위에서 자려고 했었지요. 그랬더니 어느 친절한 부인이 당신 집을 가리키며 저기 가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온 것입니다. 여기는 도대체 무엇 하는 곳입니까? 여기가 여관입니까. 제게는 돈이 있지요. 십구 년간 형무소에서 모은 백구 프랑 십오루불입니다. 돈은 꼭 내겠습니다. 돈은 있은; 저는 피곤합니다. 배도 대단히 고픕니다. 저를 묵어가게 해 주시렵니까?』
『마구로알, 한 사람의 식기를 더 가져 오시오』
하고 승정은 말했다.
사나이는 세 걸음 앞으로 와서 식탁위에 놓였던 램프 곁으로 닥아 섰다. 그리고 알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좋습니까, 저는 징역살이 하던 사람입니다. 형무소에서 갓 나왔습니다.』
그는 포켓에서 크고 노란 종이를 꺼내 펼쳐 보였다.
『이것이 제 여행증입니다. 보시다시피 노란 색이지요. 이것 때문에 저는 어디 가든지 내 쫒기는 것이랍니다. 읽어 보지 않으시렵니까. 저라도 읽을 줄은 안답니다. 형무소에서 배웠지요. 지원자를 위해서 학교가 있었으니까요. 좋습니까, 여행권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쟌 바루쟌 석방죄수, 출생지…….) 이것은 아무래도 좋고(십 구년간 복연한 자임, 가택파괴 절도죄로 5년, 네 번 탈옥을 기도했음으로 십 사년, 대단히 위험한 인물임) 이와 같습니다.
이래서 아무도 저를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합니다. 그런데 당신은 저를 묵어가게 해 주시렵니까. 여기가 여관입니까. 먹 것과 잠자리를 제게 주시겠단 말씀입니까, 댁에는 마구간이라도 있나요.』
『마구로알, 침대에 흰 홑이불을 까시오.』
하고 승정은 말했다.
마구로알은 그 명령을 이행하고자 방을 나갔다.
승정은 사나이를 향해서 말했다.
『자, 여보시오, 앉으십시오. 그리고 불을 쪼이십시오. 곧 식사를 하겠습니다. 그리고 식사 하시는 동안에 잠자리도 준비될 것입니다.』
그때서야 사나이는 똑똑히 깨달았던 것이다.
그때까지 우울하고 굳어진 표정을 하고 있던 얼굴에 의혹과 기쁨과 기가 막힌 듯한 빛이 떠 올랐다. 그리고 미친 사람처럼 무엇인지 중얼대기 시작했다.
『참 말입니까! 저를 재워 주신다? 내쫒지 않으신다? 징역살이한 저를? 그리고 나를 (여보시오)하고 불러주신다. (이봐)하시지 않고 저는 항산 개자식 꺼져버려라 하는 말만 받아 왔으며, 당신도 저를 쫒아버리시라고 믿었는데도, 그래서 저는 곧, 제 신분을 밝혔던 것이랍니다. 그런데 식사를 한다. 잠자리 세상 사람들과 다름없는 이불과 시츠가 있는 잠자리 얼마나 훌륭한 분이냐! 주인어른 존함이나 들려주십시오. 저는 돈은 얼마든지 내겠습니다. 당신은 좋은 분입니다. 당신은 여관집 주인이시죠. 그렇지 않습니까』
『나는 목사입니다.』
하고 승정은 말했다.
『목사! 아! 당신은 이 큰 교회의 목사님이십니까. 참 그렇다. 저는 몰랐습니다. 당신의 둥근 모자가 눈에 안 뛰었군요.』
하고 말하면서 사나이는 배낭과 단장을 곁에 놓고 여행증을 포켓에 넣고서 앉았다.
그 동안 승정은 일어나서 열린 채 있는 문을 닫았다.
마구로알은 돌아 왔다. 그는 일인분의 식기를 갔다가 식탁 위에 놓았다.
『마구로알』하며 승정은 『그 식기를 될 수 있는 대로 난로 곁으로 놓으시오.』 말하고 손님을 돌아보며 말했다.
『앰포스의 밤바람은 무척 찹니다. 당신은 아마 추우시지요.』
승정이 그(당신)이란 말을 순하고 무게 있는 목소리로 점잖게 말 할 적마다 사나이의 얼굴은 빛났다. 징역인 에 대해서(당신)이라고 부르는 것은 목마른 자에게 물 한 모금을 주는 거와 같다. 천대 받는 사람은 타인의 존경에 굶주리고 있는 것이다.
『이 램프는 밝지 않은데』
하고 승정은 말했다.
마구로알은 그 뜻을 이해했다. 그리고 승정의 침실 난로위에 두 개의 은으로 된 촉대를 가져다가 불을 밝혀서 식탁에 놓았다. 마구로알은 승정이 손님이 있을 때는 거기다 붕을 켜두는 것을 좋아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당신은 좋은 분입니다.』
사나이는 말했다.
『저를 없인 여기시지를 않으신다. 저를 집에 들어오게 두신다. 제가 어디서 왔으며 제가 어떠한 인간인가를 숨기지 않았는데』
승정은 가만히 그의 손을 잡고 말했다.
『당신은 당신이 누구인가를 나에게 말씀 안하셔도 좋았습니다. 여기는 내 집이 아니라 예수님의 집입니다. 이 집의 문은 들어오시는 분에게 그 이름은 묻지는 않습니다. 다만 마음에 슬픔이 있나 없나를 묻습니다. 당신이 괴롭고 배고프고 목이 마르고 있으면 당신은 환영 받습니다. 내가 당신을 나의 집으로 맞아 들였다고 말씀하시면 안 됩니다. 누구나 안식처를 필요로 하는 사람 외에는 여기 주인이 아닙니다. 여기 있는 모든 것은 당신의 것입니다. 무엇 때문에 제가 당신 이름을 물을 필요가 있겠습니까, 그리고 또 당신이 말하기를 전부터 나는 당신의 또 하나의 이름을 알고 있습니다.』
사나이는 놀라운 듯이 눈을 크게 떴다.
『참말입니까. 당신은 저에 이름이 무엇이었는지 아시고 계셨습니까?』
『그렇습니다. 당신의 이름은 나의 형제라는 것이지요.』
하고 승정은 대답했다.
사나이는 말했다.
『저는 여기 들어 올 때, 대단히 배가 고팠습니다. 그러나 당신께서 너무 친절하신데 놀라서 배고픈 것도 잊어버렸습니다.』
승정은 그를 쳐다보며 물었다.
『당신은 퍽 고생하셨지요.』
『아, 붉은 옷, 다리에 동여매진 쇠사슬, 딱딱한 침대, 추위, 더위, 노역, 매질, 아무것도 아닌 ㅇ일에도 두 겹의 쇠사슬로 묶여 집니다. 조금 잘못해도 곧 감금이지요. 앓아누운 병자에게 까지도 쇠사슬을 매어 둡니다. 개가 차라리 낫지요. 그것이 십 구년간 계속 되었답니다. 저는 지금 마흔 여섯 살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또 노란 여행권이랍니다.』
『흠, 당신은 그 설움 받은 장소에서 나오셨습니다. 그러나 들으십시오. 백 사람들의 옳은 사람의 흰옷에 대해서보다도 회개한 한 사람의 죄인의 눈물에 젖은 얼굴에 대해서 하나님은 더 기뻐하실 것입니다. 만일 당신이 그 끔찍한 곳에서 인간에 대한 증오와 분노만을 품고 나오셨다면 당신은 가련한 인간입니다. 그러나 만약에 착한 마음과 온화한 생각을 갖고 나오셨다면 당신은 우리들 중의 누구보다도 훌륭한 분입니다.』
그동안에 마구로알은 식사 준비를 마쳤다.
승정의 얼굴에는 갑자기 사람을 환대하는 성질 특유의 쾌활한 표정이 떠올랐다.
『자, 이리 다가 앉으시지요.』
하고 승정은 말하고서 늘 하듯이 기도를 드리고 나서 스프를 따랐다. 사나이는 허기진 듯 먹기 시작했다.
돌연 승정은 말했다.
『무엇인지 식탁에 부족한 것 같은데』
사실상 마구로알은 거기 필요한 세 사람분의 식기를 준비했을 뿐이다. 그러나 승정이 누구와 회식을 할 때는, 식탁위에 여섯 벌의 은 식기를 모조리 놓아두는 것이 이집의 관습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마구로알은 승정의 주의를 이해하고 말없이 방을 나갔다. 그리고 곧 승정이 말한 여분의 세벌의 식기는 식탁위에 가지런히 놓여서 빛났다.
식사가 끝나자, 승정은 탁자위의 두 은 촉대 중 하나는 자기가 들고, 하나는 손님에게 주며 말했다.
『자 당신 방으로 안내해 드리지요.』
사나이는 승정의 뒤를 따랐다. 그들이 승정의 침실을 지났을 때, 마침 마구로알이 승정의 침대 머리맡에 있는 찬장에다 은 식기를 넣고 있었다. 그것은 매일 밤 그녀가 자러가기 전에 하는 마지막 일과였다.
승정은 손님을 예배소의 침실로 인도했다. 희고 깨끗한 잠자리가 준비 되어 있었다. 승정은 안녕히 주무십시오, 하고 나갔다.
대회당의 시계가 새로 두시를 쳤을 때 쟌 바르쟌은 눈을 떴다. 그가 눈을 뜨게 된 것은 침대가 너무 푹신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십년 이상이나 좋은 침대에서 자본일이 없음으로 옷을 벗고 누워 있지는 않았다. 그 감촉이 하도 신기해서 잠이 깬 것이다. 여러 가지 생각이 이것 저것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러나 자꾸 나타나서 다른 생각을 쫒아버리는 생각이 하나 있었다. 그는 마구로알이 식탁위에 둔 여섯 벌의 식기와 커다란 스푼에 마음이 있었던 것이다. 그것들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ㅡ 그것은 저기 있는 것이다. ㅡ 몇 발 안 되는 곳에, 그가 지금 있는 방에 오느라고 지나쳤던 옆방의 침대 머리맡 찬장 속에. ㅡ 그는 그 찬장을 잘 보아 두었었다. 식당으로부터 오자면 바른 편이다. 두툼한 옛날 은이었다. 큰 스푼과 함께 치면 그가 십구 년간 형무소에서 번 돈의 두 배의 값어치는 될 것이다.
그는 한 시간 동안이나 망설이고 싸워 보았다.
세시가 울렸다. 그는 눈을 뜨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손을 뻗쳐 침대 한 모퉁이에 던져둔 배나을 만져 보았다. 그리고 침대에 걸터앉았다.
그는 한참 그렇게 멍하니 생각하고 있다가 일어섰다. 그러나 아직 망설이며 귀를 기울였다. 집안은 고요했다. 드디어 그는 구두를 포켓에 ㄴ넣고 배낭을 짊어졌다. 그리고 숨소리를 죽여 가며 발소리를 내지 않고 옆 승정의 침실로 다가갔다. 침실의 문은 열린 채 있었다. 승정은 문을 안 채웠던 것이다. 쟌 바루잔은 모자를 푹 이마까지 덮어쓰고 승정 쪽은 보지도 않고 찬장 앞에 섰다. 열쇠가 꼽힌 채로 있었다. 문을 열고 처음 눈에 뛴 것은 은 식기가 들어있는 바구니였다. 그는 그것을 손에 들자, 이제는 아무런 조심도 하지 않고 발소리에도 마음을 안 쓰고 큰 걸음으로 방을 나와 예배소에 들어가 단장을 집고, 창문을 열어 타넘고, 배낭에 식기를 넣고 바구니는 버리고, 봉당을 뛰어, 울타리를 넘어 자취를 감추었다.
다음날 아침, 해 뜰 무렵, 승정은 마당을 거닐고 있었다. 마구로알은 당황해서 뛰어왔다.
『나으리! 어제 밤의 사나이가 은 식기를 훔쳐 가지고 도망쳤습니다. 보십시오. 여기로 넘어간 것이에요.』
승정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러나 엄숙한 얼굴을 쳐들고 조용히 마구로알을 향해 말했다.
『그러나 첫째로 그 식기는 우리의 것이었다.
나는 오랫동안 잘못해서 그 식기를 내 것으로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가나한 사람들 것이요. 그리고 그 사나이는 가난한 사람이었지.』
몇 분 후에는 승정은 지난 저녁때 쟌 바루쟌이 앉았던 식탁에 앉아 아침을 먹고 있었다. 그리고 식사가 끝나 일어서려는데, 누가 문을 두드렸다.
『들어오십시오.』
하고 승정은 말했다.
문이 열리고 세 사람의 사나이가 한 사람의 목을 움켜잡고 들어왔다. 세 사람의 사나이는 헌병들이고, 한 사람은 쟌 바루쟌이었다.
승정은 노인임에도 불구하고, 될 수 있는 대로 힘차게 걸어갔다.
『아 참 잘 오셨습니다.』
하고 승정은 쟌 바르쟌을 보며 말했다.
『나는 당신을 만나게 돼서 반갑소, 그런데 어찌 되셨습니까. 나는 당신에게 촛대도 드렸는데 그것도 역시 은으로 이백 프랑쯤은 될 것이오, 왜 그것도 함께 안 가져 가셨소.』
쟌 바르쟌은 눈을 들었다. 그리고 인간의 언어로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존경심을 품은 눈으로 승정을 바라보았다.
『그러면 이 사람의 한 말은 참말입니까』
하고 헌병은 물었다.
『저이들은 이 사람과 마주쳤지요. 도망치듯이 부지런히 걷고 있더군요. 그래서 잡고 조사해 보니 은 식기를 가지고 있어서…….』
『그리고 이렇게 말 했었지요』
하고 승정은 미소하며 말했다.
『하루 밤 재워준 늙은 목사한테 받았다고, 그래서 당신들은 여기까지 대려 오셨습니까. 그렇다면 당신들의 오해지요.』
『그러면 이대로 놓아 줍니까?』
『예 물론이지요.』
승정은 대답했다.
헌병들은 쟌 바르쟌을 놓아주었다. 그는 뒤로 비틀거렸다.
『참말로 나는 용서 됐나』
하고 마치 꿈을 꾸고 있는 사람처럼 똑똑치 않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래 용서된 것이야 그것도 모르겠느냐』
하고 헌병 한 사람이 말했다.
『나가기 전에, 이 촛대도 가져가시오. 이것도 당신 것입니다.』
승정은 난로 곁에 가서 은촛대를 둘 다 쟌 바르쟌에게 주었다.
쟌 바르쟌은 온 몸을 떨었다. 그는 기계적으로 촛대를 받아들고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러면 안녕히 가십시오,』
하고 승정은 말했다.
『덧 부쳐 말씀하겠는데, 다음에 오실 때는 뒷마당으로 돌아오실 필요는 없습니다. 어느 때나 앞문으로 들어오셔도 좋습니다. 밤이나 낮이나 문은 잠겨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승정은 헌병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서들 가십시오.』
헌병들은 나갔다. 쟌 바르쟌은 자기가 정신이 이상해지는 것 같았다.
승정은 그의 곁으로 와서 속삭였다.
『잊지 마십시오, 정대로 잊으면 안 됩니다. 이 은그릇은 올바른 사람이 되기 위해서 사용하겠다고 당신이 내게 약속한 증거입니다.』
아무것도 약속한 것이 없는 잔 바르쟌은, 다만 우두커니 서있을 뿐이었다. 승정은 다음 말을 하고서, 더욱 힘을 주고 엄숙하게 계속했다.
『쟌 바르쟌 당신은 나의 형제입니다. 당신은 이제부터 다시는 악의 것은 아니며, 선의 세계에 들어 온 것입니다. 나는 당신의 영혼을 샀습니다. 나는 당신의 영혼을 어둠의 정신으로부터 구해내서 그것을 하느님 앞에 바치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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