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발표 시

천국을 살짝 엿보았더니

by 바닷가소나무 2016. 4. 16.

천국을 살짝 엿보았더니

 

 

웅성거리는 장터가 있다

 

뻥이요!

정작, 한 번도 뻥쳐보지 못하고

평생 뻥이요! 소리만 외치며

허옇게 변해가는 뻥튀기아저씨

얼굴에 볼연지 곱게 바르고 거렁뱅이 부부행세로

북 치고 장구 치며 질퍽한 웃음보따리 풀어

장바닥 웅성거림 한방에 날려버리는 각설이부부

저 높은 곳을 향하여를 애처롭게 부르며

헤엄치듯 앞으로 앞으로 밀고나가는 거북아저씨

줄을 타면 행복했지 카세트음악 앞세워

꼬마손수레 밀고 가며 절뚝이는 곡예사아줌마

모락모락 김 오르는 돼지국밥 건네주며

이눔아! 배부르게 처먹고 힘내!

웃어주는 욕쟁이할머니

 

장터에 흐드러지게 찔레꽃들이 피어나고

 

이눔들아!

이런 날은 돈 걱정 말고 배부르게 처먹어야혀

욕쟁이할머니 목소리에 날개가 퍼덕이고

찔레꽃향기는 장터에 그윽하게 퍼진다

 

 

계절문학 2015 겨울호

'발표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공  (0) 2016.12.01
푸른 물방울 속 한 잎  (0) 2016.11.17
그때, 파도소리  (0) 2016.04.16
고래 잡으러 가는 세월  (0) 2016.01.27
어제 퇴근길  (0) 2016.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