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퇴근길
골목길에서 냅다 걷어찼다.
쨍그랑! 비명 지르며 콘크리트 바닥을 굴러가는 깡통
깡통이 멈춘 자리를 바라본다
키 큰 전봇대가 우뚝 서있다
콘크리트에 발목이 잡혀 서있는 전봇대
윗몸은 줄줄이 포승줄에 묶여있다
전봇대 옆 담장
도둑고양이 한 마리
두 눈을 부릅뜨고 째려본다
오늘, 나는 몇 번이나 걷어 차였던가!
차라리 깡통처럼 쨍그랑! 소리라도 한번 질러보았으면
전봇대가 붙잡고 있는 전선들이 포승줄로 보이지는 않았을 텐데
담장 위 도둑고양이가 째려본다고 생각하지도 않았을 텐데
빌어먹을!
냅다, 깡통을 다시 한 번 걷어찼다.
깡통소리에 놀란 고양이는 어둠속으로 줄달음치고
골목길전봇대는 외눈으로 어둠을 몰아내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아이울음소리가 난다
나는, 발걸음을 빨리한다.
동작문학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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