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달
이관묵
*
새벽에 꽁꽁 언 몸 끌고
시 찾아온 달
언 달
불면 한 칸 내준다
구들장 뜨끈하게 덥혀 놨으니 녹이다 가라고
시가 쓰던 독방 내 준다
*
나는 내 시를 밤 잡지에 발포했다
원고료는 불면
밤은 무독지
아무도 읽는 사람이 없는 잡지
새벽 두 시
언 달 혼자 내 시 읽는다
언 달은
내 시의 일인 독자
*
언 달 곁에서 함께
언 시
두메산골 오두막집 같은
시
말없는 말
시 자꾸 들이받자
시가 '꽝' 하고 문 닫는 소리 낸다
달도 시를 더는 어쩌지 못하고 그냥 곁에 있어준다
내버려두고 가기가 뭣해서
시묘살이 하듯 있어준다
시를
크게 헝클고 싶었으나
세계 후려갈겨 주고 싶었으나
조용히 사립문 닫아주고 난다
유심 20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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