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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이 있는 시

골목길 사생활 / 허이영

by 바닷가소나무 2015. 6. 7.

 

골목길 사생활 / 허이영

 

 

바람이 겨울, 봄을 저울질하더니

겨울로 기울었다.

날갯짓이 바쁘던 철새떼

오늘은 나뭇가지에서

외발로 고요히 내일 길을 가늠한다.

철새 등에 업혀 가던

노을 속 묽은 저녁이 차다.

바람에 시달린 젓니 닮은 새순이

먹이를 쪼는 새처럼

순간순간

고개를 깐닥거리는 저녁 한때.

제 그림자를 끌고 사라진 아이들을 쫓아

톡톡 돌부리를 차던 팽팽한 바람은

계절이 숨은 골목길을 염탐한다.

입을 꼭 다문 철대문은 수족냉증을 앓는지

여전히 싸늘하다.

사생활을 들킨 골목길이

콧바람 풀썩일 때마다

담쟁이 몸속에 푸른 피가 돈다.

바람벽을 날아오를 깃털이 돋는다.

 

 

- <유심(惟心)> 신인특별추천 추천작. 20156월호 -

  

삶의 향기 동서문학상 수필 부문 금상 수상, <월간문학> 수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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