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사생활 / 허이영
바람이 겨울, 봄을 저울질하더니
겨울로 기울었다.
날갯짓이 바쁘던 철새떼
오늘은 나뭇가지에서
외발로 고요히 내일 길을 가늠한다.
철새 등에 업혀 가던
노을 속 묽은 저녁이 차다.
바람에 시달린 젓니 닮은 새순이
먹이를 쪼는 새처럼
순간순간
고개를 깐닥거리는 저녁 한때.
제 그림자를 끌고 사라진 아이들을 쫓아
톡톡 돌부리를 차던 팽팽한 바람은
계절이 숨은 골목길을 염탐한다.
입을 꼭 다문 철대문은 수족냉증을 앓는지
여전히 싸늘하다.
사생활을 들킨 골목길이
콧바람 풀썩일 때마다
담쟁이 몸속에 푸른 피가 돈다.
바람벽을 날아오를 깃털이 돋는다.
- <유심(惟心)> 신인특별추천 추천작. 2015년 6월호 -
삶의 향기 동서문학상 수필 부문 금상 수상, <월간문학> 수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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