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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이 있는 시

사발과 장미 / 석성일

by 바닷가소나무 2015. 6. 7.

사발과 장미 / 석성일

 

 

이사 갈 때 데려가지 않아

돌담 옆에 남겨진 이 빠진 사발 하나

매일 밤 가슴에 별빛을 찰랑찰랑 담아

장미에게 바쳤습니다

장미는 모르는 척 빈 집만 바라보다

호젓한 어느 밤

이 빠진 사발을

꽃 가슴으로 가만히 안아 주었습니다

이 빠진 사발과 장미의 만남을

흰 감꽃도 톡 톡 톡 내려와 축하를 했습니다

채송화 봉선화 부러움을 사며

햇볕과 뭉게구름을 나누어 갖던 오후

지나가던 할아버지 손에 끝내 들리어

이 빠진 사발은

장미와 헤어져서

삽사리 밥그릇이 되었습니다

깨갱 깨갱대는 소리에

손톱을 깎던 할아버지 얼른 가 보니

삽사리 코에 피 한 잎 묻어 있었습니다

그것은 이 빠진 사발 안에

장미 가시가 돋아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유심>, 2015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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