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8일
게으름이 행복이고, 부지런함이 벌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기묘한 착오다.
1
육체적인 노동이란 두뇌가 게으름피우기를 방해하는 건 아니다. 두뇌는 목적 없이 일하는 것을 방해하는데 있어서 중요하다.
2
모든 놀고먹는 우리들에게 다음과 같은 생각을 갖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즉 인간이 행복하게 되는데 없어서는 안 될 조건이란 태만이 아니라 근로라는 점을, 또 일ㅇ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은 개미나 말이나 모든 동물에게 그것이 심심한 일이며 괴롭고 곤란한 것처럼, 인간에게도 심심한 일이며 괴로운 일이며 곤란한 것이라는 점을,
3
근육노동은, 모든 사람에게 의무가 되고 행복이 된다. 그러나 두뇌나 감정의 일은 특별한 일이다. 그것은 오직 그 일을 사명으로 타고난 사람들에게만 의무가 되며 또 행복이 된다.
4
태만을 영원한 지옥의 괴로움 속에다 봉해버려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 반대로 즐거운 극락의 한가운데다 놓고 왔었던 것이다. < 몬테에누 >
*
정신을 좋은 상태에다 두려거든 피로 할 때까지 일을 하라. 정신의 좋은 상태는 늘 게으름으로 파괴되기 쉽다. 그러나 때로는 과로로 인하여 파괴된다.
◇ 달걀만한 낱알
어느 날, 산 속 중턱에서 아이들이 달걀만한 크기의 어떤 이상스러운 것을 발견했다. 거기를 마침 지나가던 사람이 그 이상스러운 것을 보고 오원에 샀다. 그리고 신기한 것이라 하며 임금님께 받쳤다. 학자들을 불러 이 이상스러운 것은 무엇이냐를 조사하도록 분부를 내렸다. 학자들은 여러 가지로 고심하고 연구했지만 그 답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 이상스러운 것을 창 위에 얹어 두었다. 그런즉 닭이 오더니 주둥이로 쪼아 구멍을 뚫고 말았다. 사람들은 비로소 그것이 낱알임을 알았다. 학자들은 이것은 밀보리입니다고 하였다.
임금님은 깜짝 놀랐다. 이런 낱알이 대관절 언제 어디서 생겨났느냐 조사하도록 분부하셨다. 학자들은 여러 가지로 연구하였으나, 조금도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임금님께 와서 하는 말이 저희들 책에는 아무 말도 적혀있지 않습니다. 나이 먹은 농부라도 불러 이런 낱알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생겨났는지 들은 일이 없느냐고 물으시는 게 좋을까하옵니다, 하고 아뢰었다.
임금님은 곧 나이 먹은 농부를 불러 오라 분부하고 농부가 이르자 낱알을 보이셨다. 그러나 노인은 눈이 어두워 볼 수가 없었다. 손으로 낱알을 쥐어다 놓았다 만지기만 했다.
임금님은 물으셨다. 노인은 이 낱알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생겨난 것인지 아느냐 어떠냐고.
노인의 밭에다가 이런 낱알을 뿌린 일은 없느냐, 혹은 이런 낱알을 산적은 없느냐고,
노인은 귀도 멀었다. 임금님의 말씀을 알아듣기가 퍽 어려웠다. 그러나 한참 만에 대답하였다. 이런 낱알은 저희 밭에 뿌린 일도 걷어 들인 일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혹 저희 아버지께 어디서 이런 낱알이 생겨났는지 들은 적이 없느냐 물으실 것 같으면 무슨 좋은 말을 들을는지도 모릅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임금님은 노인의 아버지를 맞으러 가게하고 노인의 아버지가 오자 낱알을 보이셨다.
이런 낱알이 어디서 생겼는지 모르겠느냐?
너의 밭에다 이런 낱알을 뿌린 일은 없느냐, 또는 이런 낱알을 산적은 없느냐고 물었다.
노인의 아버지는 아직 귀가 똑똑하였다. 그래서 아들보다는 잘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는 대답하였다.
『아니올시다. 저의 밭에는 이런 낱알을 뿌린 일도 걷어 들ㅇ인 일도 없습니다. 저는 이런 낱알이 어디서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ㅂ저의 시대의 낱알은 오늘날의 것과 비교해서 좀 더 크며 언제나 풍년이기는 했습니다마는, 이런 건 본적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저의 아버지한테서 아버지 시대의 낱알은 훨씬 컸으며 또 훨씬 풍년이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아버지를 불러서 물어 주십시오.』 임금님은 노인의 아버지의 아버지를 부르게 하시었다. 노인의 아버지의 아버지는 곧 불리어왔다. 노인의 아버지의 아버지는 지팡이를 짚고 있지를 않았다. 기운이 있는 걸음 거리었다. 눈은 빛나고, 귀도 똑똑하고, 말씨도 확실하였다. 임금님은 낱알을 보이셨다. 노인의 아버지의 아버지는 낱알을 뒤집어 보았다. 그리고 『오랫동안 이런 낱알을 보지 못했습니다.』하였다. 그리고 그 낱알을 입에 넣고 씹어보았다.
『이게 틀림없습니다.』하고 그는 말하였다.
『그럼 해 주게. 이런 낱알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생겼는가? 너는 너의 밭ㅇ에다 이런 낱알을 뿌린 일이 있는가? 또 너의 시대에는 어디서 이런 낱알을 살 수 있었는가?』 노인의 아버지의 아버지는 대답하였다.
『저의 시대에는 이런 낱알은 어디에서나 농사가 되었습니다. 저희들은 누구나 다 이런 낱알을 먹고 살았습니다.』
임금님은 다시 물으시었다.
『그럼 너는 이런 낱알을 어디서 사서 심었는가?』 노인의 아버지의 아버지는 웃었다.
『저희들 시대에는 낱알을 사고팔고 하는 그런 엄청난 죄를 생각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도대체 돈이란 물건은 몰랐던 것입니다. 낱알은 모든 사람의 자급자족이었습니다. 저희들은 이 낱알ㅇ을 제 손으로 뿌리고 제 손으로 키우고 제 손으로 거두어들이는 것이었습니다.』
임금님은 또 다시 물으시었다.
『그럼 너는 어디다가 이런 낱알을 뿌렸는가? 너의 밭은 어디 있는가?』
노인의 아버지의 아버지는 말하였다.
『저희 밭은 신의 땅이올시다. 괭이로 파는 땅은 어디나 다 밭이었습니다. 토지는 자유였습니다. 토지를 가진다는 것은 몰랐습니다. 자기 것이라고는 다만 노동을 가르칠 따름이었습니다.』
임금님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아직도 두 가지 묻고 싶은 말이 있다. 하나는 왜 옛날에는 이런 낱알이 되었는데 지금은 되지 않는가? 또 하나는, 너의 손자는 두개의 지팡이가 필요하며, 너의 아들은 지팡이를 하나 짚고 있다. 헌데 너는 지팡이 없이 기운 있게 걸어 다니며, 눈은 빛나고, 이는 튼튼하고, 말도 똑똑하다. 이 두 가지는 무슨 이유에서인가?』
노인의 아버지의 아버지는 대답하였다.
『그 두 가지의 이유는, 사람들이 각각 제 손으로 노동을 하여 살기를 그만두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남의 물건에 대하여 탐욕스럽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옛날 사람들의 생활은 오늘날과 같지는 않았습니다. 옛날에는 신을 모시고 살았던 것입니다. 자기 자신의 손으로 필요한 물건을 만들어 내었으며, 남의 것에 대하여 탐욕스럽지 않았던 것입니다.』 < 레프•톨스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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