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 / 박찬세
잠자다 눈 뜬 겨울에게만 보이는 꽃이 있나
자리를 털고 돌아서는 눈짓에게만 들키는 색이 있나
봄보다 서둘러 피려는 마음이라도 있나
어질어질 꽃의 발걸음을 좇아 겨울이 숨바꼭질을 한다
꽃을 투기하는 걸음걸이
마디마다 봄의 혈을 앓는 밤
흐르는 마음이라도 있어야 되나
마른침 삼킬 때마다
가시로 박히는 이름이라도 있어야 되나
자꾸만 감기는 눈꺼풀에 고양이라도 울어야 되나
부슬부슬 비라도 내려야 되나
겨울과 봄이 깍지를 끼면
겨울의 손 몇 개는 짝을 잃고 내 몸을 더듬거렸다
2009년 <실천문학>으로 등단
유심 / 20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