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림사, 얼굴없는 부처 / 이대흠
보림사에 가면 목이 뚝 잘린
부처가 있다니까
얼굴이 없으니 부처상이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사람 몸 같은 돌덩이 하나 있다니까
안타깝게도 두상이 사라져서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떨어진다고
장모창학예사가 말을 하지만
사실은,
돌부처가 제 얼굴을 버린 거야
천 년을 묵언수행 했지만
도무지 제 눈도 밝힐 수 없어
자기 목을 그만 댕강 잘라낸 거지
얼굴이었던 돌멩이는
어느 집 죽담에 굄돌로 주고
기다렸던 거야
어디 살아 있는 부처가 없나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