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 오탁번
젊은 날 술집에서
유두주乳頭酒 마시며 희떱게 논 적 있다
위스키잔에
아가씨 젖꼭지 담갔다가
홀짝 담숨에 마시고는
팁으로 배추잎 뿌린 적 있다
독한 위스키에 취한
오디빛 젖꼭지의
도드라진 슬픔은 모른 체
내 젊음의 봄날이
깜박깜박 반짝이는 봄빛에
만화방창 활짝 핀 적 있다
이순耳順 지나 종심從心이라
일락서산 끄트머리에서
콧속 유두종乳頭腫 수술을 받았다
이비인후과에 난생처음 가서
내시경 진찰을 받았는데
콧속에 딱 젖꼭지 모양으로 생겨먹은
혹이 있었다
수술 받고 내내 코피를 쏟다가
문득 젊은 날 마신
유두주가 떠올랐다
그때 그 아가씨의 젖꼭지가
콧속으로 들어와서
숨을 막으며 벌주는 것일까
유두주 죗값 치르는
피 흐르는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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