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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이 있는 시

봄날 / 오탁번

by 바닷가소나무 2015. 5. 4.

봄날 / 오탁번

 

 

젊은 날 술집에서

유두주乳頭酒 마시며 희떱게 논 적 있다

위스키잔에

아가씨 젖꼭지 담갔다가

홀짝 담숨에 마시고는

팁으로 배추잎 뿌린 적 있다

독한 위스키에 취한

오디빛 젖꼭지의

도드라진 슬픔은 모른 체

내 젊음의 봄날이

깜박깜박 반짝이는 봄빛에

만화방창 활짝 핀 적 있다

 

이순耳順 지나 종심從心이라

일락서산 끄트머리에서

콧속 유두종乳頭腫 수술을 받았다

이비인후과에 난생처음 가서

내시경 진찰을 받았는데

콧속에 딱 젖꼭지 모양으로 생겨먹은

혹이 있었다

수술 받고 내내 코피를 쏟다가

문득 젊은 날 마신

유두주가 떠올랐다

그때 그 아가씨의 젖꼭지가

콧속으로 들어와서

숨을 막으며 벌주는 것일까

유두주 죗값 치르는

피 흐르는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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