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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이 있는 시

풀에게 / 문효치

by 바닷가소나무 2015. 5. 4.

풀에게 / 문효치

 

 

시멘트 계단 틈새에

풀 한 포기 자라고 있다

영양실조의 작은 풀대엔

그러나 고운 목숨 하나 맺혀 살랑거린다

비좁은 어둠 속으로 간신히 뿌리를 뻗어

연약한 몸 지탱하고 세우는데

가끔 무심한 구두 끝이 밟고 지날 때마다

풀대는 한번 소스라쳐 몸져 눕는다

발소리는 왔다가 황급히 사라지는데

시멘트 바닥을 짚고서 일어서면서 그 뒷모습을 본다

그리 짧지 않은 하루해가 저물면

저 멀리에서 날아오는 별빛을 받아 숨결을 고르고

때로는 촉촉이 묻어오는 이슬에 몸을 씻는다

그 생애가 길지 않을 테지만

그러나 고운 목숨 하나 말없이 살랑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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