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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 시

탈피[脫皮 / 박흥순

by 바닷가소나무 2015. 9. 8.

 

 

 

탈피[脫皮]  / 박흥순

   

 

산 입구에서부터 땀이 비 오듯이 흘러내렸다
산새들의 피리소리와 풀벌레들의 박수소리에 신바람이 나있는데
무엇인가 이상했다
"더러워 냄새나! 더러워 냄새나!"
하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리지 않는가
아무리 보아도 킁킁거려 보아도 더러운 냄새는 보이지 않았다
" 네가 흐르는 땀 냄새가 더럽고 냄새난단 말이야!"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내가 흐른 땀방울은 냇물이 되고 강물이 되기도 해서

그 땀방울들은 아침이슬처럼 보석 같은 것이라 생각하며 걸어 왔는데

모처럼 산바람 만나러왔다가 흘리는 땀 냄새가 더럽고 냄새난다니 기가 막힌다

정신없이, 바위틈에 흐르는 물에 얼굴이라도 씻으려 두 손을 받쳐 들고 물을 받으려 했더니

"더러운 손을 어디다 함부로 대고 있어!"

정신이 혼미 해지는데, 무엇인가 내정수리를 때렸다

상수리가 뛰어 내리며 나를 쥐어박고 맨땅 위를 구른다

갑자기, 매미들의 고함소리에 푸른 산이 들썩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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