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에 쓴 붉은 글씨
내 가슴속에는 붉은 글씨로 써 놓은 문장이 하나있다. 내게 낙원은 사막의 전설 같은 바람이었고, 걸음마 시작하면서부터 엉겅퀴 다발을 한 아름 안고 가야 했던 나는 분노와 슬픔을 악어처럼 씹어 먹으며 자랐다, 한낮의 동네 골목길에서 들어붙은 수캐를 보면 수류탄이라도 던지고 싶은. 그래서 붉은 화염으로 태워버리고 싶은. 그럴 때마다 그 문장을 풀어 놓았다,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문장은 안개 속에서 그네를 타는 연초록의 버드나무 줄기 같아서, 내 어두운 집에서도 연초록 버드나무 잎들이 녹색의 한여름으로 건너가는 소리로 아우성을 쳤다.
“행복은 낙원 속에 있고 그 낙원은 마음속 깊은 곳에 숨어서 산다.”
내 열여덟의 봄날에 붉은 글씨로 가슴속에 이렇게 새겨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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