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밤의 비명소리
달빛 쏟아지던 초저녁 비명소리가 언덕 위 우리 집에까지 달려왔다. 우물가에서는 천둥이 치고 있었다. 모여 있던 누군가가 찢어지게 나를 부르고 있었다, 나는 가파른 언덕길을 뛰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달빛이 내 몸을 감싸고 함께 뛰었다 "누이가 우물에 떨어졌어야” 귀구멍에서는 벽락 치는 소리가 송곳처럼 파고들었다, 마른우물에서 건져 올린 누이 이마는 석류 알보다 더 빨갛고 눈은 검었다, 달빛이, 달빛이 너무도 환했다, 나는 뛰어가기 시작했다, 마을 어귀를 벗어나 상여집이 있는 산길로 접어들었다, 온 몸에 달빛이 달빛이 함께 흐르고 있었다. 논길을 달리고 별들이 숨바꼭질하는 염전을 지나고 또 산길을 넘어 아버지가 살고 있는 마을의 불빛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온 마을은 달빛이 품고 있었다. 적막했다, 가슴이 가슴속이 뒤틀어 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가슴을 움켜쥐고 달빛과 함께 밭고랑에 꼬꾸라지며 나뒹굴었다. 마을의 개 짖는 소리가 아련했다. 비틀거리며 일어나 다시 뛰어가기 시작했다.
아부지 빨리 우리 집에 좀 가요, 동생이 많이 다쳤어요,
그날 밤 아버지는 끝내 우리 집에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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