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클레인
부르릉 부르릉!
육중한 몸, 거친 숨 토해내며 긴 팔 휘저을 때마다
우지끈 석가래 내려앉는 소리가 온 동네를 흔들어대고
비둘기들마저 놀라 저편으로 날아간다.
우르릉 쾅!
이번에는 석가래 가 아니라 대들보를 부러뜨렸나 보다
조금 전까지 허름하게 서있던 그 집,
비명과 함께 그 자리에 폭삭 주저앉혀버렸다
모서리마다, 가쁜 숨 몰아쉬던 얼룩자국들
흙 보라 속 아침 햇살 속에서 안개로 피어오르고 있다.
그가 자랑할 것은 힘뿐이라고 생각했었는데
휘젓는 팔 아래서는 도랑이 개울 되고
개울은 강이 되었다고 으르렁거린다.
지금은, 집 부수며
방바닥에 붙어 떨어지지 않으려 버둥대는
콘크리트 덩어리까지 박살내려고
거친 손으로 꽉 움켜진 채
허공에서 맴 돌리며 고함고함 소리를 질러대고 있다.
우지끈!
이번에는 늙은 감나무 비명이 동네를 흔들며 흙먼지 속에서 비틀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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