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촌역에서 소처럼 웃는다
기차에서 내리자
강촌역사 기둥 하나에
“나는 미친년” 이라는 글씨가 있다.
그렇지, 북한강변의 추억을 더듬어 왔거나
소쩍새 소리를 잡으러 왔거나
구곡폭포를 만나러 왔거나
기차를 타고 굽이굽이 달려오면서
스쳐가는 풍경을 바라보면서
먼 하늘 구름 한 점 바라보면서
강물처럼 흐르는 물이 되었으리라
삶의 여정에 길을 잘못 들을 수도 있는 것을
그렇지! 길이란 수 만 갈래 인 것을
그래, “나도 미친놈이다”라고
내 삶의 기둥에 확실하게 써두고
슬금슬금 떠나가는 기차를 바라보며
나는 강촌역에서 소처럼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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