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새 먹어치우던 아침
창신동 산6번지
내 새벽을 여는 지번이다.
여명이 달려오는 시간이면
나는, 낙산의 허물어진 성터에 올라
새벽의 새소리를 허공에 걸어 놓고
동쪽을 향해 두 눈으로 화살을 쏜다
거기, 붉은 새 한마리가 솟구쳐 오른다
쏘아보던 두 눈으로 붉은 새를 붙잡아
한쪽 날갯죽지부터
머리끝까지
천천히 먹어치우기 시작한다
입안이 뜨겁다
가슴속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한다
내 온몸이 불덩어리가 된다
내 눈앞이 붉은 세상으로 환해진다
창신동 산6번지
그곳은
내가
아침마다 붉은 새를 먹어치우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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