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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트렁크에는 무엇이 들어있나

붉은새 먹어치우던 아침

by 바닷가소나무 2013. 1. 29.

 

 

붉은새 먹어치우던 아침

 

 

창신동 산6번지

내 새벽을 여는 지번이다.

 

여명이 달려오는 시간이면

나는, 낙산의 허물어진 성터에 올라

새벽의 새소리를 허공에 걸어 놓고

동쪽을 향해 두 눈으로 화살을 쏜다

 

거기, 붉은 새 한마리가 솟구쳐 오른다

 

쏘아보던 두 눈으로 붉은 새를 붙잡아

한쪽 날갯죽지부터

머리끝까지 

천천히 먹어치우기 시작한다

입안이 뜨겁다

가슴속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한다

내 온몸이 불덩어리가 된다

내 눈앞이 붉은 세상으로 환해진다

 

창신동 산6번지

그곳은

내가

아침마다 붉은 새를 먹어치우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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