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때때로 하모니카를 분다 / 박흥순
내 하모니카 소리는 푸른 육지
푸른 육지도 태초에는 섬이었을 것이다
고독한 섬은 하모니카 소리를 낸다
뱃고동소리 들리면 하모니카로
어깨위에 까치 한 마리를 불러 앉히고
그물코를 꿰매는 어부에게 하모니카 소리를 들려주면
그 어부도 푸른 섬이 된다
파도 앞에서 부는 하모니카 소리는
기차를 그리워하고
자전거 바퀴살을 돌리고
책갈피 속에 하모니카 소리를 불어 넣는 것이다
달빛 속에 하모니카 소리를 따라가 보면
비틀거리는 육지가 있기도 한다
하모니카를 불면 태초의 섬이 멀리서 손짓을 한다
고도孤島에서 하모니카를 부는 것
기차를 그리워하는 것
육지에서는 섬에서 부는 하모니카 소리를 흉내 낼 수가 없다
하모니카는 파도 옆에서 불어야 기차소리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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