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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 시

빛을 가슴에 품는다 /박흥순

by 바닷가소나무 2018. 4. 27.


 



빛을 가슴에 품는다

 

 

낙엽 쌓인 골짜기 동굴 속

어두움과 습한 냉기 춤추는 그곳에

잔뜩 웅크린 그가

땀 흘리며 칼을 갈고 있다

쓱 쓱 스르륵 스르륵

냉기의 늪에서

창백한 불덩이를 가슴에 안고

송곳 같은 신음을 토해내고 있다

눈빛은 이글거리고

가슴에 땀방울이 송송 맺혀있다

비바람 불던 산골짜기

펄펄뛰던 물고기처럼 살아 움직이던 어두움

구름 가르고 한 줄기 섬광 동굴 속으로 쏟아져 들어오니

흔들림도 신음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뚫리는 가 했더니 통째로 무너져 내렸다 .

갈던 칼 ! 허리춤에 꼽는다 .

이제, 칼날을 시퍼렇게 갈 필요가 없어졌다

어둠은 칼로 베는 것이 아니라

빛으로 부수는 것이니

, 살아있는 한 줄기 번쩍이는 빛을 가슴에 품고

한 덩이 두 덩이 ……

뜨거운 불덩이를 토해 내려고 천천히 그가 일어선다


2018년1월. 월간시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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