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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다리꽃

또 다른 세상으로 가는 길

by 바닷가소나무 2020. 9. 11.

  녹슨 자물통에 열쇠를 밀어 넣고 오른쪽으로 돌리니, 철커덕! 가을부채 같은 시간의 숨소리들이 팃검불처럼 흩어져 나온다, 항아리 속 가득하던 고추장 같은 세월 속에 장다리꽃으로 저물어가던 우리 어무이, 달 물결에 흔들리던 살사리꽃 같던 누이들, 열기 내뿜으며 먼 바다 바라보던 까까머리 아이의 그 눈빛, 자물통에 열쇠를 넣고 한 번 더 돌리니, 개펄 위로 밀물이 어깨동무하고 밀려오듯 흘러간 바람의 수런거림이 들려온다, 낯꽃 피는 마을 찾아 달려가며 헐떡거리던 시간 속에서는 파장의 장돌뱅이 마른기침소리가 흩어져 나오고, 개똥에 미끌어저도 노랗게 웃으며 홀씨는 날려야 한다고 소리치던 아이는 보이지 않는데 녹슨 자물통에 열쇠를 넣고 돌리는 흐릿한 눈빛 속에서는 푸른바람이 솟구쳐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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