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장다리꽃

그대와 함께 갯뻘로 가고 싶다

by 바닷가소나무 2020. 9. 11.

갯뻘이 옷을 벗고 가슴을 내보이기 시작하면

그대는 가래로 갯뻘의 가슴을 파헤쳐 낙지를 잡아내고

나는 갯뻘의 혈관 속에 낚싯줄을 드리우는

그렇게 갯바람 같은 한철을

그대와 살았으면 좋겠다.

 

그대는 더 많은 낚지를 바랑에 넣기 위해

쩍을 밟고서라도 가래질을 하고

나는 갯골에 밀물이 밀려와도

한 마리 물고기를 바구니에 더 넣기 위해

가난한 파도소리가 되어가면서

그대와 함께 살았으면 좋겠다.

 

그대와 함께 갯뻘로 간다는 것은

달려오는 흙탕물이

갯뻘을 통째로 삼켜도

태초부터 조간대의 아버지는 달이었다고

갯뻘도 그 달의 새끼라고

그대와 갯멧꽃 바라보며 웃을 수 있기에

그대와 함께 갯뻘로 갔으면 좋겠다.

 

'장다리꽃' 카테고리의 다른 글

또 다른 세상으로 가는 길  (0) 2020.09.11
망둥이 처세술  (0) 2020.09.11
져가는 것은   (0) 2020.09.11
산두, 그 고샅길  (0) 2020.09.11
가을비 내 모습  (0) 2020.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