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뻘이 옷을 벗고 가슴을 내보이기 시작하면
그대는 가래로 갯뻘의 가슴을 파헤쳐 낙지를 잡아내고
나는 갯뻘의 혈관 속에 낚싯줄을 드리우는
그렇게 갯바람 같은 한철을
그대와 살았으면 좋겠다.
그대는 더 많은 낚지를 바랑에 넣기 위해
쩍을 밟고서라도 가래질을 하고
나는 갯골에 밀물이 밀려와도
한 마리 물고기를 바구니에 더 넣기 위해
가난한 파도소리가 되어가면서
그대와 함께 살았으면 좋겠다.
그대와 함께 갯뻘로 간다는 것은
달려오는 흙탕물이
갯뻘을 통째로 삼켜도
태초부터 조간대의 아버지는 달이었다고
갯뻘도 그 달의 새끼라고
그대와 갯멧꽃 바라보며 웃을 수 있기에
그대와 함께 갯뻘로 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