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샅길하면 성문이네 집 굴뚝에서 저녁연기가 스몰스몰 오를 것 만 같은
그리고 고샅길하면 금방이라도 성두네집 누렁이가 꼬리를
스르렁스르렁 흔들며 달려 나올 것만 같은
그때 고샅길은
망아지처럼 뛰어다니다 태일네 돛단배에서 감자서리를 하던
귀뚜라미 신바람나게 기타를 켜는 달밤이면
그, 흐드러진 달빛아래 청무우 사각사각 깎아먹던
킥킥 거리던
송희네집 흙담 너머
그 아이 얼굴 닮은 단감을 따먹자고
도둑고양이처럼 흙담을 기어오르다
마당으로 떨어져,
달빛을 걷어차며 달아나던 발자국 소리로 출렁이던
고샅길은 눈 내리면 친구들이 몰려나와
자박자박 코스모스 꽃 수놓던 꿈길
아니, 낄낄대며 호호 불며
눈꽃으로 피어나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