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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 · 인생독본

7월 22일

by 바닷가소나무 2016. 4. 14.

722

 

러시아 말로 벌이란 말은, 가르친다는 말과 뜻이 같다. 가르친다는 것은 다만 범례(範例)를 가지고서도 할 수 있다. 악을 대하기에 악으로써 갚는 것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멸망시키는 것이다.

 

1

학자와 파리사이 인가들이 간음하고 있다가 붙잡힌 여인을 데리고 왔다. 그리고 그 여자를 한가운데 세우고 그리스도에게 말했다.

스승이시여, 이 여인은 간음의 찰 라에 붙잡혔습니다. 모세는 율법으로 이와 같은 자를 돌로 때리라고 우리들에게 말했습니다. 이제 당신은 우리들에게 무어라 말씀 하시겠습니까?

`이것은 그리스도를 시험해보고, 고소할 건덕지를 만들려는 것이었다. 그리스도는 몸을 굽히고 지상에 무엇인가를 썼다.

그러나 그들은 질문을 그치지 않았음으로 그리스도는 몸을 일으켜

그대들 중 누구나 죄를 갖지 않는 자는 돌을 던지라말하고 다시 땅위에 무엇을 쓰는 것이었다.

이 말을 들은 그들은 양심의 가책을 받아 노인을 비롯하여 젊은이들까지 하나씩 둘씩 사라져버리고 최후에 그리스도와 가운데 섰던 여인만이 남았다.

그리스도는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 말했다.

그대를 고발한 자들은 어디로 갔는가? 그대를 벌할 자는 없는가?

여인은 말했다.

아무도 없습니다.

그리스도는 말했다.

나도 그대를 벌 줄 수는 없다. 가라. 그리고 두 번 다시는 죄를 범하지 않도록 할라.<성 서>

 

2

어떤 인간에게 이웃을 벌할 권리를 준다면 그 권리를 받을만한 가치 있는 자는 누구냐? 자기 죄를 이해는커녕 알지도 못하는 자는 타락하고 있는 자 뿐이다.

그 와같이 타락한 자들이 어찌 남의 죄를 벌할 수 있으랴?

 

3

세상에 있는 악한 일의 대부분은 사람들이 남을 벌 줄 수 있는 권리를 자기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서 일어난다.

나에게 악으로 대하는 자에게, 나도 앙갚음을 하겠다. 이것이 세상의 습관인 것이다.

 

4

그대에게 죄를 짓는 자 있거든 그가 누구이든 그것을 잊어버리고 용서하라. 그때에 그대는 용서한다는 행복을 알 것이다. 우리들에게는 남을 벌할 권리는 없는 것이다.

 

5

죄를 범한 자 자신의 마음속에서 행해지며, 그 악한 소질을 없애고, 인생의 행복을 얻을 수 있게 하는 것, 이야말로 진정한 벌이다. 그 외의 벌은 모두 다만 외부로부터 죄인을 고생시키는데 지나지 않는 것이다.

 

6

형벌은 항상 참혹하고 무서운 것이다. 만약 형벌이 참혹하지 않고 고통스럽지 않다면, 제정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지금 있는 형무소는 백 년 전의 태형(笞刑)과 똑같이 참혹하고 무서운 것이다.

 

*

학문이란 이름 밑에 가장 쓸데없는 대상뿐만 아니라, 때로는 가장 혐오할 대상이 선택되고 있다. 이것은 확실히 증명할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벌이라는 것을 대상으로 하는 학문이 있다. 즉 가장 늦은 문화의 단계에 있는 자 아이들이나 미개인에게만 정당한, 가장 무지한 악행에 대한, 학문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크리스마스 날에 일어난 일

나의 옛 친구의 한 사람은 매우 선량한데, 그는 부자가 되지는 못했지만 그렇다고 가난하지도 않았다. 홀 애비로 지내면서 두어 사람 하인쯤 둘 수 있는 여유가 없는 것도 아니었으되 한 사람도 대리고 있지 않다. 그것은 그가 인색한 때문이 아니고 도리어 귀찮게 생각한 때문이었다.

어째서냐면 그에게 대해서 시중을 들사람이 어떠한 일을 저지를지도 모를뿐더러 홀아비인 그가 시중을 받을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설사 시중꾼이 있다손 치더라도, 그들은 일이 없어서 하품할 것이며 그리고 실없는 말들을 지껄이거나 그렇지도 않으면 싸움을 할 것이 뻔했다. 그러할 바에야 하인을 두어 편리할 게 없을뿐더러 도리어 불쾌한 마음으로 지내야할 것이니, 온순하고도 요량 있는 나의 친구는 스스로 물러나가 앉는 것이 편했으리라.

그는 교통이 편리한 곳에 있었음으로 강기슭을 끼고 있는 큰 저택 별당 채를 차지하고 오랫동안 행복하게 지내왔다. 그를 돌봐주는 하녀는 없었으나 그 집을 지키는 사람이 그를 위하여 여러 가지 일상생활을 보살펴 주었다.

그는 바깥에 나가지 않으면 안 될 경우에는 문에는 잠을 쇠를 채우고 열쇠를 호주머니에 넣고 나갔다. 조그마한 집이긴 했지만 그래도 방을 셋이나 갖고 있었다. 이리하여 거기에는 남 보기에 아무런 걱정이 없는 듯 보였으나, 크리스마스 날에 갑자기 일대 불상사가 이어나고 말았다.

헌데, 나는 여기서 조금 옆길로 들어가서 우리들의 고향에서 일어난 한 가지 일에 대해서 말해야겠다.

그것은 다음과 같은 이야기다.

옛날 그 고을에는 세 사람의 도둑이 살고 있었다. 그 고을은 옛날부터 도독이 많은 마을로서 이 도둑들이 어느 장사치의 곳간을 털어먹으려고 궁리했었다. 허나 곡간은 돌로 쌓여 있었고 그 아리에도 조그만 창문하나 없었다. 헌데 집 위편에 아주 적은 창구멍이 하나 있었다.

그 창구멍까지 기어 올라가려면 아무리해도 사닥다리가 필요했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 올라간다손 치더라도 그 안에 들어가기는 더욱 힘든 일이었다. 매우 좁은 창구멍을 어른이 들어간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둑들은 상인의 곳간을 털어먹을 심보를 도저히 단념해 버릴 수 없었다. 어째서냐면 거기에는 어떤 희생을 치루더라도 그 대가에 충분할 만큼 값짐 물건이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 곳간 속에는 온갖 종류의 가재보물이 들어 있었다. 여름철 옷감, 털모자, 털 양복, 비단 금침, 양단, 라사 등이 천정에 닿도록 가득 쌓여 있었다. 도둑들은 이러한 보물을 탐냈던 것이다.

그래서 도둑들은 대단한 수단을 생각해냈다.

가족이 없는 한사람인 도둑이 가족이 있는 다른 도둑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좆은 생각을 했네. 여섯 살 먹은 자네 아들놈이 있잖나. 그 애는 아직 뼈가 보드랍고 조그마하니까 그 창구멍으로 들어 갈 수 있을 거야. 그 애를 시키기만 하면 일은 잘 될 것이다.

자네는 마누라한테 거짓말을 하고 어린애를 크리스마스 날에 데리고 나오란 말이야-그 때는 이렇게 말을 해(새벽 기도에 같이 가자꾸나)......그렇게 해서 우리들의 한 사람이 맨 아래 서고 둘째 번이 그 어깨위에 올라간다. 그리고 셋 째 번이 두 째 번 어깨위에 선다. 이렇게 사람의 사닥다리를 만들면 창구멍까지 닿을 수 있다.

그래서 자네 어린애를 우리들은 튼튼하게 밧줄로 묶어서 불빛이 새지 않는 초롱을 들여 가지고는 창구멍으로부터 곳간 한가운데로 밀어 넣는다.

그러한 다음에는 곳간에 들어가서 그 밧줄을 풀게 하고 좋은 물건들만을 고르게 해서 밧줄에 얽어맨다. 그러면 우리는 밧줄만 자꾸 당겨 올리면 된단 말이다. 그래서 다 끄집어내면 어린애더러 제 몸을 묶게 해서 잡아 올리면 된다.

그 다음 우리 세 사람은 그 물건을 노나 가지면 된다. 두 사람 보다도 어린애를 데리고 온 자네의 차지할 것이 훨씬많단 말이야. 그리고 우리도 어린애에게 과자를 많이 사 줄 테다.

어린애의 아버지인 도둑은 그건 신기하다말하면서 대뜸 찬성하고 말았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전날 밤이 오자 그는 마누라한테 말했다.

어린애 준비도 시켜 내가 데리고 갈 테다.

마누라는 동의하여 아버지한테 어린애를 내보냈다. 그러나 세 사람의 도둑은 예배당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어느 어수룩한 술집에 모여 앉아서 먼저 술자리를 벌이고는 한숨 자게끔 그들은 어린애를 한편 구석에 눕혔다.

차츰 바깥에 어둠이 휩싸이고 드디어 술집 문을 닫게스리 되었을 무렵 그들은 자리를 일어서서 초로에 불을 붙여 나갔다. 물론 어린애도 같이 대리고 나갔다.

그리하여 계획대로 일을 진행시켰다. 일은 처음부터 그 이상은 더 바라지 못할 만큼 잘 되어 나갔다.

어린애는 매우 영리하고 재빨라서 곳간 안으로 들어가자 말자 사방을 둘러보고는 날쌔게 값나가는 물건들을 묶었다. 그래서 그들은 밧줄을 자꾸 당겨 올려 수많은 물건을 끄집어내어 이제 세 사람으로서는 운반하지 못할 만큼 많았다. 즉 이 이상은 더 훔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그때 맨 아래 있는 자가 가운데 있는 자에게 말하고 간운데 있는 자가 또 그 위에 있는 자에게 말 했다.

이제 됐어이 이상 더 가져가지 못하겠다. 어린놈더러 몸을 묶도록 말하게. 그 애를 우리는 밖으로 끄집어내야겠다.

친구 어깨위에 서있는 맨 위에 있는 자가 창구멍을 향하여 어린애에게 말하였다.

이제 더 필요 없다……. 빨리 몸을 튼튼하게 묶어서 밧줄을 쥐고 있거라. 우리가 위로 당겨 올려 줄 테니까

어린애는 밧줄로 몸을 묶었다. 그들은 어린애를 당겨 올리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위까지 당겨 올렸을 때 갑자기 상한 밧줄이 끊어지고 말았다. 그 때문에 어린애는 다시 곳간 속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도둑들은 이 생각하지 않았던 일에 당황하고 낭패해했다. 그러자 사방이 소란해졌다. 그 집 바깥뜰에서는 개가 무서운 소리로 짓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놀라 잠에서 깨고 일어날 것이다. 그렇게 대면 도둑들은 절대절명이다. 더군다나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그리스마스 새벽 기도에 갈 시간이 가까워진 것이다. 그때가 되면 도둑들은 훔친 물건을 나르지도 못하고 잡혀버릴 것이 뻔하다.

도둑들은 끄집어 낸 물건을 끼고 도망쳤다. 그 집 사람들은 모두 일어나서 등불을 켜들고는

곳간 속으로 들어가 보았다. 곳간 속에는 온갖 물건들이 흐트러져 있고 매우 많은 물건이 도둑맞은 것을 대번에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떨어져서 다친 어린애가 마룻장 위에서 울고 있는 것이었다.

그 집 사람들은 곧 만사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들은 급히 거리로 트인 창 아래로 가보았다. 거기에는 당황한 도둑들이 물건을 조금 밖에 가져가지 못했기 때문에 끄집어 낸 물건 태반이 그대로 쌓여 있었다.

그래서 이 일을 어떠하면 좋은가, 즉 경찰에 사건을 보고 하러 쫒아가야 할 것인가, 또는 도둑의 뒤를 쫒아야 할 것인가에 대하여 왈가왈부 떠들썩하게 되었다.

허나 이 어둠속을 어느 방면으로 도둑을 쫒아 가야 될 것인지 그 위에 또 그것은 무섭기도 했다. 그런데 그 집 주인은 뛰어난 인물이었다.

영리하고 선량하고, 그리고 이해력이 있는 인물이었다. 그 위에 크리스챤이기도 했다. 그는 젊은 사람들을 보고 말했다.

그만 두는 것이 좋다. 부질없는 일이다. 이 이상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물건은 거지반 그냥 있으니 이러한 일로 뒤 쫒을 필요는 없다.

젊은 사람들은 말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한은 것이 도리이긴 합니다. 하느님이 악인의 죄를 보이기 위하여 어린애를 남겨 두었습니다. 확실한 증거입니다. 이 어린애는 모든 것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어느 집 아인가를 알기만 하면 모든 것이 명백해 질 것입니다.

주인은 다시 이렇게 말하였다.

아니 그렇지 않다. 어린애에게는 아무 죄도 없다. 아무것도 모르고 한 것일 것이다. 어린애를 어떻게 해서는 안된다. 그것보다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느냐 말이다. 괴롭히거나 손을 대지 말아라.

어린애는 하느님의 사도이다. 잘 보살펴서 몸이라도 따뜻하게 해 주지 않으면 안된다. 저기 있는 꼴을 보라. 춥기도 하려니와 놀란 나머지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지 않아. 어린애더러 그 아버지를 비방하게 하는 것은, 기독교도의 할 일이 아니다.

저 어린애가 떨어져 여기 남게 된 것은 하느님의 뜻인 것이다. 그 사람은 나를 모욕하지는 않았다. 허나 저 어린애는 내 있는 데로 왔다.

자네들은 잠자코 있어. 저 어린애는 나한테 있게 될 것이다.

거기서 여러 사람들은 입을 다물고 누구 하나 어린애를 심문하려고 하지 않았다. 어린애는 그 집에 남았다. 그 집주인은 자기의 아들처럼 어린애를 키우고 일을 가르치기를 시작했다.

주인은 선량하고 정직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음으로 어린애는 순진하게 자랐다. 그리하여 그는 아름답고 영리한 젊은이가 되고 그 집안에 누구나가 그를 사랑하게끔 되었다.

그 집에는 딸 하나를 두었을 뿐 아들이 없었다. 그런데 도둑의 아들과 같이 자라난 그 집 딸은 그와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다. 서로 사랑한다는 소문이 세상에 퍼졌을 적에 주인은 아내한테 말했다.

우리 딸년도 이제 시집갈 나이가 되었다.

어떤 사람을 사위로 삼았으면 좋을까? 이것은 잘 생각해야할 문제다. 우리처럼 재산이 있는 인간은 다르겠지만 흔히 세상에 어떤 자들은 우리 애를 볼 때 막대한 재산을 어떻게 보자는 심뽀를 가지게 될 것이라 말이다. 그렇다면 필경 사방에서 사기꾼이나 속여 먹으려는 자들이 모여들 테지.

아내는 대답하였다.

그것은 옳은 말씀이세요, 여태까지 그러한 예가 얼마든지 있잖아요?

그래그래, 정말이야

하고 남편은 말하였다.

심뽀가 좋지 못한 인간들이 모여들 것이다. 선량하게 보이면서 마음은 전연 반대인 것들이. 인간의 마음이란 보이지 않은 것이니까, 시집을 잘못 보내놓고는 후회한다든지 가엾게 생각해봤자 되지 않는 이야기다. 손쉽게 순서 바른 이야기로부터 정합시다.

그건 어떤 뜻이지요?

하고 아내가 물었다.

다름 아니라, 우리가 맡아 있는 그 젊은 애와 결혼시켜 버리자는 것이오. 그 애는 우리가 돌봐서 키운 애니까, 그리고 또 딸년도 그 애를 무척 좋아하는 모양이니까, 그와 결혼시켜 버립시다.

그들은 그렇게 하기로 찬성했다. 그리하여 그 두 사람을 결혼 시켰다.

 

그 후 또 세월은 흘러 노인들은 수명을 다하여 세상을 떠나고 젊은이들은 몇인가의 어린애를 낳았다. 그리고는 또 나이를 먹었다.

그들은 명예를 얻고 행복하게 잘 살았다. 그런데 그 지방에 새 재판이 열리게 되었는데, 그 때 이미 노인이 된 그 역시 배심원으로서 참석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도둑에 관한 제일심의 공판이 열리었다. 그는 몸을 떨면서 자리에 앉아 있었다.그리고 가만히 귀를 기울이고 있는 그는 얼굴이 푸르락붉으락했다.

그리고 갑자기 눈을 감았다. 눈물이 양 뼘으로 흘러 내렸다. 노쇠한 가슴속에서는 온 법정이 들릴 만큼 울음소리가 흘러 나왔다.

재판장이 물었다.

마음이 편치 못할 일이라도 계십니까?

나를 상관하지 마십시오, 나는 사람을 재판할 수는 없습니다.

어째서 입니까?

하고 많은 사람들이 물었다.

여기는 법정입니다. 죄를 범한 자를 바른 인간이 재판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하고 그는 대답 했다.

 

말씀과 같습니다. 허나 내 자신이 바른 바른 인간이 아닙니다. 나는 재판만을 받지 않았다는 뿐이지 도둑질을 했습니다. 원하는 바이오니 여러분들 앙에서 내 죄를 자백할 것을 허락하여 주십시오.

그러나 그 경우 사람들은 그에게 참회할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허지만 그는 그 후 덕이 높은 사람들에게 지나간 날의 사건을 말했다.

즉 그것은 어릴 적 밧줄을 타고 곳간에 들어가서 잡힌 뒤 벌을 받지 않고 용서 받은 일, 그리고 자기의 은인 집에서 아들처럼 자라났다는 그러한 이야기를 하였던 것이다.

이 참회는 모든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그리고 그 지방에서는 누구 한 사람이라도 과거에 그러한 죄가 잇는 그를 탓하려는 자가 없었다. 모든 사람들은 여전히 그를 존경하였다.

 

이 이야기를 나는 친구와 주고받으면서 좋아하였다.

안심해도 좋겠는데요. 그런 착한 인간이 이 세상에도 있으니까

그렇지요

하고 내 친구는 대답했다.

마음을 편케 가져도 좋겠군요. 허나 그것보다도 필요한 것은 어려운 고비를 당할 경우를 생각해서 우리들도 마음의 준비를 해 둘 것입니다.

우리들이 그러한 이야기를 한 그 다음날, 연극에서 밖에 보지 못할 것 같은 일이 우연히 일어났다.

친구가 나한테 와서 말했다.

사건이 생겼어요.

무슨 사건이요?

불유쾌한 일입니다.

나는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응당 조그마한 일일 것이라고. 어째서냐면 그는 사려 깊은 인간이었기 때문에.

참으로

하고 친구는 대답했다.

참으로 불유쾌한 일입니다. 누군가가 지독히 나의 평화로운 생활을 파괴해 버렸어요. 내가 한 시간쯤 외출하고 돌아오자 곧 문에 열쇠를 넣었는데 절대로 문이 열리 버리지 않겠어요. 보니까 책상 서랍이 마루에 뒹굴어 있고 그 안에 들어있는 물건이 모두 흩어져 있잖아요……. 금 시계 줄이 뒹굴어 있고, 그리고 그 외에 여러 가지 값진 물건이 내동댕이쳐 있을 뿐만 아니라 비장 해둔 물건이며 선친이 주신 금시계, 내 장례비용으로 둔 오백 루블이 들어있는 봉투 등이 없어졌습니다.

나는 깜짝 놀라 그에게 무어라 말해야 좋을지 몰랐다.

정말 어떻게 된 일이에요? 어제 그러한 이야기를 한 끝에 오늘은 우리들 가운데 그와 같은 일이 일어난다는 것은!

마치 그가 시험 삼아서 당한 일 같았다. (어떠냐. 너는 이제 다른 사람의 좋은 정신에 위로 당하지 않았다오늘 너는 네 정신 속에 어떤 영혼이 있는가, 그것을 보여라)

나는 조용히 앉아서 듣고 있었다.

그래서 친구는 어떻겠나요?

, 어덯걸까

하고 그는 대답했다.

어떻게 했으면 좋을련지 모르겠어요. 어쨌든 경찰에 신고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다른 사람들은 말하고 있습니다만

그는 우정으로서 나의 의견을 구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 무엇을 말 할 수가 있을 것인가! 신고하라고는 이미 다른 사람들이 말하고 있다. 그 이외에는 나는 무슨 말을 했어야 할 것인가?

나의 재물이 아니고 그의 재물이 잃어진 것이다.타인이 받은 모욕은 누구든지 쉽사리 용서할 수가 있는 것이다.

진정

하고 나는 말했다.

나는 무어라고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는데요. 그러나 원한다면 참고삼아 전에 내가 당한 비슷한 이야기를 하나 할까요.

그는 부디 이야기를 해보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전에 나와 도둑놈사이에서 일어났던 일에 대하여 말하기로 했다.

어느 때 나는 가죽으로 윗저고리를 만들었습니다. 삼백루불이나 준 것인데 매우 무거운 것이라서 힘이 빠져버릴 만큼 언제 어깨를 무겁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그 옷에다가 나쁜 습관을 부쳐 버렸습니다.즉 걸어가면서 언제나 그것을 어깨로부터 법어 버립니다. 그 때문에 소매를 찢고 말았는데 크리스마스 전날 아침, 하녀가 나한테 말했습니다.

옷이 찢어져 있는데 저는 양복점처럼 잘 꿰맬 수가 없어요. 바늘을 찌르니까 소매에 주름이 모여들어요. 문지기 영감이 말하길 그 사람 집 옆에 우명한 양복점이 있는데 매우 수선을 잘한다나 봐요. 문지기에게 맡기면 저녁나절엔 입으시게 될 거예요.

나는 좋다고 대답했지요. 하녀가 내 옷을 문지기에게 주었습니다. 그래서 문지기는 곧 그 유명한 양복점으로 가져갔습니다.

크리스마스 전야는 눈이 내렸습니다. 함박눈이 지독히 퍼부어 왔음으로 저녁때에는 가죽 웃옷이 필요하지 않아지고 외투가 알맞게 되었습니다.

나는 웃옷의 일은 잊어버리고 별로 물어 보지도 않았지요. 그러나 크리스마스 당일 부엌에서 무엇인가 다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파랗게 질려서는 놀라고만 있는 문지기가 크리스마스 축하의 인사도 하지 않고 웃옷이 없어졌다. 양복점이 온데간데없어 졌다고 말하고 있잖습니까. 그는 나에게 경찰에 신고하라고 말했습니다. 나는 듣지 않았지요. 그랬더니 그 스스로가 신고 했습니다.

그러나 나의 웃옷이 있을리 없습니다. 양복집 마누라가 두 어린애를 대리고 출두 했습니다.하나는 세 살, 또 하나는 젖먹이 이었습니다. 사람들 말로는 지독한 가난뱅이랍니다.

마누라도 그리고 무섭게 말라빠진 어린애들도 단칸방에 살고 있으면서 먹을 것조차 아무 것도 없는 형편이랍니다.

내 웃옷에 대해서 양복집 마누라가 날 하는 바에 의하면 남편은 웃옷을 수선해서 전하기 위하여 그것을 가지고 밖으로 나갔는데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갈만한 곳은 모두 찾아보았으나 도리가 없었습니다……. 나는 단념하고 다른 웃옷을 만들었지요. 그리고 잃어버린 물건에 대해서는 잊어버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어느 날 문지기가 내한테로 달려왔습니다.매우 급히 쫒아온 모양으로 숨을 씩씩되어 껑충 말 하는 것이었습니다.

놀라지 마십시오. 저는 그 뒤 쭉 그 양복공을 찾고 있었습니다. 그 놈이 자기 계집을 몰래 만나러 올 것을 노리고 있었지요.

그래서 곧 잡아서 재판관 있는 데로 데리고 갔습니다. 그놈은 지금 거기 있습니다. 지금 곧 흑백을 가리는 것이 좋습니다……. 주인님의 웃옷이니까요

나는 나갔습니다. 보니까 몸은 말라 비틀어져 있었고, 그의 다리는 차에 치었기 때문에 꾸부러져 있었으며, 누더기를 걸치고 있는 꼴이 마치 반송장 같았습니다.

재판관은 나한테 물었습니다.

당신이 웃옷을 잃어버렸나요. 그것은 어떠한 물건이었던가, 또 얼마나 주고 샀나요?

나는 정직하게 대답했습니다.

그 웃옷은 삼백 루블을 주었으며, 아직 새 것입니다. 그러나 잃어버릴 적에는 얼마만한 가지가 있었는지 단정할 수가 없습니다. 웅단 시장 같은 데서 팔라면 백 루블도 잘 못 받을 겁니다.

재판관은 양복공을 심문하기 시작했습니다. 양복공은 이내 유죄로 결정 되었습니다. 어째서냐면 그는 다음과 같이 진술하였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것을 수선해서 문지기 있는 데로 가져가려 했습니다. 주고서 수선한 값을 받으려고 생각 했지요. 마침 운이 나쁘게도 문지기네 집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나는 그 주인의 이름도 모를뿐더러 또 그 댁이 어딘지도 몰랐습니다.

그런데 우리 집에는 땡전 한 푼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옷을 전당잡히고 그 돈으로 차며 사탕이며, 맥주를 샀습니다. 나머지 돈으로 술을 마셔버리고 아침이 되어 깜짝 놀라고 달아나 버린 것입니다. 그 다음에는 뭐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그는 어디서 돈을 써버렸는지 그것도 기억하고 있지 않고 또 어느 전당포라는 것도 알지 못하는 것 같더군요.

너 보기에는 그 옷은 얼마쯤 값이 나가는 것으로 조였나?

그러나 양복공은 똑바로 대답했다.

아주 훌륭한 옷이었습니다.

얼마짜리나 될까?

고급품이었는데…….

백 루블 쯤 되는 물건이었던가?

훨씬 더 갈 것입니다.

그러면 백 오십 루블쯤일까?

그만치 나갈 것입니다.

그는 용감하고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았습니다.

재판관을 벌을 선고 하였습니다.

양복공은 삼개월동안 감옥에 가기로 결정되었습니다. 그 위에 그는 나한테 웃옷의 대금을 지불한다는 것입니다.

나는 충분한 보답을 받은 것입니다. 재판관한테서 그 이상의 것을 기대할 수는 없었습니다.

나는 집으로 돌아오고 양복공은 감옥으로 갔습니다.

그대 얼마 안가 나는 하느님의 뜻으로 류마치스에 걸렸습니다. 심히 뇌심되는 것이므로 밤으로 잠이 오지 않을 때 나는 여러 가지 일을 생각했습니다.

내 머리에서 그 양복공과 어린에를 부둥켜안고 있는 그 마누라의 모습이 떠나지를 않았습니다.

웃옷 때문에 그 사람은 감옥으로 들어갔다. 나이 많은 마누라와 그 어린애들은 어떻게 지나고 있을 것인가?

나는 결코 벌금 돈은 받지 않으리라!

그런데 왜, 신고 같은걸 했을까?

나는 몹시 불안해져서 마침내 양복집 마누라가 살아 있는가, 어린애들은 어떻게 되었는가. 그것을 알기 위하여 사람을 보내 보았습니다.

문지기가 찾아갔다 와서 하는 말이 양복집 마누라는 쫓겨나가게 되어 마침 오늘 옥신각신 하고 있더라는 것이었습니다. 단칸방 세가 6루블이나 밀려 쫓겨난다는 것입니다.

류마치스 때문에 나는 밤새 잠자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피로해서 깜빡 졸라치면 갑자기 양복공이 나타나서 다리미를 가지고 소매 위를 다라는 것처럼 쑤시고 아픈 곳을 다리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다림질 할 때마다 관절 아픈 곳이 뿔돋힌 날카로운 것으로 긁히는 것 같았습니다. 나는 아픔을 견딜 수 없어서, 6루블을 주어 보냈습니다. 그런데 몸이 아니더라도 나의 양심이 그때마다 아픈 것입니다. 왜냐하면 양복공을 불행한 처지에 빠뜨리게 한 죄는 나의 참혹성에 있었기 때문이죠.

양복집 마누라가 6루블의 인사를 하러 오지 않았습니까. 누더기 걸치고 어린애를 발가벗은 채로.......

나는 다시 3루블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밤이 되면 또 양복공이 차가운 다리미를 가지고 나타나는 것입니다. 어째서 나는 이러한 꼴을 당하지 않으면 안되는지 나는 초조하게 생각하기 시작 했습니다.

나는 어쩌면 좋을까. 이처럼 정리되지 않는 마음의 상태로서는 견디어 날 수 없다. 나는 고달픈 회의에 사로잡혔습니다.

그러는 중 부활제가 왔습니다. 양복공은 아직도 반달동안 더 감옥에 있지 않으면 안되었습니다....... 나는 그 마누라에게 1루블 혹은 2루블씩 몇 차례나 주었습니다.

그러나 부활제라면 훨씬 더 많이 주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래서 나는 내 힘이 미치는 한 돈을 더 많이 주었습니다. 그런데도 그는 점점 그거 받아먹는 버릇이 되어 언제나 부족한 얼우리들의 은인은

하고 그녀는 말합니다.

우리들을 쇠사슬로 얽혀놓았다. 나는 어린 것을 데리고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당신은 우리들을 죽인 거나 같다.쉬이 당신도 하느님이 죽일 것이다

우습기도 하고 화가 치밀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하고, 또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만약 내 웃옷이 양복공과 함께 그대로 없어져 버렸던들 나는 훨씬 마음 편했을 것이 아닌가.

그편이 더욱 더 자비롭고 유익하기도 했겠지요. 허나 이제 와서는 헐벗고 굶주리고 있는 차가운 어린애들의 어머니인 여자의 입을 닫히게 하려 면은 도둑의 가족을 내가 양육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양심은 괴롭기만 합니다. 사형집행관이라 할지라도 사형수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굶겨 죽이지는 못할 것 아닙니까.

나는 어떻게 이래저래 양복집 가족을 먹여 살리고 있습니다. 마음 가운데 는 차츰 괴로움이 더하여 갈 뿐입니다. 나는 웬일인지 다른 사람의 웃옷 훔쳐간 것 보담도 더 나쁜 짓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한 생각에서 아무리해도 벗어 날 수가 없습니다.

내가 이러한 곡절이 있는 이야기를 끝마쳤을 때, 도둑맞은 나의 친구는 나의 말을 받아

그럴 것입니다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역시 그렇게 하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여러 사람들을 번거롭게 하는 것은 원하지 않습니다. 도둑맞았다. 그것으로써 만사는 끝나버려야 할 것입니다.

위의 이야기와 같이 그렇게 사건은 끝났습니다.

그래서 나는 별로 이것저것 말 할 필요가 없었진 것이다. <N 리에스코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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