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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이 있는 시

바람은 모두를 흔들리게 한다 / 이 섬

by 바닷가소나무 2015. 8. 30.

바람은 모두를 흔들리게 한다 / 이 섬

 

제주도 돌담은 바람은 한통속이다

숨기고 감추어둔 속마음 겉마음 다 터놓고 산다

바람의 지문이 찍힌 검은색 현무암 숭숭 뚫린 구멍은

강풍의 숨통이고 바람의 공기구멍이다

 

바람에게도 빠져나갈 구멍이 필요하다

수시로 몰아붙이는 강풍 옴짝달싹 못하게

가둬 놓으면

그 사나운 성깔 언제 어디로 폭발할지 모른다

물불 가리지 않고 흔적 없이 휩쓸고 뭉개 버릴지,

 

바람이 땀 식히며 숨 돌리고 쉴 수 있는 쉼터,

바람그물이 필요하다

얼기설기 쌓아서 달빛 별빛도 잠시 쉬어 가는

여유로운 현무암 돌담길

흔들릴수록 더 깊이 뿌리 내린다는,

튼튼한 돌담

 

밭담, 월담, 산담, 울담 모두 모여 만 리를 이룬다는

제주도 흑룡만리 길,

꼬리며 지느러미가 꾸불꾸불하다

등굽이 숭숭 뚫린 구멍마다 바람이 걸어간 발자국이

또렷하다

 

가끔은 내 어깨를 통과하는 바람의 기침 소리 들릴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