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3일
신을 따른다는 것은 그대를 사람들 앞에서 자유롭게 한다.
1
자기의 처지에 만족하고 있는 노예는, 이중으로 예속되고 있다. 왜냐하면 그때 그는 ㅇ육체뿐만 아니라 정신도 예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부리캐>
2
자기의 자유를 잃은 인간은, 자기 자신의 본성에 배반하고 신의 명령에도 배반한 인간이다. ,마드지이니>
3
평화란 어떠한 형식으로 나타나든지 아름다운 것이다. 그러나 평화와 예속과의 사이에는 큰 다름이 있다. 평화란 무엇에 의하든지 파괴되지 않는 자유이다. 그러나 예속은 악 중에서도 가장 해로운 것이다. 우리들은 이것에 대하여 죽을 때 까지 힘이 닿는데 까지 싸워야 한다. <시세로>
4
나는 자유로이 받아들일 수 있는, 그러나 보이지 않는 본원의 내면적 동기에 따라서만 행동하는 사람을 자유인이라고 부르고 싶다.
나는 또한 습관에 예속되지 않고 낡은 세대의 도덕에 만족해 버리지 않으며, 일정한 법칙에 갇히어 버리지 않으며, 배후에 있는 것을 잊어버리며, 양심의 소리에 귀를 기우리고, 새로우며 보다 높은 문제로 나아가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을 자유인이라고 부르고 싶다. <챤 닝>
5
이런 것을 기억하라. 즉 자기의 의견을 변경 시키게 하고 자기의 과실을 바로 잡아준 사람에게 따르는 것은 짜기의 과실을 고집하는 것보다 훨씬 가까운 것이라 함을. <오오레리아스>
◆독수리
우리는 얼마동안 한 마리의 독수리를 감옥에서 길렀다. 작은 종류의 독수리였다. 어떤 죄수가, 상처를 입어 건의 다 죽어가는 것을 가져왔던 것이다. 오른쪽 날개가 전연 못쓰게 되어 날수 없었다. 한쪽 다리는 심한 상처를 입고 있었다. 독수리는 성난 듯이 들여다보는 죄수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그 뾰쪽한 부리를 벌렸다. 마치 버릴 목숨이면 값있게 버리려는 듯이.
그 독수리를 우리들ㅇ은 안뜰에서 석 달 동안이나 길러 왔는데, 처음 우리들은 자주 그를 보러 갔었다. 그리고 어떤 때엔 사람들은 개를 데리고 그를 못살게 굴었다. 개는 성을 내어 덤벼들었다. 그러나 무서워서 가까이는 가지 못했다. 그런 일이 죄수들에게는 매우 재미있었다. 『겁쟁이자식! 그게 무서워서』
그러나 얼마 있더니 개는 무서움을 이기고 독수리에게 덤벼들었다. 개는 새의 상한 날개를 물었다.
그러자 독수리는 부리와 발톱으로 막는다.
그리고는 상처를 입은 임금처럼 자기의 재난을 보고 있는 사람들을 노려보면서 거만스럽고 무서운 몸짓으로 우리 구석으로 찾아 들어갔다.
죄수들은 이 장난에도 싫증이 났다. 그래서 독수리는 아주 잊어 버려진 것 같았다. 그러나 누군가 날마다 새로운 한조각의 고기와 물을 넣는 그릇을 독수리 옆에 놓아 주는 사람이 있었다. 처음 며칠 동안은 독수리는 아무것도 먹으려고 하지 않았다.
두 달 동안이나 잊고 있었던 죄수들은 겨우 그를 생각했다. 그러자 그들의 모두는 동정의 뜻을 나타냈다.
그를 해방하기로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죽도록 해주어라. 자유의 몸으로』
죄수들은 말했다.
『그래야지 이렇게 자유를 갈망한 새는 도저히 감옥에서 살수 없다』
하고 다른 한 사람이 또 말했다.
『이놈은 우리들과는 다르지 않나』하고 누구인지 말했다.
『물론이지, 이놈은 새고 우리는 인간이니까』
마침내 어느 날 오후, 죄수들은 독수리를 잡아서 놓아 주기로 했다.
죄수들은 독수리가 어디로 갈 것ㅇ인가 매우 알고 싶어 했고 흥분했다. 그것은 이상한 일이었다. 그들은 모두 마치 자기네들이 자유를 얻는 듯이 기뻐하며 바라보았다.
『아! 매정한 놈아! 사람들은 너를 친절하게 해 주려는데 너는 그 보답으로 사람의 손을 물어뜯느냐』 하고 그를 잡고 있던 사나이가 이 심술궂은 새를 밉살스러운 듯이 보면서 말했다.
『날려 보내주어라 미키드카!』
그들은 독수리를 초원위로 날렸다. 늦은 가을이엉서 회색의 추운 날씨였다. 바람은 발가숭이의, 위에서 맵게 불면서 누렇게 말라버린 갈잎 사이로 신음하며 스쳐갔다. 독수리는 그 상처 입은 날개를 훨훨 치면서 날아갔다. 죄수들은, 풀 위를 닿을락 말락 머리를 쳐들고 날아가는 그를 지켜보며 언제까지나 물끄러미 서 있었다.
『보이나 응?』한 사람이 매우 궁금하게 생각하는 얼굴로 말했다.
『저 자식 옆도 보지 않는다. 자식 도무지 돌아다보지 않는다.』다른 사나이가 말했다.
『너는, 혹시 그가 우리에게 인사라도 하러 오리라고 생각했어?』하고 세 번째 수인이 말했다.
『정말, 그는 자유다. 그는 그것을 느끼고 있다. 자유를 느끼고 있다.』
『그렇다. 자유를 얻었다』
『이젠, 우리는 그와 만날 수 없겠지? 그렇지 않아?』그러자 그때
『너희들은 무엇을 꾸물대고 있어! 앞으로ㅡ앞으로』하고 감시병이 고함쳤다. <도스토애프스키>
◆ 딸 기
무더운 바람도 없는 어떤 7월의 말이었다.
그러나 들장미가 달콤한 향기를 뿜고 있었다. 숲 속의 빈 터는 크로바로 짠 우단으로 덮은 듯하였다. 자라서 키가 큰 보리는 그 밑에 그늘을 짓고 있었다.
그 익을락 말락 한 이상은 흔들리고 있었다. 저지(低地)에는 관목(灌木)이 서로 엉켜져 있었고 밀밭 보리에서는 까치가 요란스럽게 깍깍 거리고 있었다. 숲속의 꾀꼬리는 생각난 듯 잠시 동안 노래하다가 가만히 있었다. 만물이 타버릴 듯이 더웠다. 길가에는 손가락 기럭지만큼 먼지가 쌓여 있었다. 그것은 쉴 사이 없이 짙은 구름처럼 날리우고, 엷은 미풍에도 이리저리 흩어져 나갔다.
농부들이 짐을 지고 마차로 비료를 나르고 있었다. 가축은 밭에서 다음 수확기가 오기를 기다리면서 말라버린 빈터에서 모이를 ㅊ찾고 있었다. 소는 주인ㅇ을 떠나 고리를 치면서 귀찮게 구는 파리를 쫒고 있다. 머슴애들은 길가에서 풀을 뜯어 먹는 말을 보면서 아무것도 아닌데도 킥킥거리고 있다. 계집아이들은 숲속의 밝은 곳을 찾아 들어 별장으로 팔로 갈 딸기를 따고 있다.
별장에 살고 잇는 사람들은 누구나 다 화려하고 고운 사치스러운 옷을 입고 있었으며, 파라소릉ㄹ 들고 모래밭 길을 거닐며 또 나무 그림자 밑에 앉아 작은 색칠한 탁자를 놓고 지껄이며 차와 찬 음료수를 마시고 있었다.
자그마한 탑과 베란다, 발코니ㅡ낭하ㅡ(모두가 새로 지운 것뿐으로 깨끗했다.)ㅡ가 붙어있는 『니코라이』의 굉장한 별장 옆에 새 말이 끄는 마차가 서 있었다. 그것ㅇ은 십 모 마일쯤 떨어진 읍에서 어떤 신사를 태워 온 것이었다.
이 신사는 유명한 진보파의 이물로서 모든 공사 단체에 관계하고 있었다.
그리고 표면으로 교묘하게 정부당을 표방하면서 그 실은 가장 자유주의적인 사람들과 사귀고 있었다. 그는 시골 읍에서 똑 같은 사상을 가진 어릴 때 친구를 찾아 온 것이었다.
그들은 단지 헌법원리(憲法原理)의 운용에 대해서만 다소 의견 차이를 갖고 있었다. 이 신사는 어느 정도 사회주의적인 경향이 있고, 또 서 구라파적 이었다. 그는 자기가 근무하는 여러 군데서 급료를 받고 있었다. 『니콜라이』는 성격적으로 순수한 러시아인이었다. 그리고 정교신자(正敎信者)로서 수천 두락의 대지주였다.
그들은 뜰에서 식사를 같이 했지만 더위 때문에 다섯 쟁반의 요리 가운데서 하나도 먹지 못했다. 거기엔 니콜라이의 처 마리아와 어린애 셋이 참석했었다.
식사는 일곱 시쯤 되어 끝났다. 식후 이 두 친구는 베란다에 나가서 차가운 소다수와 백포도주로 상쾌한 기분을 누리면서 이야기를 주고 박았다.
그들 둘이는 우선 가장 좋은 방법에 있어서 의견의 차이를 가졌다. 그리고 식당으로 차를 마시려 갈 때는 설로 상당히 흥분된 어조로 토론하고 있었다.
차 시간에도 여러 가지 이야기가 오고 갔다.
사치스러운 청동 램프가 켜졌다.
바깥에도 램프가 켜졌다. 아이들은 잠자리로 갔다. 손님은 니콜라이와 함께 베란다로 나갔다. 하인이 것이 붙은ㅇ 촉대와 소다수를 가져왔다.
이리하여 한 밤중에 또 토론이 시작되었다. 이번 것은 현제의 러시아와 같은 위금한 시기에 있어서 어떠한 정책이 필요한가에 대해서였다. 이 두 친구는 다 같이 담배를 피워가며, 쉴 사이 없이 이야기하였다.
바깥에는 세 마리의 말이 배를 곯고 서 있었다. 그 목에 달린 방울이 소리를 내고 마차에서는 늙은 마부가 하품을 했다간 또 코를 골든 하고 있었다. 이 마부는 이십년이나 한 주인 밑에 시종하여 이 삼 루블을 술잔 갑으로 쓸 뿐 그 외는 그의 급료를 전부 고향에 잇는 형제들에게 보내는 것이었다. 그러나 여러 별장에서 특히 근처의 뒷마당에서, 장닭이 울기 시작했을 때 마부는 자기가 버림받은 것 같은 불안을 느끼기 시작하였다.
그는 마차를 내려서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자기 주인이 안장서 무엇을 먹고는 또 무엇인지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주인 옆에 갈 용기도 나지 않아서 그는 그 집 하인을 찾으러 갔다. 하인은 작업복을 입은 채 제 방에 앉아서 잠들고 있었다. 그는 농노 출신으로서, 자기 품삯으로 딸 다섯 아들 둘의 대가족을 거느리고 있었다. 마부는 그를 깨웠다. 그는 벌떡 일어나서 몸을 으스스 떨었다. 그리곤 눈을 비비면서 마부가 걱정을 하고 있으며 돌아가고 싶어 한다고 주인에게 말하러갔다.
하인이 돌아 왔을 때엔 토론의 크라이막스였다. 마침 와있었던 의사가 주인과 손님의 이야기에 개임하여 말을 거들고 있었다.
『나는 용서 할 수 없소』하고 손님이 말했다.
『러시아 국민에게는 다른 어떤 발전의 길_ 무엇 보담도 필요한 것이 자유요. ㅡ정치적 자유ㅡ 이야말로 일반 대중에 대한 최대의 권리를 보장하는 조건하에서』
그 손님은 혼돈되어 자기가 옳은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이 생가가지 못했다.
의론에 열중해서 어느 쪽이 옳은지 분간할 수 없었다.
『그것은 그렇습니다.』 니콜라이가 대답했다.
손님 말에는 귀도 기울우리지 않고 자기 의견에만 도취되어 큰소리만 하려고 하면서, 『그것은 그렇습니다. 그러나 다른 수단으로서도 될걸요. 투표의 다수에서가 아니라 일반적인 동의에 의해서 말입니다.』
마침 그때 이반이 작업복을 입고 졸리는 듯 한 눈으로 들어 왔다. 그래서 그의 말을 방해해버렸다.
『마부가 걱정을 하고 있는뎁쇼.』
『곧 갈 테니. 오늘은 특별히 팀을 준다고 말해두어.』
다시 한동안의 토론이 끝나고 마침내 손님은 작별의 인사를 했다.
이반은 손님의 모자와 우산을 찾기 위해 오랫동안 피곤한 다리를 끌고 서둘렀다. 우산은 손님 자신도 잊어버린 구석진 곳에 두었던 것이다.
니콜라이는 손님이 간 후에도 아내 옆으로 갈려고도 하지 않고 같은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아까의 그 친구 사상이란 참 무서운 사상이지. 그 사람은 거기에서 빠져 나올 수 없을 테니』하고 그는 생각했다.
그는 아내가 잇는 집으로 급히 갈려고 하지 않았다. 가봤댔자 벼한 좋은 일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아들이 딸기 때문에 앓고 있다. 어제 마을 아이들이 딸기를 팔러 왔었다. 그는 에누리도 하지 않고 아직 익지도 않은 것을 두 쟁반 수북이 산 것이었다. 그래서 아이들은 뛰어와서 졸라대며 그만 과식해버린 것이었다.
그가 얼마 후 가보니, 아내는 고운 색깔의 명지 잠옷을 입고 그릇에 초방울이 떨어지는 초를 들고 의사와 함께 어린애 방에 있었다. 의사는 주의깊이 안경너머로 그릇속의 것을 검진하고 있었다.
『그렇습니다.』 그 여자는 말에 힘을 주어 말했다. 『모두 딸기 탓입니다.』
『그런데 딸기가 어쨌단 말이요』남편이 주저하면서 말했다.
『딸기가 어쨌다구요? 당신이 옆에 있으면서 이 아이에게 주었단 말이에요.
그래서 나는 밤잠도 자지 않고 간호하지 않으면 안된다우. 이 아이는 꼭 죽고 말 것입니다 말이에요.......』
『아니 생명에는 지장이 없습니다.』의사는 웃으면서 말했다. 『약을 한 첩 먹이고 주의하면 곧 좋아 질것입니다. 자아 곧 그럽시다.』
『잘 자고 있는데요.』 여인은 말했다.
『그렇다면, 깨우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내일 내가 다시 오겠습니다.』
『네 그러세요,』
의사는 돌아갔다. 그래서 니콜라이는 아내와 단 둘이 남았지만 오랫동안 아내의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가 잠이 들었을 적엔 벌써 해가 중천에 높이 떠올랐을 때였다.
*
이때 옆 동네에서는 일꾼들과 아이들이 말을 타고 밤일을 끝마치고 돌아왔다. 어떤 사람은 말을 타고 또 어떤 사람은 말고삐를 끌고 따로 한 마리를 데리고, 그리고 그 뒤에는 한 살 두 살 난 망아지가 따라오고 있었다.
열 두 살 난 소년 타라스카는 담요로 만든 코트를 걸치고 맨발로, 모자를 쓰고 암소를 타고 왔었다.
그리고 어미 닮은 망아지를 데린 말을 끌고 딴 사람들의 뒤를 따르며 마을을 보고 언덕으로 으로 쫓아 올라오고 있었다.
검둥이가 기쁜 듯이 말들 앞에서 둘레를 보살피면서 뛰고 있었다. 그 살찐 망아지는 검고 흰점이 섞인 다리로 좌우를 걷어차면서 따라오고 있었다. 다라스카는 집에 돌아와서 문간에 말을 매고 방으로 들어갔다.
『야! 너희들 아직 잠자고 있니』하면서 초라한 이불속에 잠들고 있었던 동생들에게 고함쳤다. 그들 옆에 잤던 어머니는 벌써부터 일어나 우유를 짜러 가고 없었다.
오리구시카는 두 손으로 헝클어진 머리털을 쓰다듬으면서 일어났다. 그러나 그 옆에는 자고 있던 프에치카는 털저고리 속에 머리를 처박고 있었다. 그리고 한쪽 발목으로 코트 밑에 내밀고 있었던 아름다운 무릎을 긁으면서 잠자는 척 하고 있었다. 전날 밤에 아이들은 딸기 따러 가기를 약속한 것이었다. 그래서 타라스카는 밤일에서 돌아오면서 깨어주기를 약속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밤일을 하는 동안 숲속에서 앉아서 잠들지 않도록 주위 했었는데, 이제 생기가 다시 들고 조금도 졸리지 않아, 계집아이들과 함께 딸기 따러 갈려고 생각했다. 어머니가 우유를 한 잔 주었다.
그는 샤쓰와 바지만 걸치고 아주 급하게, 먼지 속에 맨발자국을 남기면서 나갔다. 길가에는 먼저 간 아이들이 남기고간 크고 작은 발자국이 있었다.
다라스카는 커다란 숲 뒤에서 그들을 따라 갈수 있었다. 이슬이 풀잎위에, 풀 위에 또는 조그만 나무위에 맺어있었다. 계집애들의 조그만 다리는 곧 촉촉하니 젖었다. 글기고 처음에는 차가웠지만 풀 위나 울뚝 불뚝한 마른 땅위를 거닐고 있는 동안에 따뜻해졌다. 계집애들은 우선 작년에 나무를 벤 숲속으로 찾아들었다. 연한 나무순이 돋았을 뿐인 물기 많은 관목 사이에 키 작은 풀이 솟아있는 곳이 보였다. 그 풀 속에는 푸른 것, 연분홍 또는 새빨갛게 된 들 딸기가 가득 숨어 있었다.
계집애들은 몸을 굽히어 햇볕에 그으른 조그만 손으로 하나 둘 딸기를 따기 시작했다. 그리고 좀 좋지 못한 것은 제 입속으로, 좋은 것은 항아리 속에다 담았다.
타르스카는 딴 아이들과 떨어져서 제 작년에 나무 벤 숲속으로 들어갔다. 거기에는 호두와 단풍나무가 사람 키만큼 자라 있었다. 풀도 무성했다. 딸기는 다른데 보다도 큰 것이 많았다. 그리고 풀에 보호되어 물기도 많았다.
『구로시카』
『무어니』
『늑대가 오면 어떠하겠어?』
『늑대가 오다니? 큰일이지, 난 조금도 무섭지 않아!』구로시카는 말했다.
그리고는 늑대 따위는 잊어버리고 열심히 땄다. 그리고 좋은 딸기를 항아리에 담지안고 입에 넣었다.
『어머……. 타라스카는 골짜기를 넘어섰어.』
그렇게 말하고 계집애들은 나무에 의지하면서 언덕을 내려 골짜기로 들어섰다. 거기서 그들은 햇살이 잘 내리쪼이는 짧은 풀이 솟은 딸기 넝쿨을 찾아 ㄴ내어 손과 입술만을 연실 쉴 사이 없이 놀리고 있었다.
그러자 갑자기 그들 옆에서 무엇인가 뛰어나왔다.
구로시카는 놀란 나머지 애써 딴 딸기를 절반 이상이나 쏟아버렸다. 그리고는 『어머니!』 하며 울기 시작하였다.
『토끼, 토끼야. 타라스카. 토끼야 토끼가 있다』하고 올리구시카가 긴 귀가 붙은 회색 등을 가리키면서 말하였다.
태양은 벌써 솟아서 밝은 빛깔로, 나뭇잎을 물들이고, 이슬 속에 반짝이고 있었다. 그 이슬방울로 계집애들은 상의까지 모두 적셨다.
계집애들은 어느 사이에 벌써 숲 가장자리까지 왔다. 그리고 아침 식사 때쯤 되어서 항아리와 병에 반쯤 찼을 무렵에, 계집애들은 자기들과 마찬가지로 딸기를 따러 온 아주머니 아트리나를 만났다.
『인제 막, 커다란 토끼가 뛰어 나갔어요. 괴상한 소리를 내서, 깜짝 놀랐어요.』
『정말이니』하고 아크리 나는 말했다. 계집애들은 아크리나와 헤어져, 또 딸기를 따기 시작했다.
『쉬자.』오리구시카는 먼저 그렇게 말하고 나무 그늘에 앉았다.
『피곤하고나. 빵을 가져 왔으면 좋았을 거야.』
『나도 배곺아』하며 그로시카도 맞장구를 쳤다.
『이때 아크리나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리구시카』
『네?』
『미시자 거기 있니?』
『네?』
얼마 있지 않아 덤불속에서 뛰는 소리가 나고 치마 자락을 무릎까지 걷어 올리고, 광주리를 팔에 걸친 아크리나가 나타났다.
『그 애를 보지 안했니.』
『보지 못했어.』
『아이고 어떻게 할까 미시카!』
대답이 없었다.
『아이고, 어떡할까 길 잃은 애가 되어버렸구나. 이 넓은 숲속에서 길 잃은 애가 되어버리다니.』
오리구시카는 일어서서, 그로시카와 함께 찾으러 나섰다. 아주머니 아크리나는 다른 방향으로 찾으러 나섰다.
그들은 끊임없이 커다란 목소리로 미시카를 불렀으나 대답이 없었다.
아크리나의 슬픈 목소리는, 넓은 숲 멀리까지 들렸다. 오리구시카는 벌써 찾기를 그만 두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생각하였다. 그 때, 나무 가까이 울창하게 우거진 속에서 그는 무슨 새(鳥)인지, 아마 새끼들과 함께 있는 새의, 성낸 것 같으며 몹시 우는 소리가 들렸다.
오리구시카는 깊숙하고, 꽃이 피어 있는 키 큰 풀 속에 파묻혀 있는 덤불속을 보았다. 그리고 그 속에, 나무와는 틀리고 자그마한 푸른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머물러 ㅅ허서, 주의하여 보았다. 그것은 미시카였다. 새들이 겁을 내어 성ㅇ을 내고 잇던 것은, 그였다.
미시카는 머리 밑에 손을 베고, 뚱뚱한 배를 엎치고 가로 누워 있었다. 살쪄서 굽은 예ㅃ 다리를 쭉 뻗고, 기분 좋게 잠자고 있었다.
오구리시카는 아주머니를 불렀다. 그리고 그 애를 일으켜 딸기를 주었다. 그리고나 서 오구리시카는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곧 집에서는 어머니와 아버지와 이웃 사람에게 어떻게 하여 아크리나와 아들을 찾아내었는가에 대해서 이야기하였다.
*
태양은 이미 숲 뒤에서 솟아올라 대지와 그 위에 있는 모든 것을 내려 쪼이고 있었다.
『오리구시카 미역 감으로 안가?』뒤에서 따라오던 계집에가 말했다. 그리고 모두 함께 노래를 부르면서 개울로 갔다.
그들이 돌아와 점심을 먹고 딸기를 골라서 광주리 속에 담아 니콜라이의 별장으로 가져갔다. 거기서는 언제나 값지게 팔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거절당했다.
양산 밑 커다란 안락의자에 걸터앉아 더위에 지쳐 있었던 마리아는 딸기 파는 계집애들을 보자, 부채를 흔들면서 그들을 내 쫒았다.
『필요 없어, 필요 없다』
그러나 학교에서 너무나 머리를 쓰고 쉬느라고 근처에서 동무들과 크리케츠를 하고 놀던 열 두 살 난 장남 와리아는 딸기를 보자마자 오리구시카 옆으로 달려왔다.
『그것 얼마니?』하고 물었다.
『삼십 원입니다.』그녀는 대답했다.
『비싼데』장남이 말했다. 그는 어른들이 언제나 그렇게 말했기 때문에 흉내 내어 비싸다고 했다.
『조금 기다려, 저쪽으로 돌아와』라고 그는 말하면서 유모를 찾으러 뛰어갔다.
그동안 오리구시카와 구로시카는 조금만 집들과 수풀과 마당이 비쳐있는 하나의 유리창에 눈이 팔려 있었다. 그들은 이 창이나 또 다른 것에도 그다지 놀라움을 지니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들은 부자들의 신비한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이든 신기한 것뿐이라고 전부터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와리아는 유모에게 가서 삼십 원을 달라고 졸랐다. 유모는 이십 원만 하면 많다고 말하며, 통속에서 돈을 내 주었다. 와리아는 간밤의 피곤한 잠에서 이제 금방 일어나서 담배를 물고 신문을 읽고 있던 아버지의 눈을 피하면서 계집애들에게서 이십 원을 주고 쟁반에 딸기를 받았다. 그리곤 정신없이 먹었다.
집에 돌아와서 오리구시카는 이십 원을 싼 손수건을 이빨로 풀어 그것을 어머니에게 주었다. 어머니는 그 돈을 넣어두고 개울로 가져갈 빨래를 주섬주섬 담고 있었다.
아침 식사 후 아버지와 함께 감자 밭을 맨 타라스카는 꿀밤나무 그늘에서 잠자고 있었다. 그 옆에서는 아버지가 말 연장을 풀고 나무에 맨 말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날도 니콜라이 댁의 만사는 평상시와 같았다. 모든 것이 조금도 다름이 없었다. 새 쟁반의 런치가 제공되어 파리가 벌써부터 그것을 핥고 있었다. 아무도 식욕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니콜라이는 자기 견해의 올바름에 만족하고 있었다. 그날 아침 읽었던 신문에 그것이 암시되어 있었던 것이다. 마리아는 평화스러웠다. 왜냐하면 아들에게 먹인 약이 효력이 있었기 때문에. 의사도 만족스러웠다. 왜냐하면 자기가 한 치료가 좋은 결과를 가져 왔기 때문에.
와리아도 만족했다. 왜냐하면 딸기를 쟁반 가득히 먹었기 때문이다. <레프 톨스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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