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4일
권력자 ― 즉 부한 자와, 굴 종자 — 즉 가난한 자로 서로 갈려있는 사회에서 옳은 제도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1
어떤 영국의 작가가 모든 인간을 세계의 계급으로 나누었다. 노동자와 거지와 도둑놈의 셋이 그것이다. 이 분류는 항상 스스로를 『높은 계급』이라 이름 짓고 잇는 계급에 속하는 사람들에게는 큰 실례가 될 것이다.
그러나 경제적인 견지에서 볼 때, 이 분류는 틀림이 없다. 인간이 부자가 되는 길은 셋 밖에 없다. 노동을 하가나, 남이 주는 것을 받거나, 훔치거나 이 세 가지밖에 없다. 그리고 노동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조금밖에 보수를 받지 못하게 되는 원인은, 거지와 도둑놈이 그렇게도 많은 때문이다. < 헨리 • 죠오지 >
2
인간이 행복하게 될 수 있는 방법과 연장이 참으로 많이 생겼다. 이런 방법이나 연장에 대해서는 우리들의 조상은 무엇 하나 알지를 못했다. 그러나 우리들은 행복한가? 만약 어느 소수의 사람들이 정도 이상으로 행복해진다면 대다수 사람들이 정도 이상으로 불행해 지는 것이 다. 인생에 있어서 여러 가지 수단이, 단지 얼마 안 되는 부자들에게만 많아졌다는 것은 대다수의 사람들로 하여금 자기들은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한 것이다. 남의 행복을 파괴함으로써 얻은 행복이 어찌 참된 행복이 될 수 있겠는가? < 루 소 >
3
방랑자는 부호에 대한 장식품이다. < 헨리 • 죠오지 >
4
굴종적인 노예로 되기보다, 압제적인 군주기 되는 펀이 더욱 나쁘다.
5
한편에는 무지, 거지, 노예, 그리고 타락이 있고, 다른 한편에는 교양, 부, 권력이 있으며 서로 존경하고 사랑함을 방해하고 있는 판인데 어떻게 기독교의 동포애를 뿌리박게끔 할 수 있겠는가.
*
만약 당신이 일을 하지 않았는데도 보수를 얻었다면, 어디엔가 반드시 일을 하고도 보수를 얻지 못한 사람이 있을 것이다.
◇ 行 商 人
야채장수 <제롬 • 크렌케빌>은 거리거리로 손수레를 밀고 다니며 『배추요, 무, 감자, 사려 』하고 외쳤다. 파를 가지고 있을 때에는 『싱싱한 아스파라가스 사요』하였다. 왜냐하면 파는 가난뱅이의 아스파라가스라 할 수 있어서.
어느 때, 시월 이십일 오정 때였는데, 그가 『몸마르틀 』거리를 손수레를 밀고 오노라니까, 구두 가게 여편네<바이알> 부인이 가게 안에서 뛰어 나왔다. 그리고 애채를 실은 손수레 곁까지 와서, 불결한 것이라도 만지는 듯이 파 한 단을 집어 들고 말했다.
『어건 하지야 하치. 얼마죠?』
『십오 원이죠, 아주머니, 이런 좋은 파는 좀 체로 없습니다. 』
여자는 낮을 찡그리고 파단을 도루 손수레 속에 집어 던졌다.
그때, 육십사호란 표적을 단 순경이 와서 크레케빌에게 말하였다.
『어, 얼른 지나가지 못해?』
크레케빌은 이제 오십년 동안이나 아침부터 밤까지 손수레를 밀고 있는 셈이었다. 순경의 명령은 그에게 있어서 무엇보다도 엄숙히 지켜야할 규칙이었으며, 이 세계 모든 질서의 근본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래서 이대도 얼른 손수레를 밀고 갈 준비를 하며 야자에게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도록 재촉하였다.
『몇 번 골라잡아도 마찬가지야!』
하고 여자는 화난 듯이 말하였다. 그리고 닥치는 대로 손수레위 파단에 손을 대어 보다가 한참만에야 제일 나은 듯한 놈을 한 단 골라내어가지고 그 파단을 가슴에 꼭 안았다.
『십 원만 해요. 십 원이면 좋지 뭐. 얼른 가게에서 갖다 드릴께.』
파단을 가지고 여자는 들어갔다. 마침 그때, 구둣가게로 어린애를 안은 손님이 들어왔다.
육 십사호 순경은 그렌케빌에게 두 번째 명령을 했다.
『아직도 안가는 거야? 』
『저는 돈 받아야 갑니다. 』
하고 그렌케빌은 대답하였다.
『나는 자네가 돈을 기다리고 있는 것을 모르는 것이 아니야. 나는 자네한테, 교통방해가 되지 않도록, 얼른 가라고 말 한 거야!』하고 가차 없는 어조로 순경은 말하였다. 그러는 동안, 구둣가게에서는 여자 주인이 어린애의 구두크기를 재고 있었다. 손님은 몹시 급한 모양이었다. 파는 초록빛 대가리를 보이고, 탁자위에 조용히 누워 있었다. 크렌케빌은 손수레 끌고 거리를 장사하며 돌아다닌 오십년 동안, 관리 나으리께서 하는 말에는 절대 복종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라 명심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대, 그는 권리와 의무의 문제에 있어서, 심히 예외적인 입장에서 있었다. 즉 그는 법률의 문제는 전연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리고 사적인 권리를 집행함은, 사회적인 의무를 수행함에 방해가 된다는 사실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십 원 돈을 받기에 자기의 주위를 너무 집중시키고 있었다. 그리하여 손수레를 끌고 앞으로 걸어가야 하는 사회적 의무에 대하여 열심히 생각할 사이가 없었다. 네 번째, 육십 사호 순경은 얼른 가도록 명령을 내렸다.
『자네에게는 내가 얼른 가라는 말이 안 들리는가?』
크렌케빌의 눈에는 무슨 일이 있던 그 거리에 머물러 있지 않으면 안 될 간절한 이유가 있는 듯 빛났다. 그는 다시 솔직하고 퉁명스런 어조로 대답하였다.
『 나으리가 되레 내 말을 알아듣지 못하시는 구려. 전 돈 받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뭐라고? 그럼 자넨 관헌 반항죄로 끌려가고 싶은가? 그러고 싶거든 그러고 싶다고 말하게! 』
순경의 말을 듣고 크렌케빌은 천천히 어께를 쭈그리고, 슬픈 듯이 순경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 눈으로 하늘을 쳐다보았다. 그 눈은 이렇게 말하는 듯하였다.
(내가 죄인이지 아닌지 하느님이 알고 계시지)
그러나 아마 그 눈이 말하는 의미를 이해도 못했을 것이며, 동시에 그 눈 속에 그가 명령에 복종하지 않는 충분한 이유를 발견하지 못한 순경은 또 다시 엄중하고 사나운 어조로 말했다.
이 애채장수가 자기 명령의 말을 들었는가 못 들었는가 알아보듯.
마침 이때 몸마르틀 거리에는 차마가 붐비고 있었다. 쌍두마차, 사두마차, 집 수레, 합승마차 등이 서로 비비적거리며 이쪽저쪽에서 사람들 아우성소리가 들려 왔다. 먼데서는 마부들이 술집 계집들과 입에 담지 못할 악담들을 서로지 꺼리고 있었다. 승합마차의 차장은 이 혼란의 원인을 크렌케빌 이라 생각하고, 그를 『바보 파대가리』라고 욕설을 퍼부었다. 보도위에는 구경꾼들이 이 싸움 통에 우우 모여들었다. 순경은 구경꾼들이 자기를 보고 있음을 깨닫고 이제는 아무래도 자기의 직권을 행사할 따름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포키트에서 다 낡은 수첩과 몽당연필을 꺼냈다. 그러나 크렌케빌은 무슨 움직일 수 없는 힘에라도 지배되고 있는 듯 꼼짝도 하지 않았다. 또 사실 앞으로나 뒤로나 움직일 수가 없었다. 불행이도 그의 손수레의 바퀴가 우유배달의 손수레바퀴와 꽉 얽혀져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크렌케빌은 절망적인 기분으로 자기 머리를 북북 쥐어뜯으며 소리를 쳤다.
『저는 돈을 가져 오기를 기다린다고 하지 않았어요? 참 이게 무슨 꼬라지야! 아아! 참! 하느님 맙시사!』
이 말은 반항이기보다 절망을 표현한 것이었는데, 육십4호 순경은 이러한 말속에 무엇인가 자기에게 대한 모욕의 의미를 캐어내려고 했다. 순경에 대한 모욕은 무엇이 어쨌든 간에 다음과 같은 말 —<개 같은 자식!>이란 말에 정리할 수 있는 것이다. 『무어랬지? 너는 개 같은 자식이라 했지. 이놈아, 본관(本官)』과 같이 가지!』
야채장수는 무슨 영문이지 알 수가 없었다. 커다랗게 뜬 눈으로 육십4호 순경을 절망적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푸른 상의위에 두 손을 맞붙잡고 그는 외쳤다.
『제가 개 같은 자식이라 했다구요? 예 제가?』 이 우스꽝스러운 체포를 보고 술집계집들이나 거리의 아이들은 배를 안고 깔깔거렸다. 그러자 이때 구경꾼을 헤치고 아래위를 꺼멓게 입고 높은 모자를 쓴 노인이 두 사람 앞으로 나왔다. 노인은 순경의 곁에 가서, 조용하고 간단한 그러나 매우 똑똑한 어조로 말하였다.
『당신은 오해를 하고 계시오. 이 사람은 당신을 모욕한 것이 아니오』
『남의 일에 참견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고 수녕은 노인에게 말하였다. 그러나 상대방이 훌륭한 옷차림을 한 사람이라 생각했던지 순경의 어조는 극히 온건하였다. 아주 침착하고 은근한 태도로 노인은 변호를 계속하였다. 순경은 그러면 경찰에 와서 그렇게 말해 수시지요. 하였다. 크렌케빌은 다시 외쳤다.
『 제가 개 같은 자식이라 했어요? 예, 제가?』
그가 이런 우스꽝스러운 말을 외치고 있을 때 그제서야 구둣가게 여자 주인은 돈을 쥐고 나왔다. 허나, 순경은 이미 크렌케빌의 멱살을 휘어잡고 있었다. 그래서 여자 주인은 경찰 같은데 끌려가는 그런 사내에게는 돈을 지불하지 않아도 좋다고 생가하고 가지고 나온 십 원을 도로 앞치마 주머니에 넣어버렸다. 크렌케빌은 갑자기 손수레가 압수되었다는 사실, 그리고 자기가 감금되게 되었다는 사실, 발밑에는 떨어져 들어갈 구멍이 입을 벌리고 기다린다는 사실, 그리고 대양이 떨어지려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했다. 그래서 그는 중얼거렸다.
『아무렇게나 될 대로 돼라 』
경찰에 가서 낯모를 노인은 마침 길거리에서 대단한 교통 혼잡 때문에 걸음을 멈추고 이 사건의 자초지종ㄴ을 죄다 목격하였고 그러한 사실은 결코 없었다는 것, 그것은 순경의 오해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누누이 설명하였다 노인은 자기의 성명, 직업까지도 밝혔다. < 다비드 • 마아체>라 하는 <암프루이즈 • 파아레>의 병원장이며, 근위 사단의 기사였다.
그러나 크렌케빌은 석방되지 않았다. 밤까지 경찰에 유치되었다. 그러나 날이 밝자 죄수마차에 실리어 감옥으로 보내어졌다. 감옥은 크렌케빌에게는 심한 곳으로도 고통스러운 곳으로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것도 할 수 없는 일이라 그는 곧 단념하였다. 감옥에서 무엇보다 그를 놀라게 한 것은 벽이나 마루가 퍽 깨끗한 그것이었다. 그는 말하였다.
『이런 데로선 이거 참 깨끗한데! 이대로 마룻바닥에 앉아서 밥 먹을 수도 잇겠네!』
혼자 남겨졌을 때 그는 자기 책상을 움직이려 하였으나 그것은 벽에 박아 놓은 것이었다.
늙은 야채장수는 깜짝 놀라며 커다란 소리로 말하였다.
『 어허, 이게 뭐냐? 참 이런 곳인 줄은 몰랐어. 참 이런 곳이 어디 있어?』
그는 걸터앉아 놀라면서 손으로 자기 주위의 것들을 만져 보았다. 차츰 적막과 고독이, 그의 마음을 누르기 시작하였다. 그는 답답하였다. 그는 초초한 마음으로 짐수레 생각을 하였다. 양배추와 파와 상추가 가득 실려 있었는데 —.
<푸우리이시> 재판장은, 크렌케빌을 조사하기에 참으로 귀중한 육분 간을 소비하였다.
이 신문은 피고가 묻는 말에 대하여 대답하기만 한다면, 좀 더 광명 있는 결과로 됐으리라 그러나 크렌케빌은 심문 당하는 일에는 익숙지 못하였다. 그리고 그밖에 이러한 사람들 앞에 나서게 되면 두려움과 존경이 그의 입을 막아버리고 마는 것이었다. 그래서 늙은 애채장수는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재판장은 끝으로 말했다.
『그래서 결국, 피고는 개 같은 자식!』이라고 한 말을 인정하는 것이냐?
그러자 피고 크렌케빌의 목구멍 속에서, 녹이 슨 철붙이가 마찰되는듯한 혹은 유리가 부서지는 듯한 소리가 흘러 나왔다. 『순경 나으리께서, 개 같은 자식! 이라구 하시기래, 나두 그렇게 말한 것이라우. 정말 그건 것이라우!』
그는 이 고발이 그에게는 전연 기억이 없는, 난처한 것임을 알리려고 애썼다. 그러나 그러면 그럴수록 말이 제대로 되지를 않아 제정신 없이 지껄였다. 재판장은 크렌케빌의 하는 말을 끝내 이해할 수가 없었다.
『피고 크렌케빌은』
재판장은 말하였다. 『 순경이 먼저 그 말을 했다는 말인가?』
크렌케빌은 설명을 중지하고 말았다. 그에게는 그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다.
『피고는 변명을 안 하는군. 그 점이 제일 근본적인 것이다.』
재판장은 증인을 불러내도록 명하였다. 육십사호 순경 — <바스챤•마토로>는, 진실한 말을 그리고 진실한 사실만을 말할 것을 선서하였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본관은, 10월 이십일 하오 직무를 수행 중, 몸마르뜨거리에서 행상인으로 인정되는 한 사나이를 봤습니다.
그 사나이의 짐수레는 삼백 입십팔번지 가옥 앞 장소를 점령하고 차마의 혼잡의 원인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본관은 세 번까지 가도록 명령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본관의 명령에 복종하기를 거절하였습니다. 그래서 본관은 그를 향하여, 구인의 경고를 발한즉 그는 『개 같은 자식』 이라고 외친 것입니다. 그리고 본관은 이 말을 듣고 참을 수 없는 모욕감을 느낀 것입니다.』
이 간절한 답변은 법정의 사람들에게 분명히 호감을 준 듯하였다. 그 다음 바이얄부인과 다뷔드 • 마아체씨를 안내해 들어왔다. 여자는 구둣가게 주인이고 한사람은 암프루이즈 • 피아레 병원장이며 근위사단의 기사이다. 마이얄부인은 아무것도 못 보았으며, 아무 말도 못 들었다고 했다. 마아체씨는 행상인에게 얼른 물러갈 것을 명령하고 있는 순경을 둘러싼 군중 속에 있었다고 말했다. 마아체씨의 진술은 괴상한 결과를 가져왔다.
『 저는 이 사건의 자초지종을 다 보고 있었습니다.』하고 씨는 말하였다.
『 저는 순경이 오해한 것으로 봅니다. 아무도 그를 모욕한 사람은 없습니다. 저는 그래서 그 때 순경에게 가서 그 말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순경은 행상인을 체포하고 그리고 저한테도 경찰로 오라 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경찰까지 따라가서 제 눈으로 본데로 증언해 둔 것입니다.』
『앉아도 좋습니다.』
하고 재판장은
『여봐 사정, 다시 한 번 마토로순경을 불러오게』 마토로순경이 나왔다.
『마토로순경, 그대가 피고를 체포 했을 때, 마아체씨가 그대의 오해이라 주의하지 않았던가?』
『예, 마아체씨도 저를 모욕했습니다.』
『마아체씨는 그대에게 무어라 말했던가?』
『그는 저에게 개 같은 자식! 이라 했습니다.』
속삭이는 소리와 웃음소리가 법정 안에 퍼졌다.
『나가도 좋아』 재판장은 빠른 말로 말했다. 그리고 방청석을 향하여 만일 다시 서로 속삭인다든지 웃는다든지 하는 부주위한 일이 있을 것 같으면 퇴장을 명령하겠다고 경고하였다. 사정은 그 명예 의하여 뽐내고 돌아다녔다. 사람들은 이때 누구나 다 클렌케빌의 무죄를 믿고 있었다. 다시 법정 안이 조용해졌을 때 변호인이 일어섰다. 그의 변론은 경관의 직무를 찬양하는 데서부터 시작되었다. 『그것은 참으로 사회에 대한 겸허한 봉사입니다. 적은 보수를 받으면서 노력에 견디어 끊일세 없는 위험을 무릅쓰고 매일 매일 영웅적인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직무입니다. 그것은 병사 아닌 병사입니다. 병사! 이 한마디가 벌써 모든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변호사는 병역의 도덕성에 관한 높은 사상을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푸우리이시 재판장은 이 빠진 입으로 판결문을 읽었습니다. 크렌케빌은 이주일간의 금고와 천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법정은 마토로 순경의 진술을 신뢰한 것이다.
길고 어두운 재판소 복도를 호송되어 갈 때, 크렌케빌 영감은 누구한테 동정을 받고 싶은 강한 욕구를 느끼었다. 그는 그를 호송하는 간수를 세 번이나 불렀다. 『여보시오 나으리! 여보시오! 여보시오! 』 노인은 한숨을 쉬었다.
『당신께서 진작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말을 해 주었더라면! 』 그러나 병사들은 아무런 대꾸도 해주지 않았다.
감옥을 나온 후, 크렌케빌은 예전과 같이 몸마르틀 거리를 수레를 끌고 다녔다. 그리고
『배추요, 무, 감자사려!』
하고 외쳤다. 그는 자기가 금고형을 받았음을 자랑도 하지 않거니와 부끄러워도 하지 않았다. 그는 그 사건에 있어서의 괴로운 기억을 이제는 벌써 잊고 있었다. 그것은 그의 머릿속에는 연극 같기도 하고 여행 같기도 하고 꿈같기도 한 것으로 느껴지는 것이었다. 어떤 노파가 수레 곁으로 와서 상추를 고르면서 그에게 말했다. 『어디 갔다 왔수, 크렌케빌영감님? 한 달 동안이나 보이지 않았으니 몸이라두 불편하셨수? 좀 파리해지셨어―』
『난 훌륭한데 다녀 왔다우, 마리오오시 할머니』
하고 그는 대답하였다.
그의 생활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다만 그날 어느 때 보담 자주 선술집으로 갔을 뿐이다. 그에[겐 모든 것이 잔치 때처럼 느껴졌다. 왜냐하면 매우 벼슬이 높은 분들과 안면이 있게 되었다는데서 퍽 기쁘기 때문이다.
그는 여느 때 없이 좋은 기분으로 자기의 골방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자리에 누워, 호두장수가 두고 간 포대를 뒤집어쓰고 생각하였다.
『감옥에선 그리 고생되는 일이 없다.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다 있었다. 하지만 역시 내 집이 좋은걸』
그러나 그의 행복한 상태는 계속되지 못했다. 그는 얼마 안가서 단골 사람뜰의 날카로운 눈초리가 자기를 쏘아보고 있음을 깨달았다.
『극상품의 상추가 있는데요, 쿠안토로 아주머니』
『안 사요!』
『안사요? 왜? 공기를 자시고도 못살아 간다우』
그러나 쿠안토로 부인은 대답이 없었다. 그리고 새촘해서 자기의 빵가게로 들어가 버렸다.
최근까지 푸성귀와 꽃으로 가득 찬 수레가 오기를 기다려 주던 단골의 아낙들이나 가게 아이들은 그에게서 멀리 떨어져 가버리고 말았다.
그는 감옥에 가게 된 모든 사건의 원인이 된 구둣가게 앞에 서서 외쳤다.
『바이얄아주머니, 바이얄아주머니 십원 빛을 주오! 』
그러나 바이얄 부인은 계산대 옆에 앉은 채 얼굴도 돌리지 않았다.
『 아주머니, 저한테는 눈도 거들떠보지 않으시다니 너무 하십니다』
바이얄부인은 크렌케빌의 말에는 한마디도 대답이 없었다. 왜냐하면 그는 전과자이니까.
그리하여 늙은 행상인은 이 모욕에 견딜 수가 없어서 커다란 소리로 떠들어 대었다.
『망할 년!』
<로울>부인이 양배추를 손에서 떨어뜨렸다.
그리고 외쳤다.
『정신 차려라, 이 우라질 자식! 감옥에서 나온게 언젠데 벌써 또 남에게 쌈을 걸어?』
크렌케빌이 침착한 때였더라면, 절대로 이런 일로 로울부인을 욕하지는 않았으리라. 그러나 이때 그는 제정신을 잃고 있었다.
그는 세 번이나 로울부인을 욕했다. 즉 첫 번에는 망할 년! 했다. 두 번째는 개 같은 년! 세번째는 호박갈보! 라 했다. 이 때문에 크렌케빌은 드디어 몸마로틀이나 리이시에 거리에서는 모든 사람에게 배척을 받게 되었다
그리하여 그의 성질은 차츰 거칠어졌다. 도울부인과 싸운 그는 지금은 아무하고나 말다툼을 하게끔 되었다. 걸핏하면 그는 단골손님에게 욕을 퍼부었다. 만일 물품 고르기에 조금ㅇ이라도 시간이 걸리면 그는 단번에 『느린뱅이』니 『바보』니 하고 욕설을 했다. 술집에 가서도 술친구들과 항상 말다툼을 했다. 그의 친구인 호두장수는, 크렌케빌 영감은 이제 어쩔 수 없는 악당이 되었다고 한탄했다.
그 말은 부정할 수가 없었다. 그는 참으로 손을 대일수 없는 거칠고 싸움을 즐기는 인간이 되고 말았다.
불행은 그로 하여금 몹쓸 사람으로 만들고 말았다. 그리하여 그는 자기에게 아무 악한 하지 않은 사람, 때로는 자기보다 약한 사람에까지 복수를 하게끔 되었다. 그는 한번은 술집 작은 아들을 몹시 때렸다. 그것은 그 소년이 그에게 감옥은 재미있더냐 어떠냐 물었기 때문이다.
『이 죽일 놈아!』
하고 크렌케빌은 소년을 향하여 고함을 쳤다.
『네놈의 애비놈이나 정말 감옥에 끌려가는게 옳은 일이다! 이런 독약물을 팔아서 신사들한테서 돈을 긁어내는 도둑 같은 놈!』
마침내 그는 미친 사람이 되고 말았다. 인가니 그 상태가 되면 벌써 거기서 다시 일어설 수는 없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의 곁을 지나는 사람은 모두 그에게 침을 뱉고 짓밟고 가는 것이다.
가난이 찾아왔다. 참으로 시궁창 같은 가난이 찾아왔다.
예전에는 몸마르뜨에서 천오백원이나 하루 동안에 벌은 일이 있던 늙은 야채장수는 지금에 와서는 일원의 돈도 주머니에 가지고 있지 않았다.
겨울이 닥쳐왔다. 골방에서도 쫓겨난 그는, 짐수레 밑에 거적을 깔고 밤을 새우지 않으면 안 되었다. 거의 한달 가까이 장맛비가 쏟아졌기 때문에 하수도가 넘쳐서 그 수레 밑에도 물이 흘렀다.
더럽게 구린 냄새가 나는 물위에 있는 거적때기 속에 우두커니 쪼그리고 않아서 노인은 어두운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 주위엔 쥐와 거미와 고양이의 세계였다.
온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이제는 뒤집어쓸 포대조차 없었다, 노인은 꼬박꼬박 끼니때면 먹고 시간이 오면 잘 수 있던 그때 일을 생각하였다.
그는 굶주림에도 추위에도 고생하지 안ㄹ는 죄수들을 부러워했다.
문득 그의 머리에 번개 같은 생각이 떠올랐다.
『옳지! 나두 그 방법을 알고 있다. 어째서 여태껏 그 짓을 하지 않았던가?』
그는 일어서서 비슬비슬 거리로 나갔다. 밤 열한시가 지나 있었다. 흐리고 우중충한 날씨였다. 서리가 내려서 비 올 때보다 춥고 몸이 오그라드는 듯하였다. 어쩌다가 지나치는 사람은 벽에 바싹 붙어서 걷고 있었다.
크렌케빌은 『에우스타인피 』 교회 옆을 지나서 몸마르뜨가로 가려고 하였다. 거리는 텅 비어 있었다. 순경은 교회의 입구 개스등 아래 보도 위에 서 있었다. 개스등 둘레에는 가랑바가 내리고 있었다. 순경은 우의를 머리에서부터 뒤집어쓰고 얼어붙은 듯이 서 있었다. 어두운데 보다 밝으데가 좋아선지, 순경은 불빛 아래를 사이좋은 친구나 되는 듯 떠나지 않았다.
크렌케빌은 가만가만히 그의 곁으로 가서 떨리는 소리로 말해봤다.
『이 개 같은 자식아!』
그리고 그는 이 신선한 말에서 일어날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순경은 우의 주머니 속에 손을 넣은 채, 묵묵히 움직이지 않았다. 그의 어둠속에서 커다랗게 빛나는 두 눈은 슬픈 듯이 그리고 얼마간 가엾은 듯한 빛 을 띄우고 노인을 바라보았다. 크렌케빌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다시 용기를 내어 말했다.
『나는 당신한테 『개 같은 자식아!』 했어! 듣지 못했나?』
긴 침묵이 왔다. 그 침묵 중 다만 가랑비가 내리고 어두운 밤이 지배하고 잇을 따름이었다.
마침내 순경은 입을 열었다.
『 그런 말 하는게 아니오.—난 참말로 충고하지만, 그런 말해서는 못쓰오. 당신 같은 나이가 되면, 좀 지각이 날 텐데― 자, 어서 가시오.』
『왜, 당신은 날 잡지 않어?
하고 ㅡ렌케빌은 물었다. 순경은 축축이 적은 두건 밑에서 머리를 흔들었다.』
『실례된 말을 한다구 해서 모두 잡다간, 내 할일은 너무 많아 지쳐 떨어지지. 또 그게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이냐?』
크렌케빌은 이 관대한 경멸에 적지하니 놀라며 알 수 없다는 듯이 한참이나 보도 위에 멍하니 서 있었다. 그러나 거기를 떠나기 전에 그는 설명하려고 생각했다.
『나는 당신 때문에 『개 같은 자식』이라 한게 아니야. 나는 딴 놈 때문에 말한 거야. 나는 어떤 목적이 있어서 말한 가야』
순경은 엄격한 어조로 그에게
『 무슨 목적이 있던, 또 누구 때문이든, 그런 말해서는 안 되오. 왜냐하면, 만약 인간이 자기의 의무를 수행하며, 그 때문에 적지 않은 고통을 견디고 있다면, 그 사람은 부질없는 말로 모욕당해서는 안 되는 것이오— 나는 다시 한 번 말하겠는데, 자, 어서 집으로 가시오.』
그래서 크렌케빌은 고개를 숙이고 어두운 밤비 속을 어디론가 사라졌다.
< 아나톨 • 프랑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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