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시편 2 - 뼉다귀 집 / 김신용
뼉다귀집을 아시는지요
지금은 헐리고 없어진 양동 골목에 있었지요
구정물이 뚝뚝 듣는 주인 할머니는
새벽이면 남대문 시장 바닥에서 주워온
돼지뼈를 고아서 술국밥으로 파는 술집이었지요
뉘 입에서인지 모르지만 그냥 뼉다귀집으로 불리우는
그런 술집이지만요
어쩌다 살점이라도 뜯고 싶은 사람이 들렀다가는
찌그러진 그릇과 곰팡내 나는 술청 안을
파리와 바퀴벌레들이 거미줄의 현을 고르며 유유롭고
훔친 자리를 도로 더럽힐 것 같은
걸레 한 움큼 할머니의 꼴을 보고는 질겁을 하고
뒤돌아서는 그런 술집이지만요
첫새벽 할머니는 뼈다귀를 뿌연 뼛물이 우러나오도록
고아서 종일토록 뿌연 뼛물이 희게 맑아질 때까지
맑아진 뼛물이 다시 투명해질 때까지
밤새도록 폭 고아서 아침이 오면
어쩌다 붙은 살점까지도 국물이 되어버린
그 뼈다귀를 핥기 위해
뼈만 앙상한 사람들이 하나 둘 찾아들지요
날품팔이지게꾼부랑자쪼록꾼뚜쟁이시라이꾼날나리똥치꼬지꾼
오로지 몸을 버려야 오늘을 살아남을 그런 사람들에게
몸 보하는 디는 요 궁물이 제일이랑께 하며
언제나 반겨 맞아주는 할머니를 보면요
양동이 이 땅의 조그만 종기일 때 부터
곯아 난치의 환부가 되어버린 오늘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뼈다귀를 고으며 늙어 온 할머니의
뼛국물을 할짝이며
우리는 얼마나 그 국물이 되고 싶었던지
뼈다귀 하나로 펄펄 끓는 국솥 속에 얼마나
분신하고 싶었던지, 지금은 힐튼 호텔의 휘황한 불빛이
머큐롬처럼 쏟아져 내리고, 포크레인이 환부를 긁어내고
거기 균처럼 꿈틀거리던 사람들 뿔뿔이 흩어졌지만
그러나 사라지지 않는 어둠 속, 이 땅
어디엔가 반드시 살아 있을 양동의
그 뼉다귀집을 아시는지요
김신용 등단작품-1988년 <현대시사상>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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