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 버드나무 / 이경철
봄은 와서 또 흐드러지는데 그런 봄 한가운데로 들어가진 못하고 흘려만 보냈다는
팔순 언저리 시인들 모시고 금산(錦山) 금강(錦江)으로 도리뱅뱅이 어죽 먹으러 갔
는데 온 산 멍멍하게 송홧가루 날리고 도리뱅뱅 에도는 물길 비단 금실 수놓으며 눈
속으로 흘러드는데 옅은 여울물살 부여잡고 흰 손수건 흔들며 꽃가루 날리고 서 있
는 저 버드나무 하, 그리 연연해 머리 풀고 연둣빛 뚝뚝 듣는 물그림자 희롱하는 환
한 햇살이여!
연둣빛 푸르게 쟁여지는 햇살 가닥가닥 앞뒤 순서도 없이 켜켜이 져오는 연둣빛 물
무늬 환한 농담(濃淡)의 시간들, 막무가내의 연심(戀心)이여!
반만년 먼 옛적, 지금은 금강 가 내 눈썹 위를
뱅글뱅글 에돌아 흐르는 저 송화강(松花江)
맨 햇살 가슴 가득 안고
그리움 뭉텅뭉텅 하얗게 날리는
빛살의 연인(戀人), 유화(柳花)여!
유심 2015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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