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3일
악에는 일정한 형태가 없다. 그리하여 사람들을 망설이며 부딪치게 하고 있다.
1
분노에 빠지지 않기 위한 제일 좋은 방법은 이를테면 폭군에게 대해서 취할 태도와 아주 흡사하다. 즉 그것은 다음과 같은 사실 속에서 터득할 수 있다.
항상 그것에 굴복해 버리는 일없이 그것이 열(熱)해지라 명령할 때는 그 명령에 휩쓸려 들지 않도록 할 것이며, 엄하게 주위를 둘러보고 나서 자기의 뺨을 자기 스스로 때리란 말이다.
그리고 나서도 냉정히 마음을 가다듬어 거치른 행동이나 큰 소리를 질러 정열을 부채질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다. 그런 행동이나 외침은 다만 더욱더 고통만을 더하게 하는 것이다.
정열이나 사랑이나 질투나 또는 공포 같은 것은 그 어느 하나가 모든 것 위에 자리를 잡고 퍼지는 법은 없다. 그러나 분노에 있어서만은 모든 것에 뛰어 덤빈다. 적이거나 친구거나 아니이거나 어른이거나 선이거나 짐승이거나 또는 무생물에 까지도 일체 구별 없이 모든 것의 평화를 흔들어 놓고 만다.
나는 옳은지 옳지 않은지를 나 스스로서는 잘 모르지만, 자기 분노를 치료하기 위해서 스파르다파(波)가 노예의 난취(爛醉)한 추태를 연구 하듯이 남의 분노하는 모양을 연구했다. 나는 무엇보다도 먼저 어떤 병에도 볼 수 없는 가장 중태의 징후를 「히포크레스」에게서 본 것을 기억하고 있다. 이와 같이 나는 사람들이 분노 때문에 온전히 자제력을 잃고 언어나 안색이나 걸음 걸이에서부터 목소리까지 변해지는 것을 보고는 내 마음 속에 정념의 그림으로서 또는 형상으로서 깊이 새겨 두었다.
그리고 아주 불쾌한 기분으로 이렇게 생각해 보았다. 만약 내 친구나 아내나 딸들이 별안간 내가 무섭고 난폭한 태도로 눈을 험악하게 부릅뜨고 노려 볼 뿐만 아니라, 아주 정떨어지는 험상궂은 목소리로 꽥꽥 소리를 지르는 꼴을 본다면 어떻게들 생각할 것인가 하고.
바람에 노한 바다가 해초를 송두리째 뽑아 버리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바다와 같이 마음속에 폭풍이 일대는 분노는 상스럽고 과격하고 아간 말을 거침없이 토해 낸다. 사람의 입이란 언제나 이따위 말로 가득 차 있어 그 토해낼 기회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분노가 닥쳐 왔을 때에 자기 자신을 주의 깊게 반성을 하면, 분노란 어떤 것인가를 잘 이해할 수 있으며, 따라서 앞서 말한바와 같은 감정을 돋우지도 않을뿐더러, 그 반대로 그런 감정의 파산적인 성질을 스스로 똑똑하게 깨닫게 된다.
이 자기 반성은 무엇보다도 먼저 우리들에게 분노라는 감정이 결코 고상한 것도 아니며, 또 남성적인 것도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된다. 그리고 분노에는 결코 지양된 감정이나 위대한 감정도 들어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한다.
그러나 무심한 사람들은 간혹 그러한 감정이 들어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왜냐 하면 그들은 자기들의 광태를 적극적이라 생각하며, 위협을 용기라고 생각하며, 방탕을 힘이라 생각하며 잔혹을 힘의 기록이라고 생각하며, 심술을 악에 대한 혐오라고 생각하는 까닭이다.
그러나 사실은 그 반대로 분노하고 있는 사람의 행동은 전부 그 사람의 약함과 못남을 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그가 분노하여 자기 자식을 때리고 자기 아내에게 행패를 부릴 경우만이 아니라, 그가 말이나 개를 상대로 화풀이 하고 있을 때도 역시 마찬가지인 것이다.
심하게 때리면 몸이 붓는 것과 같이 마음은 남에게 상처를 받으면 점점 더 약해지는 게 아니라 도리어 강한 분노를 느끼게 라는 것이다.
여자가 남자보다 노하기 쉽고, 병자가 건강한 사람보다 노하기 쉬운 원인이 여기에 있다.
< 세 네 카 >
2
분노의 발작에 끌려들어 가는 사람이 사나이다운 사랑은 아니다. 친절과 상냥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바로 사나이다운 사람인 것이다. < 오레라이스 >
3
그대의 적은 악으로써 앙갚을 한다. 그대를 증오 하는 자는 고통으로써 갚음을 한다.
그러나 그것과 비길 수도 없을 만큼 큰 악은 길을 잃을 지혜가 그대에게 주는 거다.
그대에게 신뢰할 만한 길을 택해주는 이지(理智)만큼 부모나 친척이나 이웃 사람들은 결코 행복된 길을 가르쳐 주지는 못하리라. < 佛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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