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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 · 인생독본

톨스토이/ 인생독본 1월 7일

by 바닷가소나무 2015. 2. 8.

 

1 7

 

 

남과의 관계에 있어서 선()을 지킴은 우리들의 의무이다. 만일 그대가 남에게 대하여 선이 아니라면 악인 것이다. 그리고 그 남에게도 악을 눈뜨게 하리라.

 

1

 

여러 사람들 틈에서 살고 있는 이상 비록 가장 천하고 불쌍하다할, 혹은 비웃을만한 사람이라도, 그 사람의 인격을 경멸해서는 안 된다.

모든 사람의 인격 속에 존재하고 있는 온갖 것을 알며, 영원의 높은 법칙의 결과로서 존재하는 어떤 불멸의 것을 발견함이 필요하다.

만약 우리들이 그 사람과 적대적으로 상대할 것 같으면 우리는 부정의를 범할 뿐만 아니라 이와 같은 불법한 인간에게 생()이 아니라 죽음의 쟁투를 도전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어떤 사람이라도 (그 개성을 즉 인격, 능력, 기질, 용모등)을 다시 고쳐 만들 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

우리들이 비난하는 그 인격의 본질은 그러한 인격으로 인하여 특별한 적에 대할 때와 같이 우리들과 쓸데없는 싸움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실제로 그런 인격이 존재할 수 있는 권리는 오직 그 본질이 다른 방향으로 변경해 질수 있다는 그 조건에 있어서만 우리들은 인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 틈에 끼어서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얻기 위해서는 우리들은 모든 인격에 존재하는 개성에 견디어 나아갈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 그 본질이 본질 그대로 있는 점을 비난하지도 말고, 그저 잠자코 견디는 힘이 있어야 한다. < 쇼오펜하우엘 >

 

2

유혹에 넘어간 사람에게 과혹해서는 아니 된다. 그 사람을 위로하도록. 그대 자신이 남에게 위로를 받고 싶을 때가 있는 있었음과 같이 .

 

3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내일로 미루어서는 안 된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남에게 시켜서는 안 된다. 값싸다 하여 필요 없는 물건을 사서는 안 된다.

긍지(긍지)는 의주를 위하여 필요로 하는 모든 것보다는 고귀하다.

알맞은 정도로 그 처서 후회 하는 일은 드문 것이다.

만일 이렇게 했더라면 하고 우리들이 뜻대로 되지 못했던 일에 대해서 후회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뉘우침이란 지난 간일에 대해서만 할 수 있는 일이다.

화가 나면 열까지 세라, 몹시 화가 나면 백까지 세라. < 제퍼슨>

 

*

 

친절은 이 세상을 아름답게 한다. 모든 배반을 해결한다. 얽힌 것은 풀어헤치고 곤란한 일을 수월하게 하고 암담한 것을 즐거움으로 바꾼다.

 

가난한 사람들

우중충한 폭우의 밤이었다. 가난한 어부의 오막살이 집.

자니는 난로 가까이 앉아서 넝마조각으로 낡아빠진 헌 옷을 깁고 있었다.

바람은 외치고 빗방울은 창을 때리고 파도는 물기에 부딪쳐 부서지며 으르렁 거린다. 그 소란스러운 소리가 끊임없이 자니의 귀를 두드렸다.

바람도 몸서리치는 날씨 어둡고 그리고 춥다. 그러나 가난한 어부의 오막살이 집안은 따뜻하고 기분이 좋았다. 바닥은 그냥 흙봉당이지만 깨끗이 쓸렸고 난로에는 마른 가지가 바작바작 소리를 내며 타고 찬장에는 곱게 닦은 접시들이 가지런히 얹혀 있다. 방구석에는 흰 보료로 덮은 낡은 침대. 그 위에는 아무도 누워있지는 않았으나 땅바닥에 깔은 커다란 이불 위에는 어린아이가 다섯, 바다의 울부짖는 소리 속에 쌔근쌔근 잠자고 있었다.

자니의 남편은 지금 바다에 나가 있는 것이다. 고기를 잡기위해서 이렇게 어둡고 추운날씨, 사나운 밤에 바다로 나가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달리 어떻게 하면 좋으냐? 식구를 내버려 둘 수는 없다.

자니는 바다바람의 무서운 아우성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이다 끔 갈매기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비는 더욱 심하게 퍼부을 뿐이었다.

자니는 차츰 괴로워졌다. 그녀의 눈에 난파(難破)의 무서운 장면이 떠올라 왔다. 배는 바위에 부딪쳐 산산조각이 되고 사란들은 물에 빠져 허덕이고 있다 …… 아이 무서워라!

낡은 괘종시계는 목쉰 소리로 그래도 부지런히 때를 또닥거린다. 뚝딱 뚝딱 …… 아이들은 여전히 쌔근쌔근 잠자고 있다.

자니는 생각에 잠겼다. 살아 나간다는 것은 정녕 수월한 일이 아니다. 남편은 자기 몸을 돌보는 일도 없이 추위와 폭풍의 속의 바다로 나아가 위험에 몸을 내맡기고 있다. 자니는 아침부터 밤까지 이렇게 앉아서 일을

그런데 어떤가? 이렇게 근근이 일해서 살아나가는게 정말로 훌륭한 일이가? 그들의 어린 것들은 여름철이나 겨울철이나 맨발로 뛰어 다닌다. 흰빵 같은 걸 생각해 본 일조차 없다. 귀밀밥이나 입에 들어가게 될 때는 고마운 일이다. 하긴 때대로 생선은 먹지만.

아무튼 어린것들이 몸이 충실해서 뛰놀아 주는 것은 참으로 하느님의 덕분이다.

아아, 바나나 바람이나 어쩌면 저렇게 무서운 소리를 지를까! 그이는 지금 어디만큼 있을까? 하느님 부디 부디 보호해 주시옵소서. 은혜를 드리워 주옵소서.

자리에 들기는 아직 이르다. 자니는 일어나 두터운 외투를 걸치고 칸테라를 켜들고 바깥으로 나섰다. 남편이 아직 돌아오지 않나, 바다가 조금은 조용해지지 않나 ,등대불이 켜져 있는가 어떤가를 보기 위해서.

어두웠다. 억수 같이 비는 쏟아지고 있었다. 동네 어구 물가에 낡은 반쯤 무너진 오막살이가 서 있었다. 썩은 검은 벽돌과 낡은 문짝이 붙어 있었다. 문짝은 바람이 몰아칠 때마다 삐이걱 삐이걱 울었다. 바람은 마치 마구 휩쓸어 갈 듯이 이 초라한 오막살이에 유난스러이 몰아치는 것이었다. 문짝은 애처로운 소리를 치고 지붕위 썩은 지푸라기는 흡사 구원을 청하듯 법석대었다.

자니는 오막살이 문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찌그러진 창문으로 들여다보았다. 집안은 캄캄절벽이었다.

( , 그 가엾은 병자의 시중을 드는 걸 깜빡 잊었구나! 밤이면 한결 나빠진다고 말했는데. 정말 그 사람은 혈혈단신 아무도 돌봐줄 사란이 없거든)라고 자니는 생각하였다.

그래서 자니는 문을 두드리고 귀를 기울였지만 아무도 대답은 없다.

자니는 문 앞에 머물며 서서 궁리 하였다.

(가엾어라! 제 손으로 식구를 돌봐야 할 때에 병에 걸리다니! 두 번째 자식을 낳으면서부터 과부가 돼 가지고 모든 게 제 몸 하나에만 달려 있는데 병에 걸려 버리다니!

자니는 몇 번이고 문을 두드려 보았으나 대답은 없었다.

, 이봐요, 웬일이세요?

자니는 소리쳐 보았다

그럼, 좋아요. 주무시면 그냥 가겠어요.

바람은 수그러지지 않았다. 자니는 비에 젖어 온몸이 오들오들 떨리기 시작하였다.

그녀가 집으로 도아가려고 발길을 돌렸을 때 별안간 외투를 뺏을 듯 바람이 불어 왔다. 그녀가 문에 부딪쳤으므로 문은 덜컹 열리고 말았다.

자니는 집안으로 들어갔다.

자니의 칸테라가 어둡고 고요한 집안을 비치었다. 집안은 바깥과 마찬가지로 축축하니 젖어 침침하고 추웠다. 오랫동안 이 집안에서 불 때지 않은 것이 분명하였다. 천정 이쪽저쪽에서 빗방울이 주룩주룩 새어 흐르고 있었다.

벽밑에 판자문 반대편을 향하여 지저분하게 지푸라기가 쌓여있는 위에 홀어머니의 시체가 누워 있었다. 머리는 자빠진 채 내던져지고, 싸늘한 창백한 얼굴은 입을 벌떡 벌린 채 고통과 절망의 표정을 얼어 붙이고 있었다.

무엇인가 잡으려는 듯 벌긴 손은 맥없이 지푸라기 위에 드리워져 있었다. 어머니의 시체 발치엔 오줌똥에 얼룩진 포대기 속에 어린것이 잠들어 있었다. 핼쑥한 얼굴이었지만 곱슬머리의 귀여운 볼따구니를 한 어린것이 둘 상을 찡그리고 금빛 머리를 서로 비비대고 조용한 깊은 잠에 떨어져 있었다.

죽음이 다가오는 줄도 폭풍우의 울부짖음도 모르는 듯이. 한 아이는 오동통한 작은 손을 엄마의 젖가슴에 얹고 한 아이는 형제의 모가지에다 귀여운 얼굴을 맞대고 있는 것이다.

아기들의 숨소리는 조용했다. 아무것도 그들의 눈을 뜨일 수 없으리만큼 깊고 평안한 잠에 떨어진 것 같이 보였다.

그러나 자니는 이때 천정에서 흐르는 빗방울이 죽은 사람의 이마 위에 떨어져 뺨에 흐르는 걸 보고 있었다 . 비탄에 찌그러진 홀어머니의 얼굴 위 눈물과 같이.

자니는 줄달음질 쳐 집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외투아래에 무엇인가 감추어 가지고 왔다. 그녀의 심장은 몹시 뛰었다. 그녀는 누군가 뒤를 쫒아오는 듯 하여 뒤 돌아 볼 수가 없었다. 그녀는 죽은 사람의 집에서 무엇인가 훔쳐 온 것이나 아닐까?

집으로 돌아오자 자니는 외투 속에서 꺼낸 물건을 침대 옆에 놓고 얼른 보료를 덮었다. 그 다음 의자를 가져다가 침대 옆에 놓고 그 위에 걸터앉았다. 그리고 침대 기슭에 이마를 대고 엎드리었다. 그녀는 파랗게 질리고 흥분하고 있었다. 자니의 양심은 아팠다. 자기 스스로를 몹시 힐난하고 있는 듯하였다. 이따금 그녀는 외마디 소리를 질렀다.

(그이는 어쩌면 그토록 팔자가 사나운가? 난 무슨 일을 저지른 것이지?…… 다섯 아이의 치다꺼리에 쫓겨 가면서…… )

문소리가 났다. 누가 온 모양 이었다.

자니는 몸을 부르르 떨고 의자에서 일어났다. (애기 아빠가 돌아 왔나보다. 하느님, 왜 전 이런 짓을 저질렀을 가요? 이런 짓을 저지르고 어찌 그이의 눈을 볼 수 있을까요?)

자니는 생각에 잠겨 침대 옆에 얼빠진 사람처럼 묵묵히 앉아 있었다. 가까지 상념에 마음이 부대끼고 있듯.

먼동이 터 왔다. 그러나 바람은 울부짖고 바다는 여전히 외치고 있었다.

별안간 문이 열렸다. 방안에 신선한 습기를 뛴 공기가 쏟아져 들어왔다. 키가 훤칠하게 큰 볕에 검게 탄 어부가 소금물에 젖은, 그리고 찢어진 그물을 질질 끌고 오막살이 안으로 들어왔다.

인제 왔어 자니

, 인제 오셨어요?하고 자니는 대답하며 일어선 채 고개도 들지를 못하였다.

무슨 날씨가 이래? 제어길 헐!

그래 무서운 날씨였어요. 그래 많이 잡혔나요?

틀렸어, 영 틀렸어! 아무것도 걸리지 않어. 그물만 찢고 왔지 말이 아니야! 정말 지독한 바람이었어. 난 오늘밤 은 바람을 만난 적이 없어. 악마같이 짖으면서 배를 가지고 논다 말이야 난 영락없이 배와 함께 바다 밑에 바지는 줄로 알았는걸! 그래도 덕분으로 명이 길어 돌아왔지만여보, 혼자서 무얼 하고 있었어?

어부는 방안에 그물을 끌어넣고 난로 옆에 와 앉았다.

저 말이에요

자니는 파랗게 질리며 대답했다.

여기 앉아서, 여기 앉아서 뜨개질하고 있었어요…… . 바람이 너무 무서운 소릴 치기에, 혼자 있는 게 무서워서요…… 난 정말 당신일 만 걱정이 돼서……」

그럴 테지. 정말 지독한 바람이었거든. 그래서 어떡했지?

하고 남편은 중얼거리듯이 씨브렸다.

두 내외는 얼만 동안 말이 없었다.

한참 후 자니는 오돌돌 떨면서 무슨 죄라도 범한 사람모양 머뭇거리며 말하기 시작했다.

여보, 시몬 아주머니가 죽었어요. 언제 죽었는지는 모르지만 아마 엊저녁 당신이 그이 집에 다녀온 후 일거예요. 죽을 임박엔 얼마나 괴로웠을까? 아직 젖먹이를 둘이나 남겨 놓고 죽었으니까 말이지……」

자니는 그만 입을 다물었다. 어부는 눈을 깜짝 거렸다. 선량하고 정직하게 생긴 그의 얼굴은 엄숙하고 그리고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무슨 팔자야!)

그는 참지 못하겠다는 듯 머리를 박박 긁으며 말하였다.

어떡하면 좋담……? 어쨌든 우선 어린것들을 데려 와야지. 잠이 깨면 은 엄마를 찾을 테니까. 자 빨리 가서 데려 와요

그러나 자니는 앉은 자리에서 떨어지려고도 하지 않았다.

웬일이야? 가기 싫단 말이야? 아이들 데려오는 게 당신 마음에 들지 않는 단 말이지? , 웬일이야? 자니

자니는 일어섰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남편을 침대 옆으로 끌고 갔다. 그리고 보료를 치켜들었다……

거기에는 죽은 이웃 홀어머니의 두 어린자식들이 다섯 아이와 함께 평화스러운 깊은 꿈을 맺고 있었다. < 빅돌위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