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결4 코스모스 / 이형기 자꾸만 트이고 싶은 마음에 하야니 꽃 피는 코스모스였다. 돌아서며 돌아서며 연신 부딪치는 물결 같은 그리움이었다. 송두리째 희망(希望)도 절망(絶望)도 불타지 못하는 육신(肉身) 머리를 박고 쓸어진 코스모스는 귀뚜리 우는 섬돌 가에 몸부림쳐 새겨진 어둠이었다. 그러기에 더욱 흐느끼지 않는 설움 호올로 달래며 목이 가늘도록 찾아내련다. 까마득한 하늘가에 나의 가슴이 파랗게 부서지는 날 코스모스는 지리라. 2023. 10. 6. 달밤 / 아이헨드르프 달밤 - 아이헨드르프 - 하늘이 조용히 대지와 입 맞추니 피어나는 꽃잎 속에 대지가 이제 하늘의 꿈을 꾸는 것 같았다. 바람은 들판을 가로질러 불고, 이삭들은 부드럽게 물결치고, 숲은 나작하게 출렁거리고, 밤하늘엔 별이 가득했다. 곧이어 나의 영혼은 넓게 날개를 펼치고 집으로 날아.. 2018. 4. 18. 취하세요 / 11월28일 취하세요 - 보들레로 - 늘 취해 있어야 해요. 모든 게 거기 있지요. 그것만이 유일한 문제예요. 당신의 두 어깨에서 힘을 빼고 당신을 땅쪽으로 구부러뜨리는 끔찍한 시간의 무게를 느끼지 않으려면 당신은 계속 취해야 해요. 늘 취해 있어야 해요. 모든 게 거기 이있지요. 술에든, 시에든 .. 2017. 11. 28. 사공 뱃사공 노를 젓는다. 뱃전을 스쳐가는 물결을 보는 것이 아니라 다다라야할 건너편 강변을 생각하며 힘껏 나를 젓는다. 오늘은 또 어떤 사람과 짐승이 이 강을 건너려 하고 있을까 삯은 얼마나 줄 것인가 혹여, 강을 건너려는 사람이나 짐승은 없지 않는 것인지 있어도, 성질 사나운 짐승.. 2016. 12. 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