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5 가을의 노래 / 김대규 가을의 노래 / 김대규(1942~2018)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지면 가을이다 떠나지는 않아도 황혼마다 돌아오면 가을이다 사람이 보고 싶어지면 가을이다 편지를 부치러 나갔다가 집에 돌아와 보니 주머니에 그대로 있으면 가을이다 가을에는 마음이 거울처럼 맑아지고 그 맑은 마음결에 오직 한 사람의 이름을 떠보낸다 “주여”라고 하지 않아도 가을에는 생각이 깊어진다 한 마리의 벌레 울음소리에 세상의 모든 귀가 열리고 잊혀진 일들은 한 잎 낙엽에 더 깊이 잊혀진다 누구나 지혜의 걸인이 되어 경험의 문을 두드리면 외로움이 얼굴을 내밀고 삶은 그렇게 아픈 거라 말한다 그래서 가을이다 산자의 눈에 이윽고 들어서는 죽음 死者들의 말은 모두 시가 되고 멀리 있는 것들도 시간 속에 다시 제자리를 잡는다 가을이다 가을은 가을이란.. 2023. 10. 14. 가을이 서럽지 않게 / 김광섭 가을이 서럽지 않게 / 김광섭 하늘에서 하루의 빛을 거두어도 가는 길에 쳐다 볼 별이 있으니 떨어지는 잎사귀 아래 묻히기 전에 그대를 찾아 그대 내 사람이리라 긴 시간이 아니어도 한세상이니 그대 손길이면 내 가슴을 만져 생명의 울림을 새롭게 하리라 내개 그 손을 빌리라 영원히 주라 홀로 한 쪽 가슴에 그대를 지니고 한 쪽 비인 가슴을 거울 삼으리니 패물 같은 사랑들이 지나간 상처에 입술을 대이라, 가을이 서럽지 않게 ...... 2023. 9. 14. 소년 / 윤동주 소년 / 윤동주 여기저기서 단풍잎 같은 슬픈 가을이 뚝뚝 떨어진다 단풍잎 떨어져 나온 자리마다 봄을 마련해놓고 나뭇가지 위에 하늘이 펼쳐 있다 가만히 하늘을 들여다 보려면 눈썹에 파란 물감이 든다 두 손으로 따뜻한 볼을 쓸어 보면 손바닥에도 파란 물감이 묻어 난다. 다시 손바닥을 들여다 본다 손금에는 맑은 강물이 흐르고 맑은 강물이 흐르고 강물 속에는 사랑처럼 슬픈 얼굴 아름다운 순이의 얼굴이 어린다 소년은 황홀히 눈을 감아 본다 그래도 맑은 강물은 흘러 사랑처럼 슬픈 얼굴 아름다운 순이의 얼굴은 어린다. 2023. 9. 14. 이별 / 괴테 이별 - 괴테 - 입으로 차마 이별의 인사를 못해 눈물 어린 눈짓으로 떠난다, 북받쳐 오르는 이별의 서러움 그래도 사내라고 뽑넸지만 그대 사랑의 선물마저 이제 나의 서러움일 뿐 차갑기만 한 그대 입맞춤 이제 내미는 힘없는 그대의 손 살며시 훔친 그대의 입술 아, 지난날은 얼마나 황.. 2018. 6. 25.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