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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꽃 나는 황금빛 웃음으로 아침을 맞이한다. 말벌들이 내 품에서 뒹구는 것을 보았는가 온몸이 황금빛으로 물들어 가지 않았던가 당신! 침을 가진, 독을가진 그 누군가를 안아주고 쓰다듬어주고 봄 햇살처럼 품어 준 적이 있었던가 나는, 당신이 뭐라고 하든 한 생을 황금빛으로 웃다 간다. 2020. 9. 11.
탈피[脫皮] 산 입구에서부터 땀이 비 오듯이 흘러내렸다 산새들의 피리소리와 풀벌레들의 박수소리에 신바람이 나있는데 무엇인가 이상했다 "더러워 냄새나! 더러워 냄새나!" 하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리지 않는가 아무리 보아도 킁킁거려 보아도 더러운 냄새는 보이지 않았다 " 네가 흐르는 땀 냄새가 더럽고 냄새난단 말이야!“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내가 흐른 땀방울은 냇물이 되고 강물이 되기도 해서 그 땀방울들은 아침이슬처럼 보석 같은 것이라 생각하며 걸어 왔는데 모처럼 산바람 만나러왔다가 흘리는 땀 냄새가 더럽고 냄새난다니 기가 막힌다 정신없이, 바위틈에 흐르는 물에 얼굴이라도 씻으려 두 손을 받쳐 들고 물을 받으려 했더니 "더러운 손을 어디다 함부로 대고 있어!" 정신이 혼미 해지는데, 무엇인가 내정수리를 때렸다 .. 2020. 9. 11.
푸른 물방울 속 한 잎   붉게 물들어가는 산을 보았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수종사에서 산사의 염불소리 찻잔에 함께 기우리며 붉은 잎으로 변해가는 나뭇잎과 가는 세월 그 의미를 음미하여본다, 멀리 두 물줄기 강물이 스스럼없이 한 강으로 흐르는 사연을 먼 하늘에 흘러가는 구름에게 물어보았다. 두 강물은 소용돌이치지 않고 어찌 하나가 되느냐고 강물은 언제 붉게 물드느냐고 구름은 하얗게 손만 흔들고 하늘은 파랗게 웃기만 하였다, 두물머리를 바라보고 있는 수종사의 세월과 타들어 가는 운길산을 바라보며 나는 찻잔을 기울이며 푸른 물방울 속 한 잎 낙엽으로 물들어 가고 있다. 2020. 9. 11.
어느 박씨의 일상  곡괭이질은 땡볕에서 해야 제 맛이 나는 법이죠, 힘껏 내리찍어 땅파기를 반복하다보면 땀방울이 이마에서 흘러내리거든요, 등짝에서도 물이 줄줄 온 몸은 비 맞은 쥐새끼 꼴이 되어야 진짜 곡괭이질이라 할 수 있는 것이랍니다, 그렇게 힘껏 내리 찍다보면 곡괭이가 튕겨져 나가는 일이 생기기도 한답니다, 그럴 때 손바닥을 통해 전해지는 아픔, 그것은 견디기 힘든 통증이지요, 예기치 못한 바위덩어리나 크고 작은 돌멩이가 찍히기를 거부한 것이랍니다. 그렇게 하루를 땀과 통증으로 보내고 전봇대가 긴 그림자로 골목을 지키고 있을 때쯤, 흐느적흐느적 걸음으로 한손에 고등어나 삼겹살 아니 아이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들고 계단을 올라갈 때…. 2020. 9.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