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트렁크에는 무엇이 들어있나71 민들레꽃이 웃고 있었어요 민들레꽃이 웃고 있었어요 안개 자욱한 산길에서 말 탄 사내가 채찍을 휘둘렀어요. 놀란 말은 앞발을 높이 쳐들고 흙먼지를 일으키며 뛰어나갔지요. 그녀는 말발굽에 밟히지 않으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뛰었지만 그만 밟히고 말았어요. 그녀의 몸은 흙투성이 피투성이가 되어 나뒹굴었고 .. 2013. 1. 29. 내 의자가 오리걸음을 걷는다 내 의자가 오리걸음을 걷는다 은행나무 아래 의자하나가 있다 관절의 꺽쇠는 녹슬고 엉덩이는 나비처럼 펄럭이고 허공 향한 다리는 마른 상처투성인데 홀로, 떨어지는 낙엽을 바라보고 서있다 언덕배기 이팝나무로 서 있을 때 쉬고 싶은 엉덩이 맞이하던 저 의자 관절에서 물안개 같은 .. 2013. 1. 29. 모기장 모기장 분명 저기는 우리 집인데 왜! 덩치 큰 짐승이 입 벌리고 누워있나 혼자도 아니고 둘씩이나 문도 없는데 어디로 들어갔을까 밤마다 자기 집처럼 편하게 누워 자리 차지 할 것이면 차라리 '고얀 짐승 집' 이라고 문패라도 바꾸어 달 것이지 두꺼운 낮 짝이 ‘꼭’ 인간들 같다. 2013. 1. 29. 평화시장 평화시장 청계천 평화시장 비둘기 같은 눈망울들 꽃잎 같은 손에 가위를 들고 가슴속 멍울 싹뚝 싹뚝 잘라내며 드르륵 드르륵 재봉틀에 꿈을 박아 갔다 창문 넘어 먼발치 흘깃 흘깃 훔쳐보는 이국 같은 세상 담장 넘어 그들은 바이올린에 피아노를 치는데 시다. 미싱사. 재단보조, 재단사.. 2013. 1. 29. 이전 1 ··· 10 11 12 13 14 15 16 ··· 1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