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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

매 품팔이

by 바닷가소나무 2006. 9. 6.

 

 

매 품팔이[代杖]


작자 미상


 안주(安州)의 한 백성이 볼기 맞는 매품을 팔아 살아갔다. 외군(外郡) 아전이 병영(兵營)에서 곤장 7대를 맞게 되매 돈 5꿰미를 걸고 대신 매맞을 사람을 구하였더니 그 매품팔이가 선뜻 나섰다.

 집장(執杖) 사령(使令)은 그 자가 번번히 나타나는 것이 얄미워 곤장을 혹독하게 내리쳤다. 매품팔이는 곤장이 갑자기 사나워질 것을 생각지 못하였으므로 우선 참아 보았으나, 두 번째 매가 떨어지매 도저히 견뎌 낼 재간이 없어서 얼른 다섯 손가락을 꼽아 보였다. 5꿰미의 돈을 뒤로 바치겠다는 뜻이었다. 집장 사령은 못 본 척하고 더욱 심하게 내리쳤다. 곤장 7대가 끝나기 전에 이러다가 자기가 죽게 될 것임을 깨달은 매품팔이는 재빨리 다섯 손가락을 다시 펴 보였다. 뒤로 먹이는 돈을 배로 올리겠다는 뜻인 줄 안 것이었다. 그 때부터 매는 아주 헐하게 떨어졌다. 매품팔이는 나와서 사람들을 보고 뽐내는 것이었다.

 “내가 오늘에야 돈이 좋은 줄 알았네. 돈이 없었으면 오늘 나는 죽었을 사람이었지.”

 매품팔이는 돈 10꿰미로 죽음을 면할 줄만 알고, 5꿰미가 화(禍)를 불러온 것은 모르는구나. 어리석은 촌사람이로다. 이보다 더한 일이 있었다.

 형조(刑曹)의 곤장 백 대는 속전(贖錢)이 7꿰미였고, 대신 매를 맞아 주는 사람이 받는 돈 역시 마찬가지였다.

 대신 매맞는 일로 살아가는 자가 있었는데, 어느 무더운 여름날 백 대 매품을 하루에 두 차례나 팔고 비틀비틀 자기 집을 찾아갔다. 그 여편네가 또 백 대 품을 선셈으로 받아놓고 남편을 보자 기쁜 듯이 말했다. 사내는 상을 찌푸리고,

 “내가 오늘 죽을 똥을 쌌어. 세 번은 못 하겠네.”

여편네는 돈이 아까워서,

 “여보 잠깐 고통을 참으면 여러 날 편히 배불릴 수 있잖수. 그럼 얼마나 좋우, 돈이 천행으로 굴러온 걸 당신은 왜 굳이 마다 허우?”

하고 술과 고기를 장만하여 대접하는 것이었다. 사내는 취해서 자기 볼기를 쓰다듬으며 허허 웃고,

 “좋아요.”

 하고 나갔다. 가서 다시 곤장을 맞다가 그 자리에서 즉사하고 말았다.

 그 후 여편네는 이웃의 미움을 사서 구걸도 못하고 길에 쓰러져 죽었다.

 슬프다. 위의 두 이야기는 족히 세상에 경계가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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