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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송 시

사랑은 끝이 없다네 / 박노해

by 바닷가소나무 2024. 5. 30.

사랑은 끝이 없다네 / 박노해

사랑에 끝이 있다면

어떻게 그 많은 시간이 흘러서도

그대가 내 마음속을 걸어다니겠는가

사랑에 끝이 있다면

어떻게 그 많은 강을 건너서도

그대가 내 가슴에 등불로 환하겠는가

사랑에 끝이 있다면

어떻게 그대 이름만 떠올라도

푸드득, 한 순간에 날아오르겠는가

그 겨울 새벽길에

하얗게 쓰러진 나를 어루만지던

너의 눈물

너의 기도

너의 입맞춤

눈보라 얼음산을 함께 떨며 넘었던

뜨거운 그 숨결이 이렇게도 생생한데

어떻게 사랑에 끝이 있겠는가

별로 타오른 우리의 사랑을

이제 너는 잊었다 해도

이제 너는 지워버렸다 해도

내 가슴에 그대로 피어나는

눈부신 그 얼굴 그 눈물의 너까지는

어찌 지금의 네 것이겠는가

그 많은 세월이 흘러서도

가만히 눈감으면

상처난 내 가슴은 금세 따뜻해지고

지친 내 안에선 세상을 다 얻은 듯한

해맑은 소년의 까치걸음이 날 울리는데

어찌 사랑에 끝이 있겠는가

사랑은 끝이 없다네

다시 길 떠나는 이 걸음도

슬픔으로 길어올린 이 투혼도

나이가 들고

눈물이 마르고

다시 내 앞에 죽음이 온다 해도

사랑은 끝이 없다네

나에게 사랑은

한계도 없고

머무름도 없고

패배도 없고

사랑은 늘 처음처럼

사랑은 언제나 시작만 있는 것

사랑은 끝이 없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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