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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송 시

소년 / 윤동주

by 바닷가소나무 2023. 9. 14.

소년 / 윤동주

 

여기저기서 단풍잎 같은 슬픈 가을이 뚝뚝 떨어진다

단풍잎 떨어져 나온 자리마다 봄을 마련해놓고

나뭇가지 위에 하늘이 펼쳐 있다

가만히 하늘을 들여다 보려면 눈썹에 파란 물감이 든다

두 손으로 따뜻한 볼을 쓸어 보면 손바닥에도 파란 물감이 묻어 난다.

다시 손바닥을 들여다 본다

손금에는 맑은 강물이 흐르고

맑은 강물이 흐르고

강물 속에는 사랑처럼 슬픈 얼굴

아름다운 순이의 얼굴이 어린다

소년은 황홀히 눈을 감아 본다

그래도 맑은 강물은 흘러

사랑처럼 슬픈 얼굴

아름다운 순이의 얼굴은 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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