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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 · 인생독본

톨스토이/ 인생독본 ㅡ 11월3일

by 바닷가소나무 2015. 11. 3.

113

 

불변의 법칙이란 단하나 존재할 따름이다. 그것은 신의 법칙이다. 인간이 만든 법칙이 법칙으로 되려면 그것은 신의 법칙과 일치됨으로써만 유지 되지 않으면 안된다.

 

1

그리스도는 말하였다.

나의 가름침은 내 자식의 것이 아니다. 나를 보내 주신 그 분의 가르침이다. 신의 의지를 행하는 자는 이 가르침이 신의 것인가 또는 내가 가르치는 것인가, 그 어느 쪽인가를 알 수 있으리라.<바이블>

 

2

만약 그것이 신의 섭리가 아니라면 의무를 속삭이는 소리는 누구의 소리냐? 그것은 그대 자신의 상상의 소리인 것이냐?

그대가 그대 자신과 이야기 할 때에 들리는 명령적 의지의 소리인가?

혹은 또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 반향에 지나지 않는 것인가? 사회 일반의 의견을 좇는 소리인가?

결코 그런 것들은 아니다. 만약 그것이 우리들 자신에게 의하여 생각된 계율이라면, 그것을 파괴하기 위하여 자기 자신과 논의할 수도 있고 또 그것을 없애 버릴 수도 있으리라. 그러나 우리들은 그 계율의 힘은 우리들의 힘으로 어떻게도 할 수 없는 것이며, 도한 우리들은 그것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음을 느끼는 것이다.

우리들은 그것을 사회 일반의 의견이라고 할 수도 없다. 왜냐면 그 소리는 때때로 우리들을 사회 일반의 의견보다 높이어 주며, 우리들에게 타인의 부정의와 서우는 힘을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선의 의식이 신의 직접 행동이 아님을 아는 것은 태양의 광선이 우리들의 눈이 낳은 것이며 혹은 사회 일반의 의견이 낳은 것이라고 믿는 것보다 훨씬 더 곤란한 일이다.

촉감이 우리들의 육체 밖에 있는 사물을 가르쳐 주듯이양심은 우리들의 개인적인 감정 밖의 사물을 가르쳐 준다.

즉 우리들에게 정의 ,, 진실은 우리들 자신의 소산이 아니라, 신에 의하여 우리들에게 주어진 것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는 것이다. <말디이노>

 

3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이해는 다만 논리적인 능력에 의하여서만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것을 위하여서는 개인 또는 단체의 단순한 이해 문제를 초월하여야만 한다. 그것을 위하여서는 우선 정의를 찾지 않으면 안된다.

왜냐하면 모든 사회문제의 근본에서 우리들은 언제나 그 어떤 공통된 부정을 발견함으로써 이다. <헨리죠오지>

 

4

모든 인간이 인생의 가장 중요한 문제를 알려고 할 때, 그것을 해결하기 이전에 다음과 같은 것을 할 필요가 있다.

즉 오랫동안 시일이 걸려서 쌓여지고, 모든 힘에 의하여서 얻어진 지식인생의 모든 문제에 대하여서 허위의 건립을 지지하고 있는 지식을 타파할 것이 필요하다.

 

5

법칙을 세운다는 것은, 오직 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법칙을 받는 사람의 할일은 그 법칙 속에 침투하여, 그것을 바르게 생활에다가 적용하는 그것이다.

 

*

신의 법칙과 인간의 법칙과는 상반되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신의 법칙을 버리고 인간의 법칙을 높일 것인가? 이점은 이미 1900년 동안이나 실행해 온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신의 법칙은 더욱더 명료해지고 있다. 그리하여 단 하나의 타개 적이 남아 있을 따름이다. 즉 인간의 법칙 대신에 신의 법칙을 바꾸어 놓는다는 그것이다.

 

 

 

◆  신과 인간

 

1

1870년대 러시아의 혁명가들과 정부 사이에 싸움이 벌어져 그 싸움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의 일이였다.

남부의 어느 지방의 총독은 독일 사람이었는데 , 긴 수염, 매서운 눈초리, 붙임성 없는 얼굴, 그러한 것이 그의 특징이었다. 군복을 입고 십자훈장을 목에 건 그는 어느 날 저녁 책상에 앉아 네 개의 황초불을 밝히고 비서관이 가다 논 서류를 대강 훑어보고 결재를 하고 있었다.

전령총장 (아무개」ㅡ큰 도장을 찍어가다가 반정부 음모에 가다했던 < 노보오르시스크> 대학 출신 <아나토리 스웨도로구프>에게 내린 사형선고 명령서가 눈에 뛰었다.

총독은 상을 찌푸리며 여기에도 직인을 찍었다.

늘고 또 너무나 자주 씻기 때문에 주름살이 잡힌 희고 깨끗한 손가락으로 재치 있게 서류를 추려 한편으로 밀어놓았다.

 

다음 서류는 군대 식량 수송비 지불에 대한 것이었다. 그는 그 서류를 자세히 검토해 가다가, 스웨도로구프의 사건에 대해 보좌관과 하던 이야기를 문득 떠올렸다.

<총독은 스웨도로구프의 소지품 중에 다이나마이트가 나왔다고 있었다는 사실 만으로선 그가 범죄의 사실을 품었다고 단언할 수 없다는 의견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이와 반대로 부관은 다이나마이트 외에도 스웨도로구프가 일당의 수령임을 증명할 수 있는 사실이 여러 가지 들어났다고 말했던 것이다.>

그 일이 생각나자 총독은 망설였다. 십자훈장이 늘어진 훌륭한 코트 밑에서 그의 심장은 불규칙하게 뛰기 시작했다. (아직 늦지 않겠지, 비서관을 부르자.)

(취소하지 못하겠다면 명령의 연기만이라도 할 수 있지 않은가.)

(부를까, 말까)

그의 심장은 더 한층 심하게 뛰었다. 그러다가 종을 눌렀다. 사환이 들어왔다.

이봐, 마도윗치는 아직 있나?

, 각하! 아직 사무실에 계십니다.

총독의 심장의 고동은 멈추어졌다가 다시 뛰었다. 그는 며칠 전에 자기 심장을 진찰하고 나서 의사가 하던 주의를 생각해 보았다.

의사는 말하기를

몸을 조금이라고 아끼시는 마음이 계시거든 곧 일을 그만 두시고 정신의 휴양을 취하셔야 합니다. 흥분 하시다는 것이 몸에 해롭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 말씀을 잊지 말고 지키셔야 합니다.

그렇게 의사는 말했던 것이다.

부르신다 할까요?

아 그만 두어!

그렇다하고 그는 혼자 중얼거렸다. (망설인다는 것이 무엇보다도 마음을 살란 하게 하는구나. 이미 결제를 해버렸지 않은가......)

<그리고 또 내게는 아무런 상관없는 일이 아니냐. 나는 황제의 뜻을 대행 했거든, 그런 쓸데없는 일, 생각해 볼 필요조차 없다.>

생각하고선 자기 마음에도 없는 참혹함을 생각하고선 눈썹을 찌푸렸다.

그러고 나서 그는 최근에 황제를 만났을 때를 생각해 보았다.

황제는 엄격한 표정을 짓고 유리 같은 눈을 돌려 그에게 말하기를

짐은 경을 믿네. 싸움터에서 충성을 다해 주었던 거와 같이 혁명당과의 싸움에도 용단을 보여주게속거나 위협에 넘어가지 않도록, 잘 부탁하네.

하던 황제는 그를 껴안고 어깨에 입을 맞추어 주었다.

총독은 그 일과 그때 자기가 한 대답을 생각해 보았다.

신의 단 하나의 소망은 폐하와 나라를 위해 신의 심신을 바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황제에 대한 헌신적인 열정 속에서 느끼던 복종적인 기분을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잠시나마 마음을 어지럽히던 생각을 쫒아버렸다. 그는 나머지 서류에 결재를 내리자 또 종을 울렸다.

차 준비는 되어 있나?

, 다 되어 있습니다. 각하!

응 좋아

총독은 깊이 숨을 한 번 들어 쉬었다. 그러고 나서 심장 언저리를 만져보며 무거운 걸음으로 깨끗하게 닦은 마룻바닥을 밟고 이야기 소리가 새어나오는 응접실로 들어갔다.

응접실에는 총독 부인의 손님들이 와있었다. 지사와 그의 미혼의 공주 한 분, (그 분은 대단한 애국자이시다.) 그리고 총독 집에 남은 단 하나의 딸과 그의 약혼자인 근위사관 등이다.

총독부인은 엷은 입술과 쌀쌀한 표정의 여자로 낮은 테이블 앞에 앉아 있었다. 테이블 뒤에는 알코올 곤로가 놓여있고 그 위에 은으로 된 차 주전자가 얹어 있으며, 차 도구가 늘어져 있었다. 일부러 지은 듯한 슬픈 목소리로 그녀는 젊게 차리고 건강해 보이는 지사 부인에게 자기 남편의 건간 때문에 마음이 상한다고 수다를 늘어놓고 있었다.

매일 같이 가지가지의 새로운 소식이 오고 끔찍한 역모나 그 외의 다른 보고가 온답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우리 주인이 처리 해야만 한답니다.

아이구 그 말씀은 하지도 마세요,

하고 공주가 말했다.

그 지긋지긋한 악당들의 생각만 해도 이가 갈려요.

참 무서운 일이에요. 아마 곧이 안 드시겠지만 우리 주인은 하루에 열 두 시간씩이나 일을 한답니다. 그 약한 심장을 가지고 나는 아주 걱정이 되어 못 견디겠어요, 만일…….

그때 남편이 들어서는 것을 보고 부인은 ! 여러분은 한번 들르러 오셔야만 해요. 바루뷘은 훌륭한 테너가수이니까요.

하고 지사부인을 보며 즐겁게 웃고 마치 여지껏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것처럼 새로운 가수의 이야기를 했다.

튼튼하고 날씬한 몸매를 가진 총독의 딸은 응접실 구석 평풍에 그의 약혼자와 함께 있었다. 총독은

너희들은 둘 다 오늘은 처음 보는 구나

하고 딸에게 입을 맞추고 청년과는 악수를 하였다.

손님들과 악수를 나누고 총독은 한 쪽 테이블 앞에 앉아, 지사와 최근 소식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안돼요, 쉬실 때는 정사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마세요. 의사가 될 수 있는 대로 삼가라고 했잖아요.

하고 지사의 말을 총독부인은 가로막았다. 즐겁고 평화스런 화려함이 거기 있었다.

 

2

그래도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어요.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어요. 놓아주세요.

수웨도로구프의 모친은 소리치며 자기를 꼭 잡고 있는 교장과 아들의 친구들과 의사의 손을 뿌리치려고 몸부림 쳤다.

희끗희끗 헤진 곱슬머리에다 눈언저리에는 잔주름이 잡혀 있는 아직 과히 늙지 않은 인상 좋게 생긴 부인이었다. 스웨도루구프의 친구이며, 교사노릇을 하고 있는 한 젊은이가 사형선고서 결재가 난 것을 어디선가 듣고 찾아 와서 어떠한 놀라운 통지가 와도 침착하게 대하라고 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친구가 이야기를 하기 시작할 때 퍽 주저주저하고 더듬거려가며 하는 말투에서 부인은 자기가 걱정하고 있던 일이 드디어 왔구나 하고 눈치를 챘던 것이다.

이일은, 그 부근에서는 일류라 할 만한 호텔의 어느 조그마한 방에서 발생했던 것이다.

왜 나를 이렇게 잡고들 계시는 거야요. 놓아 주세요!

하며 그녀는 전부터 잘 아는 의사의 손으로부터 빠져나오려고 몸부림하며 소리쳤다.

의사는 한 손으로는 부인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벤치 앞 둥근 테이블 위에 쓰러진 쩍은 물약 병을 집어 세웠다.

부인은 오히려 자기를 여러 사람들이 잡고 있는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자신이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다, 자기 자신이 무서워 졌기 때문이다.

자 진정하세요. 이 약을 좀 잡수세요.

라고 말하며 의사는 포도주용 컵에다 좀 흐릿한 물약을 따라 주었다.

부인은 갑자기 조용해져서, 거의 몸을꺽어 겹치듯이, 평평한 가슴 위에 머리를 떨구었다. 그리고 눈을 감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

부인은 아들이 (석 달 전에) 슬픈, 이상한 얼굴을 하고 마지막 길을 가는 사람의 작별인사 비슷한 말을 하던 일이 생각났다. 또 비로도 잠바를 입고 조그마한 맨발을 내놓고 긴 금발의 곱슬머리를 한 여덟 살 때의 아들의 자태도 머리에 떠올랐다.

그 애에게, 그 애에게, 귀여운 그 애에게……. 그 사람들이 무슨 짓을 한다는 거애요

부인은 일어서서 테이블을 한편으로 밀어제치고, 의사의 손을 뿌리쳤다. 그러나 문턱까지 가서는 다시 소파에 몸을 던져버렸다.

이래도 하느님이 계신다는 말이야, 대체 어떻게 생긴 하느님일가? 이런 일을 용서해 두시다니 그런 하느님은 없는 것이 차라리 낫지, !

하며 울다가 히스테리칼하게 웃었다가, 또 소리 질러보았다간 했다.

목을 졸라 죽인다지, 모든 것을, 자신의 일생을 희생시켜 가며 남을 위해 나라를 위해 바쳐온 사람을 목을 졸라 죽인다.

하고 외쳤다. 그러나 부인은 이전에는 지금 이렇게 자기가 칭찬하고 있는 아들의 자기희생 정신을 나무랐던 것이다.

그 애 목을 매 죽인다고, 그 애를 죽인다고

하며 부인은 울며 소리쳤다.

자 진정하시고 이 약이나 드세요.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아요, ㅡ』

부인은 절망으로 소리치며 울었다.

밤에 들어서는 부인은 말 한마디 할 힘도 울 근력도 없을 정도로 피곤했다. 꼼짝 않고 앉아, 무서운 표정을 짓고, 허공만 바라보고 있었다. 의사가 모르히네를 주사했기 때문에 그는 잠이 들었다.

그 잠에는 꿈이 없었다. 그러나 잠이 깨어 의식이 회복되자 전보다 한층 더한 무서움이 찾아왔다. 가장 무서운 일은 사람들이 이다지도 참혹할 수 있나 하는 것이었다. 저 면도질을 곱게 한 무서운 장군들과 헌병들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누구나 말할 것 없이 모두 더구나 하인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평온한 얼굴을 하고 방 소제를 하러오고, 옆방에 있는 친구들은 이런 때에도 서로 즐겁게 이야기를 하며 웃고 있었다.

 

3

수웨도루구프는 한달넘어나 독방에 가치어 있었다. 그 동안 그는 깊은 경험을 얻었다.

어릴 적부터 수웨도르구프는 본능적으로 자기가 부자로서의 특권을 갖고 있다는 것을 불합리한 일이라 생각해 왔었다. 그리고 그 감정을 없애 보려고 애써 보았으나, 다른 사람들이 가난으로 고생하는 것을 본다든지, 또 때로는 자기만이 유달리 행복을 향유하고 있다고 느끼고, 농민이나, 늙은 사람들이나, 부인네들이나, 어린 아이들을 자기와 견주어 보고 부끄럽게 여기기도 했다. 그네들은 태어나서 살아가지고, 그리고 자기가 각별히 고맙게도 여기지 않고 향락하는 쾌락조차 맛보지 못할뿐더러, 끊임없는 빈곤을 견디어 나가느라 생활의 노예가 되어 고생하다가 죽어가는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자 늘 자기가 악한 일을 하고 있다고 느껴지는 이런 사념에서 벗어나려고 자지 소유지에다 모범학교니, 조비조합이니, 그리고 가난한 사람이나 노인네를 위한 구제소를 설치해 보기도 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이런 일을 하고 있으면서도 그는 오히려 도시에서 친구들과 하께 술을 마시고 떠들고 경마에서 돈을 잃고 하던 때 느끼던 이상으로 부끄러운 느낌을 가졌다.

이러한 일들도 모두 옳지 않은 일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오히려 한층 더 악한 일이며, 그 중에는 무엇인가 도덕에서 벗어난 나쁜 일이 있는 것만 같게 여겨졌다.

이러한 환멸을 느끼며, 그는 케후에 갔다. 거기서 대학시절의 가장 절명했던 친구 한 사람을 만났다. 그 사나이는 삼년 후 케후 요쇠의 참호 속에서 사형 받았다.

그는 천재적이고 열정적인 사나이였다. 그리고 수웨도로구프에게 민중을 계몽하고, 그들에게 주권의 관념을 깨우쳐, 지주나 정부의 권력으로부터 자유를 얻기 위해 단체를 조직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어느 결사에 가입하라고 했다.

이 사나이와 그 친구들과 교제하면서부터 수웨도로구프는 여지껏 막연히 생각해 오던 일이 똑똑하게 알게 되는 것 같았다. 그는 시골로 돌아왔다. 그리고 거기서도 이 새로운 친구들과 관계를 이어가며, 생활 방식이 전혀 바뀌어졌다. 그는 교장이 되어, 성인들을 모아놓고 책이나판프렛을 읽어 주기도 했다. 그 외에도 금지되어 잇는 서적을 출판하기도 했다. 이런 모든 일을 그는 자신의 돈을 써가며 해나갔다. 어머니한테서는 조금도 힘을 빌리지 않았다. 그리고 다른 부락에다도이런 일을 할 중심적인 기관을 두기에 노력했다.

이 새로운 활동을 하는 중에 수웨도로구프는 예산하지 않던 두 가지 장애에 부딪쳤다. 하나는 민중이 그의 선전에 냉담할뿐더러, 우습게 여기기까지 한 일이요,(개중에는 간혹 잘 이해하고

또 하나의 장애는 정부의 간섭이었다. 그의 학교는 폐지되고 경찰관은 그의 집과 친구들을 수색하고, 책도, 서류도 모조리 압수해 갔다.

수웨로로구프는 제일의 장애사람들의 무관심 은 별로 걱정도 안했다.그는 또 하나의 장애에는 너무 심각히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무의미한사람을, 무시한 정부의 박해에 대해서는 다른 지방에 있는 친구들도 다 똑같게 압박당했음으로, 그리고 많은 결사가 정부에 반항하려고 결성되었다.

이 신 계획의 수령은 메제넥키라는 사람이었다.그 꺾이지 않는 의지와 확고한 이론은 누구나가 다 인정하는 바이다. 그는 있는 것 전부를 혁명을 위해 바치고 있는 것이다.

수웨도로구프는 이 지도자에게 아주 감화 되어서 일찍이 농민 운동에 바치던 정력을 쏘다가며 테러리스트의 운동에 휩쓸려 들어갔다.

이런 일은 아주 위험한 것이었다. 그러나 수웨도로구프가 마음이 끌린 점은 분명히 이 위험성이다. 그는 혼자 말하기를

승리하느냐, 죽느냐비록 순사 할지라도 그것은 장래의 목적에 대한 승리인 것이다.

그리고 그의 가슴 속에 타오르는 정열은 그의 칠년간의 혁명시절에 꺼지기는커녕, 오히려 함께 활동하던 사람들과, 사랑하고 존경해 나감으로서 점점 더 열정적이 되어갔다.

그는 이 목적을 위해 전 재산을 써버렸다. 그러나 그는 그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겼다.

또 이 운동을 하는 중에 겪은 괴로움과, 궁한 것을 개의치 않았다. 그러나 다만 한 가지 그의 마음을 괴롭힌 것이 있었으니 , 그것은 어머니와 또 그 어머니를 사랑하는, 또한 사랑해 주는 어머니의 후견인인 젊은 부인에게 자기가 그런 일을 함으로써 끼쳐 주는 슬픔이었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 같은 테러리스트의 한 사람이 경찰관의 눈이 따르는 것 같다며 그에게 몇 개인가의 다이나마이트를 숨겨달라고 부탁했다. 수웨도로구프는 이 사나이가 밉기는 했으나 미워하는 마음을 극복해보려고 오히려 쾌히 승낙을 했던 것이다.

그러나 다음날 경찰관이 와서 가택수생을 하였고 다이나마이트는 발견됐다.

무엇하려고, 어디서 얻었느냐는 물음에 그는 일체 입을 열지 않았다.

이리하여, 그가 각오하고 있던 수난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전부터 그는 많은 친구들이 사형을 받기도 하고 투옥도 되고 추방당하기도 하는 것을 보았고 또 부인네들이 학대 받을 때, 자기도 그러한 일을 당해 모았으면 하고 생각해 보았다. 그래서 구금되고 심문 받을 때, 그는 오히려 자랑스럽고 만족감까지 느꼈다.

이 만족감은 옷을 빼앗기고, 신체검사를 받고 감방에 들어갈 때에도, 또 감방 철문에 자물쇠를 채울 때 까지도 남아 있었다.

그러나 독충이 있고, 먼지가 뽀얗고, 습기 찬 감방 속에서 옆방에 있는 동지들이 노크를 하고 슬픈 소식을 전해주거나 혹은 동지들의 죄를 캐내려고 기를 쓰는 맹혹한 사람들이 심문을 받을 때 이외에는, 늘 지루하고 고독한 가운데 하루가 가고, 이틀이 지나고, 일주일이 되고 자꾸 날이 지나갈수록 그의 기력과 체력은 쇠약해갔다.

그는 아주 우울해져서 이 견딜 수 없는 상태가 어떻게든 빨리 끝이 났으면 하게 되었다. 그의 괴로움은 자신의 인내력에 대한 의심이 생김으로서 더 한층 심해 졌다.

두 달째 들어서는 석방 받기 위해 사실을 고백해버릴까 하는 생각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의지가 약해져 가는데 놀랐다. 그리고 이제는 자기 가슴속에 전과 같은 투지가 없어진 것을 깨닫고 자신을 책망했다. 그럴수록 괴로움은 더해만 갔다.

무엇보다도 무서운 일은 옥중에 오래 갇혀 있는 동안에 그는 자유스럽던 때에 너무 값싸게 써버린 자신의 젊음의 힘과 즐거움을 아깝게 여기는 뉘우침이 생긴 것이었다.

그러한 생각이 이제 와서는 아주 그의 마음을 꼭 잡고 놓지를 않는다. 이제까지 선으로 여기고 해오던 일의 손실을 뉘우치고, 또 때로는 지금껏 해오던 모든 일에 대해서도 의심을 품게 되었다. 편안히 소골에나 혹은 외국에 가서 사랑을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살았으면 얼마나 행복하고 즐거웠나 하는 생각도 떠올랐다. 혹은 어느 여인과 결혼해서 함께 행복과 기쁨에 찬 생애를 보낼 수 있었으면 하기도 했다.

 

 

4

철창속의 괴롭고 단조한 두 달이 지난 어느 날 전옥이 주례순시 때 갈색 표지에 금빛 십자가가 새겨져 있는 조그만 책을 수웨도로프에게 주었다. 그리고 지사 부인이 재수들에게 주라고 신약성서를 몇 권두고 간 것이라고 말했다.

수웨도로구프는 감사하다고 치사하고 웃으며 벽에 붙어있는 탁자 위에 놓았다.

전옥이 나가자 그는 옆방 사람에게 신호를 보냈다. 전옥이 별다른 새 소식을 전하지 않았으나 성서를 주고 가더라고 했다. 그랬더니 옆방에서도 같은 대답을 해왔다

수웨도로구프는 누기가 차서 달라붙은 책을 한 장씩 펼쳐가며 읽었다. 그는 아직 성서를 보통 책처럼 잘 읽어 본적이 없다. 다만 성서에 관해서 알고 있는 것은 학창시절 신학교수가 무엇인가 지루하게 떠들어 댄 것이다. 교회에서 목사가 마치 시를 응ㄹㅍ듯이 읽어가던 것뿐이다.

(제일장, 아브라함과 이삭을 낳고, 이삭은 야곱을 낳고, 야곱은 유다를 낳고…….

하고 읽어 갔다. 아무 뜻도 없는 것이다. 기묘하고 어지럽기만 한 어리석은 말만 적혀 있다. 감옥 속이 아니었더라면, 단 한 페이지도 읽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읽어 나갔다. 다만 막연히 낭독해 나간다는 기분으로 그 아들이 처녀 몸에서 태어났다는 것, 그리고 그 아이는 (하느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다)란 뜻을 가진 임마누엘이란 이름으로 불렸다는 것이 적혀 있는 제일장을 읽었다.

(그런 예언자가 도대체 어디서 왔나)

하고 생각하며 읽어 갔다. 이동하는 별들에 관해 쓰여 있는 제이장, 메뚜기를 먹으며 살았다는 요한에 관한 제삼장, 그리고 마귀인지 무엇인가가 예수에게 서전 꼭대기에서 뛰어 내리라고 했다고 적혀있는 제사장도 읽었다. 그것들은 모두 쓸데없는 것뿐이었다. 다른 할 일도 없고 지루하기만 하였으나, 그는 책을 덮어버렸다. 저녁이 되자 늘 하는 버릇으로 이를 잡기 시작했다.

문득 그는 중학 오년급 시험 때 지복중의 한 가지를 잊어버려, 얼굴이 붉고 곱슬머리를 한 목사에게 꾸지람을 듣고 낙제 점수를 받았던 일이 생각났다. 그것이 어는 지복(至福)인지 생각이 나지 않아 닥치는 대로 읽어 보았다.

의를 위하여 핍박을 받는 자 뽁이 있나니, 천국이 저희 것임이라

하는 데를 일고 이것은 자기와도 상관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나로 인하여 너희를 욕하고 핍박하고 거짓으로 너희를 거슬러 모든 악한 말을 할 때 너희에게 복이 있나니 기뻐하고 즐겨하라……. 너희보다 전의 선지자들도 이와 같이 핍박을 받았느니라. 너희들은 세상의 소금이니 그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리오……. 다음엔 필요 없다. 밖에 버리어져 사람에게 밟힐 뿐이다.

이런 것들을 모두 마치 자기를 두고 한 말같이 느껴졌다. 제오장을 일고 한숨을 돌렸다. (노하지 말라, 간음치 말라, 악한 자를 대적치 마라. 너희 적을 사랑하라…….

(그렇다 이렇게 하고 살아갈 수 있다면)하고 생각했다. 혁명이 없어도 좋은데

읽어가는 중에 이 같은 뜻이 깊이깊이 가슴을 파고 들어왔다. 읽으면 읽을수록 이 책에는 특별한 깊은 뜻이 잇는 것이라고 느끼게 되었다. 어떤 것은 곧 깊은 감명을 주고 또 어떤 것은 아직 하번도 들은 적이 전혀 없는 것인데도 마치 이전부터 알고 있었던 듯이 생각되는 것도 있었다.

그 생명을 얻는 자, 이것을 잃고 나를 위해 생명을 잃는 자, 이것을 얻나니

사람이 전 세계를 제 것으로 한들 영혼을 잃으면 무엇에 쓰랴

(그렇다 그렇다) 그는 눈물을 흘리며 (이것이야말로 옳고 또 내가 하고자 했던 것이다. 이것이 내가 나의 영혼을 받쳐가며 얻고자 한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기쁨이 있다. 이것이야말로 생명이 잇는 일이다.) 하고 외쳤다.

(나는 많은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여러 가지 일을 해 왔다. 그것은 남의 행복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나는 나타샤 도미이토리 쇠로모프의 의견도 좋다고도 생각하면서 해왔던 것이다. 그러므로 의심이 생겼다. 불안했다. 나는 나 자신의 영혼이 명한 것을 한 때만 자신의 생명을 내어던져 버리려고 생각했을 때만 평화를 느꼈던 것이다. 자신의 전부를…….

그 후 수웨도로구프는 성서를 읽고 그 속에 쓰여 잇는 뜻을 생각해 보며, 뜻있는 시간을 보냈다. 그러는 동안에 그는 자심을 현 상태에서 좀 더 높여보고자 하는 마음이 생겼다. 또 전에는 느껴본 적도 없는 듯 한 새로운 사상이 싹터 왔다. 왜 모든 사람들은 이 책에 적혀 있는 것과 같은 생활을 하지 않는 것일까 하고도 생각해 보았다. 그렇게 하면 삶은, 어느 누구 한사람뿐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좋은 것인데, 그리고 살아만 나가면 슬픔도 가난도 다 없고, 다만 행복만이 있을 것이다.이 감옥살이가 끝나고 내가 또 다시 자유롭게 살 수 있다면 하고 생각했다.

(언젠가는 석방 되겠지. 혹은 노역을 해야 할지도 모르지. 어디 있던지 이 책과 같은 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이와 같이 살아 나가자. 그것을 할 수 있는 일이지 필요한 일이다. 이런 삶을 지니지 않은 것은 어리석은 사람들뿐이다.)

 

5

어느 날 그가 기쁨에 잠겨 있으려니까 전옥이 뜻밖에 찾아와서 기분이 어떠냐. 뭐 소용되는 것 은 없나 하고 물었다. 수웨도로구프는 놀라기는 하였으나,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다. 그랬더니 전옥은 곧 보내겠다는 말하며 나갔다. 그리고 참말로 간수가 답배 한 갑과 성냥을 가져왔다.

누가 잘 보아주라고 부탁이나 하고 간 게지.

하고 수웨도로구프는 예사로 여겼다. 이렇게 대우가 바뀐 이유를 담배를 피워 물고 곰곰이 생각하며 감방에서 왔다 갔다 했다.

다음날 그는 법정에 끌려 나갔다. 거기는 몇 번씩 가본일이 있었으나, 그날은 심문은하지 않았다. 그리고 한 재판관이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일어서자 다른 재판관들도 따라 일어서섰다. 그는 한 장의 문서를 손에 들고 크고 어색한 그리고 악센트가 없는 소리로 읽었다.

수웨도로구프는 귀를 기울이면서 재판관들의 얼굴을 보았다. 그들은 모두 그와 눈이 마주치는 것을 피하려는 것 같았다. 그리고 다만 어둡고 긴장한 얼굴을 하고 동료의 목소리를 듣고 있었다. 그 문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의 것이었다.

아나도리 수웨도로구프는 가까운 혹은 먼 장래에 현 정부를 전복할 목적으로 혁명운동은 한 죄로 그 권리를 박탈하며 교수형에 처한다.

수웨도로구프는 그 표면적인 뜻 밖에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가까운 먼 혹은 먼 장래에)란 묘한 말을 들었다. 그리고 사형당할 사람에게서 박탈할 권리가 있다는 것은 불합리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자기에게 읽어준 말의 뜻을 조금도 알지 못했다.

퇴장명령을 받고 헌병의 인도아래 밖으로 나왔을 때에야 비로소 그는 자기가 사형선고를 받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슨 잘못이 있을게다. 오해다……. 도무지 뜻을 모르겠다. 설마......)

하고, 감옥으로 되돌아 왔을 때, 그는 혼자 중얼거렸다. 그는 그때 자기의 죽음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를 자아의식과 죽음과를, 즉 무아를 결부시킬 수 없을 정도로 생의 힘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침대 위에 누어 눈을 감고 장차 무엇이 자기를 기다리고 있나 똑똑히 알아보려 했으나 알 수 없었다. 그는 아무리 해도 자기의 존재가 없어진다는 것은 이해 할 수 없었다. 남이 자기를 죽이려고 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나를! 절하고 행복하고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던 나를ㅡ』

하고 생각했다그리고 어머님의 사랑, 나타샤의 사랑, 친구들의 정의를 생각해 보았다.

그런 나를 죽인다고, 목을 베인다고, 누가 그런 일을 한다는 거야. 무엇 때문에, 그리고 내가 죽는다면 무엇을 하려고? 설마 그런 일이?

전옥이 들어왔다. 수웨도로구프는 처음엔 그것이 누구인지 분간하지 못했었다.

누구야, 무엇 때문에 왔어?

하고 누구인지 모르기 때문에 소리쳤다.

아 당신이요, 몇 시나 됐나요?

하고 물었다.

모르겠는데

하고 전옥은 말하고 좀 잠자코 있다가 갑자기 교활한 그러나 유한 목소리로

목사님이 오시겠다는데 ……. 당신과 남나 보려고……. 각오가 됐나 묻고자…….

만나볼 필요 없어요. 나는 아무 말도 안하겠으니, 저리 가주십시오.

하고 수웨도로구프는 외쳤다.

그래 유언해 둘 것도 없나?

하고 전옥이 물었다.

아 종이를 주십시오, 우서를 쓰게

전옥은 나갔다.

틀림없이 내일 아침 죽이려는 구나

수웨도로구프는 생각했다.

아무 것도 아니지, 내일 아침이면 나는 살아 있지 않는다……. 아니 이게 꿈이다. 꿈에 틀림없어!

그러나 간수가오래 정든 간수다와서 두 자루의 펜과 잉크와 편지를 그리고 몇 개의 푸른 봉투를 탁자 앞 의자 위에 놓았다. 모든 것이 현실이지 꿈은 아니었다.

생각하면 안 돼. 생각하면 그렇다 그래. 우선 어머님께 쓰자

하며 수웨도로구프는 곧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나의 사랑하시는 어머님전하고 써 놓고 그는 울었다.

용서하여 주십시오. 불초 소자가 끼쳐드린 모든 서러움을 용서하여 주십시오. 소자가 잘못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어머님 그런 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어머님! 저의 단 하나의 소원은 어머님이 저를 용서해 주시는 것뿐입니다.

(그러나 나는 벌써 몇 번이나 이 말을 되풀이 했던가) 하고 생각했다. (아니야, 그까짓 것 상관없어 다시 고쳐 쓸 시간도 없는데)

저의 일을 너무 서러워 마십시오. 저는 두렵지 않습니다. 제가 한 일을 후회하지도 않습니다. 저에게는 다른 할 일은 없었으니까요. 용서해 주십시오.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나무라지 마십시오. 저와 함께 이를 꾸민 사람들도. 누구나 다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용서해 주세요. 그네들은 자기들이 무엇을 해야 옳을지 알지 못한답니다. 저는 이제는 이상 더 제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되풀이할 용기가 없습니다. 그러나 그것들은 저의 영혼 속에 사무쳐 저에게 용기를 북돋우어 주고 위로해 줍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어머님의 늘고 주름진 그리운 손에 입 맞춥니다.

눈물 양 눈에서 번가라가며 종이 위에 떨어져 퍼졌다.

저는 울고 있어요. 그러나 슬픔이나 괴로움 때문이 아닙니다. 저의 생애의 가장 엄숙한 때를 맞이해 겸허한 기분으로 있기 때문입니다. 또 한 가지 이유는 어머님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저의 친구들을 꾸짖지 마시고 사랑해 주십시오.

특히 푸로호로푸를 사랑해 주십시오. 제가 사형 받게 된 것이 그 때문이라 해서 미워하시지 마십시오. 모든 사람이 욕하고 미워하는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기쁜 일입니다. 이런 사람들사람들의 적을 사랑한다는 것은 참으로 기쁜 일이랍니다.

나타샤에게 전해 주십시오. 그의 사랑이 제게 기쁨과 위안을 주어 왔다는 것을 저는 여태껏 충분히 그것을 이해하지 못해 왔었으나, 저의 영혼 속에서는 그것을 깨닫고 있었습니다.

나타샤가 있고 그가 나를 사랑해 준다고 생각만 해도 마음이 든든해집니다. 올릴 말씀 모두 올렸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부디

그는 편지를 접어서 봉투 속에 넣고 그리고 침대 위에 앉아 손을 무릎에 얹고 눈물을 삼켰다.

그는 아직도 죽어야만 한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그리고 자기는, 자고 있는 것이나 아닌가, 자꾸 자신에게 묻고 잠들었거든 깨어나라고 헛되이 애를 썼다.

이 생각을 또 그에게 다른 일을 생각게 했다. 사람의 한평생이 모두 꿈일지 모르겠다. 그리고 잠이 깬다는 것이 곧 죽음이라고 생각해 보았다. 그렇다면 이승의 생의 의식이란 것은 사람이 뭐하나 기억하지 못하는, 전세의 꿈에서 개어나는 것에 다름이 없다고, 그런 까닭으로 이승의 생활은 처음이 아니라 하나의 새로운 형식에 지나지 않는다고. 그리고 그러므로 자기가 죽어도 그것은 또 다른 하나의 새로운 형식 속에 들어가는 것일라고. 이런 생각은 그를 기쁨에 차게 했다. 그리고 이런 생각으로 마음을 쉬고자 할 때그는 이 생각은 무엇보다도 훌륭하고 죽음에 임하는 공포를 없이 해줄 수 있다고, 여겼으나, 곧 피로해 졌다. 두뇌가 더 이상 움직여 주지를 않았다. 눈을 감고 잠시 아무 생각도 없이 있었다.

그는 편지를 다시 읽어 보았다. 그 끝에 가서 푸로호로푸란 이름이 있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자 곧 이 편지를 누가 읽으며반드시 검열을 할 것이다. 푸로홀푸의 신세를 망쳐주는 것이 아니냐 하고 생각했다.

(아 내가 무슨 일을 저지르려고)

하며, 그는 편지를 조각조각 찢어 람프불에 태워 버렸다.

그는 그 편지를 쓰고 있는 동안은 절망이 남아 있었으나, 이제는 고요한 마음으로 기쁨을 갖게 되었다.

그는 새 종이위에 다시 쓰기 시작했다. 생각이 순조롭게 자꾸 이어져 나갔다.

경애하는, 그리운 어머님전

그의 눈에서는 다시 눈물이 고였다. 쓴 것을 읽어 보려고 그는 옷소매로 눈물을 닦았다.

왜 저는 자신을 알지 못했을까요? 왜 늘 마음에 있던 어머님에 대한 사랑과 감사를 깨닫지 못했을까요. 저는 이제 와서 그것을 깨달았습니다. 이제 그것을 안 것이랍니다.

어머님과 저와의 사소한 안력이나 또는 제가 어머님께 쌀쌀하게 대한 적이 있었던 일들을 생각하면 괴롭습니다. 그리고 부끄럽습니다. 왜 그때 그런 태도를 취했었는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그리고 좋은 점만을만약에 저에게 그런 점이 있었다면생각해 주십시오.

죽음은 조금도 두렵지 않습니다. 참말로 저는 아직 죽음이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도무지 믿을 수 없습니다. 다만 죽음 곧 소멸이라는 j것이 있다면 삼십년 일찍 죽으나 삼십년 늦게 죽으나 한 가지가 아닐까요.

(그러나 왜 나는 이런 철학 비슷한 말을 하나. 먼저 편지에 섰던 것을 써야지맨 끝에 썼던 그 말을, 그렇다.)

하고 그는 생각했다.

저의 친구들을 나무라지 마십시오. 사랑해 주세요. 더구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저를 죽음의 구렁이로 떨어뜨린 사라들을 사랑해 주십시오. 저 대신 해서 나타샤에게 입 맞추어 주십시오. 그리고 저는 늘 나타샤를 사랑하고 있었다고 전해 주십시오.

(그리고 다음은 무엇이었지)

본제로 돌아가려고 그는 중얼댔다.

(아무것도 없어. 아니 없을 리가 없어. 그럼 무엇이었지?)

문득, 살아 있는 인간에게는 그러한 의문에 대한 해답이 없다. 있을 리가 없다는 것이 또렷하게 이해되었다.

(그러면 왜 그것을 자문했나? 그렇다 왜 물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야살아야만 하는 거야내가 살아 있었듯이 이 편지를 쓰고 있었듯이, 다시 말하면 사람은 예전부터 죽어야만 하는 운명이었지, 그러면서도 아직 살아 있다. 우리들은 틀림없이 기쁨에 찬 생명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이런 때 자기들이 사랑하고 있을 때, 그렇다, 사랑하고 있을 때이다. 이렇게 우리는 살아 있는 것이다. 어디 가든지 어느 때이건, 그렇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자유스러운 때건, 감옥에 갇혀 있는 때건, 오늘이건, 내일이건, 그리고 그 최후의 날에라도.

그는 갑자기 아무하고나 이야기가 하고 싶어졌다. 문을 뚜드려 간수 보고 지금 몇 시냐고, 또 곧 교대하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간수는 아무런 대답도 안했다. 그래 그는 전옥을 불러 달라고 했다. 좀 후에 전옥은 왔다.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어머님께 드릴 편지를 썼습니다. 전달해 주십시오.

하고 말하며 어머님 생각을 하니, 눈물이 쏟아졌다.

전옥은 편지를 받았다. 그리고 꼭 전달하겠다고 약속을 하며, 일어서려는 것을 수웨도로구프는 말렸다.

당신은 친절한 분입니다. 그러나 왜 이런 잔인한 일을 하고 계십니까.

하고 전옥의 소매를 잡으며 조용히 말했다.

전옥은 어색하게 슬픈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눈을 땅으로 내리 깔고 말했다.

그래도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 나가야하지 않겠습니까.

이런 일은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산목숨에 거미줄 치겠습니까. 당신은 이렇게 친절한 분인데 아마 제가…….

전옥은 갑자기 울음이 터질 것 같았다. 그는 뒤를 보이고 문을 탕 닫고 나갔다.

전옥이 감동된 모습이 더한층 수웨도로구프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는 기쁜 눈물을 참고 감방 안을 왔다 갔다 했다. 이제는 공포감이란 그에게는 없었다. 그리고 다만 이 세상보다 더 높은 곳으로 자신을 끌어 올리는 듯한 엄숙한 느낌을 받았다.

전에는 풀리지 못했던 사후에는 어찌되나 하는 의문이 풀릴 것 같이 느껴졌다. 더구나 인간이 생각해 낸 꾀까다로운 해답이 아니라, 그의 가슴 속에 잇는 참된 의식에 의해서.

그는 복음서의 구저를 생각해 보았다.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톨의 보리알도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단 하나로 많은 결실을 보리라.)

(나는 지금 이처럼 땅에 떨어지려 하고 있다. 그렇다. 진실로 진실로.)

하고 그는 생각했다.

(자자! 피곤하지 않도록)하고 중얼대며 침대에 누워 곧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여섯시에 잠이 깼다. 그는 행복한 꿈에 가동하고 있었다.

그 꿈은 이런 것이었다. 고운 머리를 한 소녀와 함께 꺼멓게 익은 뻐찌가 잔뜩 달려 있는 가지에 올라 큰 놋쟁반에 따서 담고 있었다. 열매 하나가 잘못되어 땅에 떨어졌다. 그러자 이상한 짐승이고양이 비슷했다집어 던졌다간 또 집었다. 이것을 보고 소녀는 웃어 대며 떠드는 바람에 수웨도로구프도 따라 웃었다. 무엇인지 모르나 막 웃었다. 그러다 갑자기 놋쟁반은 소녀의 손에서 미끄러져 떨어졌다. 수웨도로구프는 그것을 잡으려 했으나 못 잡았다. 쟁반을 가지에 부딪쳐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그는 웃으면서 자꾸 우리고 있는 쟁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눈을 떴다. 그 소리는 목도에서 쇳 빗장을 빼는 소리였다. 복도에서는 발소리와 총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 왔다. 그는 갑자기 모든 것을 깨달았다.

(아 한번만 더 잤으면 좋겠다.)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발소리는 문 앞에 와서 멈추었다. 자물쇠를 만지작거리는 소리와 문이 열리며 삐거덕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한 사람의 헌병 장교가 전옥과 함께 들어섰다.

(죽음이냐, 아 그것이 무엇이란 말이냐, 가자. 좋아, 다 좋아)

하고 수웨도로구프는 생각했다. 전날 그가 느낀 엄숙한 기분이 되돌아옴을 깨달았다.

 

6

수웨도로구프와 한 감옥에 종교분립논자인 늙은 농부가 갇혀 있었다. 그는 목사들을 믿을 수 없게 되어 참된 신앙을 구하고 있었다. 그는 니큰 이래의 교회뿐만 아니라, 표요돌 대제시대 이후의 정부까지도 모두 반 그리스도교도라고 부정해 버렸다. 정무의 권력을담배 왕국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그리고 대담하게도 승려나 정부 인사를 들어서 욕했다.

 

그 때문에 잡혀서 취조를 받고 금고처벌을 받고, 감옥에서 감옥으로 옮겨지고 있었다. 자유의 몸은 다시 될 수 없고, 한 평생은 감옥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간수가 학대한다는 것, 손과 발에 칼을 씌운 것이다. 함께 있는 죄수들이 우습게 여긴다는 것이나, 그 죄수들이 신을 모독하고 서로 욕하며, 여러 가지 말과 행동으로 자기들 가슴 속에 계신 하나님을 더럽히는 것 등등은m 그에게는 상관없는 것이었다. 이러한 것들은 아직 자유로운 처지에 있을 때도 도처에서 보아왔던 것이다. 이것은 모두 사랑이 참된 신앙을 잃고, 어미 개를 떨어진 눈먼 개새끼 모양 길을 잃고 있는 것이라고 그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참된 신앙이라는 것이 아직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자신이 그것을 자기 마음속에 느끼고 있으면서도 그것은 아직 어디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도체에서 찾아 헤맸다. 더구나 그는 그것을 요한의 묵시록 중에서 찾아내려고 했다.

의롭지 못한 자 의롭지 못한 대로 두고, 천한 자 천한 대로 두고, 올바른 자 올바른 대로, 성스러운 자 성스러운 대로 두라

나의 속히 옴을 보라. 그리고 반듯이 보상이 있도다. 저마다 행함에 따라 이것을 갚을 지어라.

그는 이 신비의 책을 읽어가며 언제나(저마다 행함에 따라 이것을 갚을 지어라)한 말뿐이 아니라 인간에게 하느님의 진리의 전부를 개시해 줄(내 뒤에 오시는 이)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수웨도로구프가 처형 받는 날 아침, 그는 북소리를 들었기 때문에 창에 기어올라 창살 틈으로 밖을 내다보았다.

한 대의 마차가 반짝이는 눈을 가진 청년이 웃음을 띄우고 옥사에서 나와서 그 마차에 올라탔다.

그의 희고 조그마한 손은 가슴에 꼭대어 있었다.

한권의 책이 있었다. 열렬한 신자는 그것이 목음서인 것을 알았다. 그 청년은 창마다 내다보고 있는 죄수들에게 고개를 끄덕여 인사했다.

그리고 웃으면서 그와도 눈이 마주쳤다. 마차는 호위병에게 엄호되어 있는 밝은 얼굴을 한 그 청년을 태우고 감옥 문을 나갔다. 그리고 돌 위를 덜거덕 거리며 달려갔다.

이 열렬한 신자는 창가에서 내려와 치대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그 사람은 진리를 깨닫는 것이다.)

(그리고 그리스도교의 종놈들은 그가 그 진리를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도록 그를 죽이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라고 생각했다.

 

7

가을 아침이었다. 해는 아직 안 뜨고 물기 있는 바닥바람이 불어왔다. 시선한 공기, 즐비하게 늘어선 집들, 거리, , 그리고 자기를 쳐다보고 있는 사람들이런 모든 것이 그의 마음을 어지럽혔다. 마부와 등지고 마차에 등지고 앉아 수웨도로구프는 자기를 호위하는 군인들의 얼굴이나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을 무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아직 이른 아침이었다. 거리는 한적하고 다만 품팔이꾼들만이 나다니고 있었다. 앞치마를 입고 석탄연기로 끄는 미장이들이 힘차게 걸어오고 있었다. 무든 그들은 서서마차를 돌아보며 그 중의 한사람이 무어라 지껄이면서 저이들끼리 손을 흔들더니 다시 일터로 걸가기 시작했다. 털거덕 소리를 내며 철봉을 실은 달구지를 끌고 오던 마부들은 자기내의 달구지로 길 한 옆으로 부치고 길을 내주며 놀란 듯이 호기심에 찬 눈으로 그를 쳐다보며, 한 마부는 모지를 벗고 가슴에 십자를 그었다. 흰 모자와 에프로롱을 친 식모가 문에서 바구니를 손에 들고 나오다가 빨리 뒤곁으로 되돌아가더니 곧 딴 여자 하나를 데리고 나왔다. 서로 두려운 듯이 숨을 죽여 가며 눈을 크게 뜨고 마차가 멀리 안보이게 될 때까지 바라보고 있었다.

두 어린 소년이 뛰어 왔다. 그리고 앞은 보지도 않고 마차만 쳐다보며 걸어갔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 소년은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

어린 쪽 아이는 모자를 안 쓰고 있었다. 그리고 큰 소년을 따라가며 놀란 얼굴로 마차를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돌부리에 발을 채여 넘어질 뻔 했으나 억지로 중심을 잡았다. 그 애와 눈이; 마주치자 수웨도로구프는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마차에 태워 끌려가는 무서운 사람이 자게에게 아는 체하니 그 사내아이는 놀라서 눈과 입을 크게 벌리고 큰 소리로 무어라고 소리치려고 했다. 그때 수웨도로구프가 손으로 키스를 던지며 공손히 웃어보였다. 그랬더니 그 손년은 갑자기 감동되었는지 순진한 웃음으로 받았다.

도중 곰곰이 자기를 기다리고 있는 일을 생각해 보았으나 수웨도로구프의 고요하고 엄숙한 마음은 동요되지 않았다.

그러나 교수대가 있는 데까지 마차에서 끌어내려지고, 우뚝 서 있는 십자가나, 그 위에서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밧줄을 보았을 때, 마음에 받는 육체적인 아픔을 느끼는 듯 했다. 그는 기분이 나빠졌다. 그러나 그것은 잠시 동안이었다. 그는 사형대 둘레에 총을 들고 늘어선 군인들의 어두운 행렬과 그 앞에서 장교가 움직이고 있는 것을 보았다.

마차에서 끌려 내려지자 갑자기 북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군인들의 행렬 뒤에 수웨도로구프는 신사와 숙녀들이 탄 마차가 서 있는 JK을 보았다. 그 사람들은 구경하러 온 것이다. 그네들을 보고 수웨도로구프는 처음에는 놀라워했으나, 곧 이 사람들은 가엽게 여기는 마음이 났다. 그 이유는 그들은 예전의 자기와 마찬가지로 그가 지금 깨닫고 있는 것을 알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도 알 때가 올 거야. 나는 죽어 없어지나 진리는 살아 있다. 그들은 깨닫게 되겠지! 하나뿐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행복해질 날이 올 것이다. 곡 옥야 말 것이다.)

장교 한 살에게 인도되어 그는 교수대위에 올라갔다. 북소리가 그치자 그 장교는 어색하게 꾸민 목소리로, 북소리가 끝인 널따란 벌판에 공허하니 언젠가 재판관이 그에게 읽어 들려준 난폭한 사형선고를 읽었다.죽일 사람에게서 권리를 박탈하느니, 가까운 혹은 먼 장래에라도 한 기묘한 문구가 쓰여진 사형 선고문을,

(왜 이런 것들을 하는 거야. 왜 무엇 때문에)

하고 수웨도로구프는 생각했다.

(아직 모른다는 것은 가엾은 일이다. 나는 지금 그들에게 그것을 설명해 줄 수는 없다. 그러나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 누구나 다 알게 될 거야)

머리가 길고 숯이 적은, 자색 승복을 입은 윤기가 흐르는 목사가 까만 비로드 소매에서 내밀은 여자 같이 희고 약하게 생긴 손에다 은으로 된 십자가를 들고 수웨도로구프에게 다가왔다.

(자비로우신 하느님 아버지시오......)

하고 그는 말하기 시작하며 왼손에서 오른 손으로 십자가를 옮겨 쥐고, 그것을 수웨도로구프에게 받쳐주었다.

수웨도로구프는 뒤로 주춤 물러서며 외면을 했다. 그는 지금 목사가 이런 때에도 인자하신 하나님 운운하는 거짓말을 하는 것이, 큰소리로 비난하고 싶었으나 복음서에

(저희들은 그 한 바를 아지 못하더라)

하신 말을 생각해 내고 꾹 참았다. 그리고 공손히 말했다.

용서 하십시오. 저는 그런 것은 필요 없습니다. 죄송하지만 참말로 필요 없습니다. 그러나 하여간 감사합니다.

그는 목사에게 손을 내밀었다. 목사는 십자가를 왼손에 바꾸어 쥐고 수웨도로구프와 악수를 했다. 그리고 그와 눈이 마주치기를 피하며 내려갔다. 북소리는 또 울렸다. 다른 소리를 덮어가며.

목사가 내려간 다음에는 중키에 둥근 어깨를 한 몸이 딱 바라진 로시아의 노동자 특유한 윗저고리에 외투를 입은 사나이가 사형대를 올라오며 빠른 것음으로 수웨도로구프 곁에 다가왔다.

이 사나이는 수웨도로구프를 날카로운 눈초리로 한번 훑어 보고나서 슬쩍 땀으로 이상한 냄새가 풍기는 욕심 많게 생긴 두툼한 손으로 그의 양팔 위쪽 관절을 잡고 뒤로 비틀어 올렸다. 그리고 곡 결박을 지었다. 그의 손을 묶어버리고는 무엇을 생각하는지 잠시 서 있었다. 그리고 수웨도로구프를 보던 눈을 돌려 자기가 가지고 온 푸대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십자가 기둥에 느려진 밧줄을 쳐다보았다. 자기가 할 일을 생각 했는지 그는 밧줄 곁에 가서 무엇이지 부스럭거렸다. 그리고 수웨도로구프를 밧줄 가까이, 사형대 끝으로 밀어냈다.

수웨도로구프ᅟᅳᆫ 전에 사형선고를 받았을 때 그것이 자기와 무슨 상관이 있는지 알지 못하고 있었지만 지금도 그와 마찬가지로 자기 몸에 임박한 이 순간의 참된 의미를 알지 못했다.

그리고 그는 재빨리, 그리고 익숙하게 조심해 가면서 자기의 맡은바 그 무서운 일을 해내려고 하는 사형집행인을 놀라운 눈으로 보고 있었다.

사형집행인의 얼굴은 로시아 노동자들에게 가장 흔한 타입으로 잔인한 점은 조금도 없고 열심히 해야 할 어려운 일을 될 수 있는 데로 정확하게 해내려는 사람의 얼굴이었다.

좀 앞으로 나가ㅡ』

끝으로 밀어내면서 쉰 목소리로 사형집행인은 말했다.

수웨도로구프는 움직였다. 그리고

주여, 구원해 주시옵소서. 자비심을 베풀어 주시옵소서

라고 중얼거렸다.

수웨로구프는 신을 믿지 않았다. 늘 신을 믿는 사람을 비웃어왔다. 지금도 그는 신을 믿고 있지 않았다. 말로서 신을 표현할 수도 없었고, 또 사상 속에서도 신을 찾아 볼 수 없었으므로 믿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 부른 주라는 이름이 나타내는 것은그는 그것을 느끼고 있었다.그가 아는 한도에서는 가장 참된, 진실한 무엇이었다. 이 이름을 부르지 않을 수 없고 그리고 중요한 것임을 그는 알았다.왜 그러냐 하면 지금 이 부름이 그에게 용기를 도와주고 그의 마음을 가라앉혀 주었기 때문이다

그는 사형대 끝으로 다가섰다. 그리고 무심코 군인들의 행렬과 화려하게 차린 구경꾼들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그는 또 생각했다.

왜 어찌해서 이런 짓을 하나?

그리고 그들과 자기 자신을 가엾이 여기는 맘을 금할 수 없어 눈물이 솟아왔다.

당신은 내가 불쌍하지 않소?

하고 사형집행인의 재빠른 잿빛 눈을 보며 말했다. 사형집행인은 좀 주저하였으나, 그의 표정은 곧 굳어졌다.

자 떠들면 안 돼ㅡ』

하고 입속으로 말하며 날쌔게 외투와 푸대가 놓인 곳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민첩하게 움직여 가며, 수웨도로구프의 등 뒤로 그를 잡고 푸대를 그의 머리에 뒤집어 씌웠다. 푸대는 허리까지 내려왔다.

주여 당신의 손에 내 영혼을 바칩니다.

복음서의 구절을 생각해내며 수웨도로구프는 말했다.

그의 영혼은 죽음에 반항하지 않았으나, 그의 젊고 강한 육체는 죽음을 받아들이지 않았다.죽음에 복종하지 않고 싸우려 했다.

몸을 자유스럽게 하려고 소리치려했다. 그러나 그때 그는 경련과 발 디딜 곳이 없어졌다는 것을 숨이 막힌 동물적인 공포와 머리속이 멍하고 울리는 것과, 그리고모든 것이 고요해 짐을 느꼈다.

수웨도로구프의 시체는 밧줄에 매달려 있었다. 그리고 어깨가 두어 번 아래위로 흔들렸다.

사형집행인은 한 이분 가량 있다가 상을 찌푸려 가며 시체의 어께 위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세게 잡아끌었다. 시체는 다시 움직이지 않았다. 다만 머리를 부자연스럽게 늘어뜨리고 죄수용 양말을 신은 뻣뻣해진 발을 흔들흔들 하며 푸대속에 인형 같이 흔들리고 있었다.

사형집행인은 내려와서 지휘관에게 시체는 이제 교수대에서 내려다가 묻어도 좋으리라고 말했다.

한 시간 안으로 교수대에서 끌려 내려온 시체는 사람들이 싫어하는 공동묘지에 운반됐다.

사형집행인은 할 일을 다 했다. 그러나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수웨도로구프가 말한나를 불쌍하게 여기지 않느냐란 말이 그를 잡고 놓지 않았다. 그는 사람을 죽인다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깨달았다. 그는 여지껏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며 해오던 밥벌이를 이제는 거절했다.

그리고 그 주에는 그날의 집행요금으로 받은 돈을 다 술마셔버렸다. 그리고 나들이옷까지 팔아 술 밑천으로 써버렸다. 그리고 얼마 안 되어서 구속되어 금고형에 처하게 되고 감옥에서 병원으로 이송되는 신세가 되었다.

 

8

테러리스트 지도자의 한사람으로 수웨도로구르프를 이 운동에 가담시킨 메제네키는 구속된 지방에서 페네루부르크에 이송되었다. 그가 갇혀있는 감옥에는 수웨도로구푸가 사형을 받으러 가는 것을 보고 있던 그 늙은 신사도 갇혀 있었다. 그는 멀지 않아 시베라아로 보내질 것이다. 그는 참된 신앙을 어떠한 방법으로 어디서 얻을 수 있나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때때로, 기쁜 듯이 웃음을 띄우고 달게 죽음을 달게 받아드린 빛나는 그 청년의 일을 생각했다.

이 청년의 친구이며 그와 같은 신앙을 가지고 있는 사나이가 자기와 한 감옥에 있다는 말을 듣고 늙은 신사는 좋아 했다. 그래서 간수장에게 그 사나이와 면회 시켜달라고 부탁했었다.

메제네키는 규칙이 엄한데도 불구하고 그의 동지들과 늘 연락을 취하고 있었다.

⨯⨯열차를 폭파시키려고 묻어놓은 지뢰에 관한 보고를 맹일 같이 기다리고 있었다. 문득, 잊고 전하지 못했던 말이 생각나서 동지들에게 그것을 연락할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다.

간수장이 그의 감방에 와서 낮은 목소리로 같은 죄수의 한사람이 그와 만나고자 하고 있다고 말했을 때, 그는 동지들에게 연락할 기회가 있으리라고 생각하고 기뻐했다.

누구 입니까?

농부야, 지금 여기 감금돼 있지

무슨 일인가요?

신앙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데

메제네키는 미소했다. 그리고 말했다.

데려와 주십시오.

(이 신앙가도 정부 반대일 게다. 무슨 송용이 되겠지)

하고 그는 생각했다.

간수장이 나가자, 곧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텁수룩한 머리에 노란 수염이 난 그리고 순해 보이는 피로한 눈을 한 허리가 구부러진 조고마한 노인이었다.

무슨 볼일이 있으십니까.

하고 메제네키는 말했다. 노인은 흘깃 그를 쳐다보고, 곧 시선을 땅으로 떨구고, 조그마하고 마른 손을 내밀었다.

무슨 볼일이 있습니까?

하고 메제네키는 다시 물었다.

좀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무엇인데요.

신앙에 관해서입니다.

어떠한 신앙 말씀입니까?

듣자하니 당신은 반그리스도의 종놈들이 오뎃사에서 죽인 청년과 같은 신앙을 갖고 계시다지요.

어느 청년 말씀입니까?

작년 가을에 오뎃사에서에서 처형된 청년 말입니다.

! 수웨도로구프 말씀이지요.

, 그 사람입니다. 그 사람은 당신 친구이지요.

노인의 눈은 입을 벌릴 적마다 날카롭게 메제네키의 얼굴빛을 살피듯 했으나, 곧 다시 발을 내려다보았다.

, 친했지요.

같은 신앙을 가졌었습니까?

물론 이지요.

하고 메제네키는 웃으며 말했다.

바로 그것에 관해서입니다. 제가 말씀하고자 하는 것은『』

대체 무슨 말씀이제요?

당신네들의 신앙을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

저희들의 신앙이요……. 그럼 앉아 주십시오.

메네제키는 어깨를 으쓱대며 말했다.

저희들의 신앙은 이런 것입니다. ................. 백성을 학대하고 기만하고 있는 자들의 손에 백성을 빼앗기고 있단 말씀입니다. 그래서 그들이 첨대하며 부려먹고 있는 백성을 구해내기 위해서 우리는 그들과 목숨을 내걸고 싸워야만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자들을 멸망시키려고 합니다. 그들은 사람을 죽이니까 , 그러므로 그들도 죽어 마땅하지요, 자신이 반성하기에는 늦습니다.

늙은 신앙가는, 땅을 내려다보며 한숨을 짓고만 있었다.

우리들의 신앙은 목숨을 아끼지 않고 전체정부를 뒤집어엎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유로운 제도의 국민정부를 세우는 것입니다.

노인은 깊은 한숨을 짓고 일어섰다.

그리고 저고리 꾸김살을 피고서 무릎을 꿇고 베제네키의 발아래 엎드렸다. 이마를 더러운 바닥에 대면서

왜 절을 하십니까?

제발 저를 속이지 말아주십시오. 당신의 신앙이 무엇인가를 말씀해 주십시오.

노인은 일어서지도 않으며, 머리를 쳐들지도 않고 말했다.

다 말씀드렸습니다. 이러나십시오. 그래서는 말씀할 수가 없지 않습니까.

노인은 일어섰다.

그것이 그 젊은 분의 신앙 이었습니까?

하고 메제네키의 앞으로 다가서며 말했다.

쉬지 않고 눈은 그를 바라다보며, 그리고 또 눈을 떨구며.

그것이 그 사나이의 신앙이었습니다. 그래서 교수형을 받은 것이지요. 나도 똑 같은 이유로 엄중한 금고형을 받으러 가게 되어답니다.

노인은 허리높이 보다고 낮게 머리를 숙여 절하고 말없이 가버렸다.

(아니다. 그런 것이 그 사람의 신앙은 아니었어)

하고 그는 생각했다.

(그 사람은 참된 신앙을 갖고 있었어, 이 사람은 그와 같은 신앙을 갖고 있다고 자랑하면서도 그것은 솔직히 말해주지 않아……. 아니 좋아 그렇다면 내가 혼자서 찾아 내지. 여기 있으나 시베리이에 있으나 하느님은 어디든지 계시니까, 사람은 어디가나 다 살고 있으니까 아는 길도 물어 가라고)

하고 노인은 생각했다. 그리고 도 묵시록이 펼쳐져 있던 성서를 손에 들었다. 그리고 안경을 쓰고 창가에 앉아 읽기 시작했다.

 

9

그 후 칠년이 지났다. 메제네키는 금고형을 폐트로우로스키 요새에서 끝내고 고역을 하게 되었다.

그는 이 칠년 동안 여러 가지 고생을 겪었다.

그러나 그의 사상도 us하지 않았고 정력도 줄어들지 않았다. 요새에 금고 되기 전, 심문 당할 때 자기를 취조하는 사람들에 대해, 거만하고 침착한 태도로 대하였기 때문에 검사나 판사들도 놀랐다.

마음속에서 자기가 금고 됐기 때문에, 시작한 일이 중단 된 것을 괴로워했으나 겉으로 나타내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면 맹렬히 그들을 모욕해 주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신문 당할 때도 입을 열지 않았고, 다만 자기와 배반하는 사람들헌병장교나 검사들을욕할 때만 말을 했다.

상투적으로

바른 데로 대라. 그러면 죄가 가벼워지고 이롭지 않은가

하고 말할 때에도 그는 아니꼽다는 듯이 비웃고 잠시 침묵했다가 이렇게 말했다.

만일 당신네들이, 나더러 사리에 눈이 어두워, 혹은 협박에 못 이겨 내 동지를 배반하라고 한다면, 그것은 너무나 나를 모르고 하시는 말씀입니다. 당신네들이 취조하고 있는 이런 큰일을 꾸미는데 있어서, 내가 만일을 염려하지 않고 행동했으리라 당신네들은 생각하십니까, 당신네들이 아무리 애를 써도 나를 놀라게 하거나, 위협하지는 못하실 것입니다. 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짓, 모두 다 해보시오, 그러나 나는 까딱도 않을 것이요.

이리해서 그는 법관들의 곤란히 여기는 낯빛을 보는 것을 유쾌하게 여겼던 것이었다.

그러나 폐트라파우스키 요새에 끌려와서, 높다랗게, 먼지와 연기로 꺼멓게 더럽혀진 유리창이 단 하나 붙어 있는 좁은 감방에 갇히게 되자 그는 이삼 개월이 아니라, 분명히 오륙년은 갇혀 있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몸서리가 처졌다. 어찌할 수 없는 죽음과 침묵이 무서웠고, 자신 하나만이 아니라, 두터운 담벼락 저쪽에도 다른 죄수가 유폐되어 있고유죄선고를 받고 십년 이십년씩 갇혀 있어, 종말에는 자실, 사형, 폐가 쇠약해져 죽어가는 것, 모두 생각해 볼 때 소름이 끼치도록 무서운 것이었다.

여자도 남자도, 그리고 친구들도 그들 속에는 없는 것이었다…….

(날이 가고 달이 가서 나도 정신 이상이 되고, 목을 매 죽을지, 아무도 그것을 모를 일이지)

하고 생각을 하면 그의 마음속에는 모든 사람에 대한 증오감이 떠올랐다.

그중에서도, 그를 여기 가두도록 판결을 내린 사람들에 대해서증오의 감정은 그 대상을 요구했다. 그리고 그것을 표시할 동작과 행위를 요구 했다. 그러나 감방에는 다만 생기 없는 침묵과, 말없이 지나치는 사람의 발소리가 있을 뿐이었다. 문을 여닫는 소리 일정한 시간에 갖다 주는 식사, 묵묵히 왔다 가는 사람들, 어두컴컴한 유리창으로 새여 드는 아침 햇빛과 어두움 똑같은 침묵 똑같은 음향, 이렇게 해서, 오늘도 내일도…….증오심은 그 쏟아놓을 곳이 없어, 그의 마음을 점점 거칠게만 했다.

그는 문을 두들기고 마루를 걸어 보았으나 아무런 대답도 얻지 못했다. 문을 두드리면 언재나 같은 조용한 발소리와 사란 소리만을 가져올 뿐, 감방의 어두움과 함께 그에게 겁만을 일으켜 줄 뿐이었다.

그에게 그나마 휴식과 원기를 회복시켜 주는 시간은 잠자는 동안뿐이었다. 그리고 잠이 깨면, 다만 무서움에 겁만 집어 먹었다.

꿈속에서 자유스러운 자신을 보았다.

혁명된 생활과는 모순되는 일에조차 마음이 끌리었다. 이상한 풍금 같은 것을 가지고 장난하기도 하고, 사냥도 나가며, 또 때로는 신기한 과학상의 발견을 해서 외국대학의 박사 학위를 받고 그 연회 석상에서 치사의 연설을 하기도 했다.

이런 꿈들은 실세계가 단조하고 진력이 나는데 반하여 마치 사실상 있었던 것 같이, 생생하게 떠올라 현실과 분간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꿈에도 언제나 괴로움은 있었다. 그것은 자기가 하거나 바라던 일들이 막 결정되려는 순간에 대게는 잠이 깨는 것이었다.

그러면 갑자기 심장의 고통이 심해지며 기쁨이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뒤에 남는 것은 괴로운 이루어지지 못한 희망과 조그마한 램프에 비쳐지는 얼룩진 벽뿐이었다. 그리고 몸 밑에 울퉁불퉁한 잠자리가 옆으로 밀쳐 있는 것이다.

자는 시간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시일이 경과함에 따라 그는 이 휴야조차 취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의 최대의 행복인 잠을 이루고자 했으나 이제는 잠을 자려고 애쓰면 애쓸수록 그의 눈을 밝아만 지는 것이다.

조그마한 감방 안을 맴돌고 뛰어보아도 그의 마음은 후련해지지가 않았다. 다만 헛되이 피로를 느끼게 하고, 신경만 날카로워질 뿐이었다. 골이 쪼개지는 듯이 아파져서 눈을 붙이면, 어두운 얼룩진 배경 속에 머리를 산발한 대머리가, 벗어진 입을 딱 벌린, 혹은 이를 악물고 소름이 끼치는 얼굴들이 떠올랐다. 어느 얼굴이나 다 무시무시하고 험상궂게 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나중에는 눈을 뜨고 있어도 얼굴을 보이게 까지 되었다.

얼굴뿐이 아니라, 몸 전체가 다 들어나 보이고 떠들고 춤까지 추기 시작했다. 그는 공포심을 억제하지 못해서 튀어 올라 머리벽을 받아가며 소리쳤다. 그러면 문에 달린 조그마한 쪽문이 열리고 나지막하고 침착한 소리가 들려오는 것이다.

떠들면 안 돼!

전옥을 불러다오

하고 메제네키가 소리치면, 대답도 없이 쪽문은 다시 닫혔다. 그리고 이러난 절망은 그에게 단 하나의 해결방법을 가져 왔으니그것은 죽는 다는 것이었다.

어느 때 그는 이러한 상태에 놓여 있던 그는, 자살하려고 마음먹었다.

감방에는 한 개의 바람구멍이 뚫려 있었다. 거기다 올개미를 해서, 걸고 침대위에 올라서면 목을 매 죽을 수가 있었다. 그러나 끈이 없어서 홋 이불을 갈기갈기 찢어 보았으나 모자랐다. 하는 수 없이 그는 굶어 죽으려고 이틀 동안 아무것도 안 먹었다. 그러나 사흘째에는 아주 몸이 쇠약해져서 정신을 잃고 말았다. 식사를 가져 왔을 때 그는 눈을 뜬 채 방바닥에 의식 없이 누워 있었다.

의사가 와서 소량의 람주와 모르히네를 주었다. 그러자 그는 곧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잠이 깼을 때 손을 흔들며 짚기 몸 위에 엎디어 있는 의사를 보자 오래 동안 자취를 감추었던 그 중요 심이 갑자기 솟아왔다.

이런 곳에서 일하는 것이 부끄럽지 않소!

하고 그는 의사에 소리쳤다.

의사는 머리를 숙이고 그의 맥박을 짚어 보고 있었다. 말없이.

여기서 일하는 것이 창피하지 않으냐 말이오. 왜 당신은 나를 치료하는 것이요. 그것은 또 나를 괴롭히는 것 외에 무엇이란 말이요. 매질하는 곳으로 데리고 가서 또 계속해서 곤장을 맞게 하는 거와 다름없지 않소.

제발 아무말씀 말고 반듯이 누워 계십시오.

하고 의사는 그의 얼굴도 보지 않고 냉정히 말하고 나서 포켓에서 청진기를 꺼냈다.

언젠가는 의사라는 작자가 나머지 오천 대의 곤장을 마치려고 내 상처를 고쳤겠다. 나갓! 이놈의…….

하고 그는 돌연히 소리치며 침대에서 발을 내뻗었다.

나가! 나가! 네가 없어도 죽을 수 있어!

못씁니다. 무례한 짓을 하면 보복이 있습니다.

빨리 나가지 못해! 이놈의…….

메제미키가 너무 사납게 구는 바람에 의사는 빨리 빠져 나왔다.

약효가 있어서 인지 위기가 지나가서인지, 혹은 치료에 주던 의사에게 대한 노여움 때문인지 여하간 그는 그때부터 제 정신을 차리고 전혀 새로운 생활을 시작했다.

언제까지나 나를 여기에 가두어 둘 수도 없고, 또 가두어 두지도 않겠지

하고 그는 말했다.

자유로운 몸이 될 때가 오겠지, 아마 정부의 제도가 바꾸어질 것이야(종지들이 일을 계속하고 있으니까)몸 성이 여기서 나가서 또다시 일을 하려면 몸을 아껴야지

그리고 그는 오랫동안 이러한 목적을 위한 가장 좋은 생활방도를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그가 결정한 것은 이런 것이었다.아홉시에 자리에 들어가서 잠이 오건 안 오건 아침 다섯 시 까지는 누워 있을 것, 그리고 일어나서 세수하고 옷을 입고 채조를 하고 나서 그의 소위 일을 시작할 것,

그는 상상 속에서 페레로부르크를 산보했다. 네우스키에서 나데지텐스키야로, 그리고 도중에서 만날 것을 모두 머리에 그려 보았다. 상점의 간판, 건물, 경관 마차, 그리고 걸어가는 사람들.

나데지텐스키에서는 도지 한 사람 집에 간다. 마제넥키 자기가 할말, 다른 사람이 할 말들을 모두 생각해 가며 옮겨 보았다. 어떤 때는 너무 큰 소리로 떠들어서 간수의 주의를 받았으나 그는 들은 체도 안하고 쓴페레로부르구의 공상에 잠겼다.

친구 집에서 두 시간을 보내고 그는 자기 집으로 돌아와서 밥을 먹는다. 처음에는 공상으로 그러나 좀 후에는 참말로 자기에게 갖다 주는 감옥의 식사를 한다. 그는 언제나 조심성 있게 식사를 한다. 그리고 집을 나와서는 역사나 수학을 때로는 일요일에는 문학 공부를 한다. 그가 하는 역사공부 방법은 우선 특별한 시대나 국가를 선택해 내서, 다음에 연대나 사건의 내용을 생각해 내는 것이다. 수학 연습은 계산도 하고, 기하학 문제도 풀어 본다.

일요일에는 푸시킨, 고고리, 쉑익스피어를 생각해 보고 마음을 좀 안정시킨다.

저녁이 되면 남자나 여자나 여자친구와, 공상의 산보를 하기도 하고 즐겁고 유모러스한, 때로는 진취한 회화를 주고받기도 한다.

이런 것들은 모두 실제로 있었던 것이나, 또는 그 자리에 생각난 것들이었다.

이렇게 해서 그것은 밤이 될 때까진 계속되었다. 자리에 눕기 전에 운동으로 감방 안을 이천보 걸었다. 그리고 자리에 누워서 여느 때와 같이 잠이 든다.

다음 날도 한가지였다. 어느 때는 북방으로 여행가서 사람들을 선동하기도 하고, 반란을 일으키게 하기도 했다. 그리고 군중과 함께 지주를 내쫒고 그 소유지를 농민들에게 분배해 주었다. 그러나 이러한 일을 한 번에 상상해 보는 것이 아니라, 차근차근 계통을 밟아가며 세세히 상상하는 것이었다. 공상 속에서는 혁명군이 도처에서 승리를 거두고 정부의 힘은 약해져서 하는 수 없이 입법회의를 소집했다.

귀족이나 그 외의 다른 모든 압박계급의 사람들은 자취를 감추고 공화정체가 이루어 졌다. 메제네키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때로는 너무 빨리 그런 결론에 도달하기 때문에, 다시 새로 처음부터 시작해서 새로운 방법으로 목적을 달성하여 보기도 했다.

이리하여 일 년이 가고 삼년이 지났다. 때로는 이러한 규칙적인 생활 순서에서 벗어나는 일도 있었으나 대개는 그 순서를 따랐다. 그래도 때로는 갑자기 잠이 안 오고 무서운 얼굴들이 유령처럼 나타나서 괴로운 때가 있었다. 그런 때면 바람구멍을 처다 보고 어떠한 방법으로 줄을 걸고 올개미를 지어서 목을 매달 수 있나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생각을 힘써 억제하였기 때문에 오래 계속되지 않았다.

이리하여 그는 거의 칠년이란 오랜 세월을 보냈다. 쓸쓸한 금고가 끝나고 노역으러 옮겨지려 할 때, 그는 아주 건강하고, 정신상의 능력을 모두 회복했다.

 

10

그 하나만은 특별히 중대범인으로 취급되어 이송되었다. 다른 죄인과의 내왕은 금지 되었다. 다만 크라스도야두스크 감옥에서 고역이 이주지에 가는 도중 정치범인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그들은 모두 여서 사람이었다. 둘은 여자고 남자가 넷이었다. 모두들 메제네스키가 알지 못하는 새로운 종파의 젊은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그의 다음 세대의 혁명가로서 그의 후계자였다. 그는 유달리 그들에게 흥미가 있었다. 메제네키는 그들이 자기의 발자취를 더듬어 왔고, 그러므로 그들의 선배, 특히 자기메제네키에 의해서 이루어진 모든 일을 높이 평가해주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을 마음껏 공손히 대접하려 하고 있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 젊은 사람들은 그를 자기네의 선구자의 선생으로 인정하지 않았을 뿐더러, 그를 꺼리고 멀리 했다. 그리고 그의 견해는 시대에 뒤떨어져 있다고 상대도 하지 않고 배척했다.

그들이네들 혁명가에 의하면, 메제네키나 그의 동지들이 한 모든 음모는 더구나 협박 공갈이라든지, 크로파드킨 총독, 메제쏘후와 아렉산더 이세의 암살등들은 모두 실패의 연속에 불과하였다고 했다.

이러한 일들은 오히려 반발심을 품게 하여 아렉산더 삼세의 승리를 가져오게 했다. 인민의 구제는 새로운 교사들의 말을 듣자면 이런 것들과는 전혀 다른 방면에 있었다.

거의 이틀 밤낮을 두고 메제네키와 그들과의 논쟁은 계속 되었다. 그들의 지도자로서 다른 사람들이 크리스챤네임으로, 로만이라고 부르고 있는 사나이는 자기의 의견이 정당한 것이라는 굳은 신념을 갖고 있어, 메제네키와 그의 동지들이 여지껏 해온 일을 비꼬아서 비난했다.

로만의 말에 의하면 국민은 평범한 군중이어서 지금과 같은 진화의 상태에서는 아무것도 못한다. 로서아의 농민을 분기시키려는 계획은 돌이나 물에다 불을 붙이려고 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국민을 교육해야 한다.단결의 정신을더구나 그것은 대공업을 발달시킴으로서 이루어진다. 그리고 국민의 사회주의적 결합이 생기는 것이다. 토지라는 것은 국민에게 있어서는 필요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해가 되고 그들을 보수적이며 노예적으로 만든다. 이러한 예는 우리들에게만 있을 것이 아니라, 구라파에도 있다.

이러한 말을 하면서 그는 권위자의 이론과 통계상의 재료를, 기억을 더듬어 가며 말했다.

국민을 토지에서 해방시켜야 한다.

일으면 일을 수록 좋다.

그들이 공장 생활을 하게 되면 그럴수록에, 그리고 그들이 압박받으면 받을수록 좋은 것이다.

전제정치는 국민의 단결에 의해서만 전복할 수 있다.

이 단결은 동맹이나 조합 등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즉 민중이 지주가 되기를 피하고는 때에만 가능한 것이다.

메제네키는 논쟁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그 중에 한 여자에 대해 화가 났다. 그 여자는 아름답고, 살빛이 좀 검고, 머리에 숯이 많은 여자였는데 창가에 앉아서는 눈을 반짝이며, 직접 논쟁에 참가하지는 않았으나 자주 한 마디 두 마디씩 메제네키가 하는 말을 반증하든가, 그의 비평을 조롱하는 말을 던졌다.

농군을 직공으로 할 수가 있습니까?

하고 메제네키가 물었다.

왜 안 됩니까.

하고 로만은 그를 나무래는 듯이 말했다.

그것은 경제학의 일반 법칙이랍니다.

그런 것이 어찌해서 일반 법칙이요.

카우쓰키의 책을 읽어 보십시오.

하고 살빛이 검은 여자가 얕보는 듯이 웃어가며 말을 던졌다.

하늘이 용서하는 한이 있더라도

메제네키는 흥분해서 말했다.

나는 용납할 수 없오

그러나 당신들은 당신들 자신이 마음대로 정한 양식을 어떻게 해서 그들이 채택하리라고 믿고 계십니까?

왜라니요, 과학적으로 증명되어 있는데요!

하고 살빛이 검은 여자가 방안을 둘러보면서 말했다.

그리고 최후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필요한 운동 방식에 관한 토론이 시작되자, 점점 더 쌍방의 의견의 차이는 심해졌다.

로만과 그의 동지들은 공장 노동자들에게, 농민들은 공장 노동자가 되도록 설복하라 하고, 또 사회주의를 민중들에게 펼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정부와 다투는 것은 되도록 피해서 자기들의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서 모든 것을 이용해야 한다고 논했다.

메제네키는 정부와 직접 대립해서 정부를 위협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민중보다 힘도 세고 교활하기도 하다고 했다.

정부를 기만하는 것이 제군이 아니라, 제군을 기만한 거시 정부입니다. 우리들은 민중에게 선전도 하고, 또 정부와 싸우기도 했습니다. 참 훌륭한 일을 하셨군요!

하고 살빛이 검은 여자는 비꼬았다.

네 저는 정부와 직접 대항해서 싸우는 것은 무익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고 로만은 말했다.

삼월 초하루 (아렉산더 이세가 암살된 날)무익하고 소고였다고요?

하고 메제네키는 외쳤다.

우리들은 자신을 희생 했던 것입니다. 생명을 희생시켰던 것입니다. 그런데 제군들은 편안히 집에 들어왔어, 생을 형락하고 떠들고들 만 있었던 것이요.

그렇다고 해서 별로 생을 허락하지도 않았어.

하고 재빠른 말씨로 말하고 로만은 지지의 동지들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독특한 자신 있는 표정을 지었다. 살빛이 검은 여자는 머리를 흔들며 비웃었다.

과히 형락하지도 않았는데요. 그리고 저이들이 지금 여기 오게 된 이유는, 그것은 반동 덕택이지요. 그 반동은 바로 삼월 초하루 덕택이구요.

로만의 말이었다.

메제네키는 입을 다물었다. 분함을 못 이겨 숨이 막힐 것 같아 복도로 나왔다.

 

11

메제네키는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복도를 왔다 갔다 했다. 방마다 저녁 점호가 끝날 때까지 문을 열어 놓고 있었다.

키가 크고 머리색이 고운 죄수 하나가 앞머리는 반쯤 면도 해버리고 격에 맞지 않게 친절한 표정을 짓고 메제네키에게 다가왔다.

저의 방에, 당신이 알고 계신 사나이가 하나 있습니다. 나으리 당신을 모셔 오라고 하는댑쇼.

어떤 사람이요

담배 왕국이란 별명이 붙어 있습니다. 나이 먹은 신앙심이 두터운 사람인데(모셔다 다오)하고 있습니다. 당신을 말씀입니다, 나으리.

그래 어는 방인데

저의 방입니다.(그분을 모셔다 다오)하고 있는 뎁쇼.

메제네키는 그 죄수와 함께 조그만 방으로 들어갔다. 거기서는 죄수들이 침대위에 더러는 앉고, 더러는 누워 있었다.

칠년 전에 메제네키한테 찾아와서 구웨도로구프에 관한 일을 캐물었던 그 노인이 회색상의를 입고, 맨 구석에 침대도 없이 그대로 방바닥에 누워 있었다. 노인의 파리한 얼굴에는 주름살이 잔뜩 잡혀 있었다. 그러나 머리 숯은 아직 짙었고 수염만은 희게 쉬었다. 푸른 눈은 유순하고 주의 깊게 무엇을 바라보는 듯 무슨 열병에 걸린 듯했다.

무슨 말씀이 계십니까?

하고 그는 물었다. 노인은 겨우 팔을 쳐들어 조그마한 말라빠진 손을 내밀었다. 이야기를 시작하려다가 무엇인지 가만히 생각하는 듯이 깊은 한숨을 짓고 있었으나 , 드디어 띄엄띄엄 조용한 말씨로 말했다.

당신은 그때 내가 가르쳐주지 않았으나, 다행이 저는 모두 알았습니다.

무엇을 아셨단 말씀입니까?

하느님의 어린양에 관한 일을 하느님의 어린양에 관해서 저는 말씀하고 있는 것입니다.......그 젊은 분은 하느님의 어린 양을 자기 가슴에 지니고 있었지요. 하느님의 어린양을 사람들을 정복하며 모든 것을 정복하는 것이랍니다....... 그분(수웨도로구프)과 함께 계신 분들은 뛰어나게 신앙심이 두터운 분들입니다.

모르겠는데

하고 베제네키는 말했다.

당신은 심령을 기우려서 이해하도록 하셔야 합니다. 권력가는 수인과 함께 권력을 잡았던 것입니다. 하느님의 어린양은 그자들을 정복할 것입니다.

어느 권력가가 말씀입니까?

하고 메제네키는 물었다.

일곱 사람의 권력가들이 있어서, 다섯 사람이 죽였고 한 사람은 아직 살아 있으며 또 한 사람은 아직 이 세상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나타나도 어찌할 도리도 없을 것입니다....... 그것이 최후 입니다…….아셨습니까.

메제네키는 이 노인이 정신이상이며, 되는대로 막 떠들어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머리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한 방의 죄수들도 모두 그렇게 여겼다.

메제네키를 부르러 왔던 죄수가 가만히 그의 곁으로 와서 어깨를 두드리며 노인 쪽을 가르쳤다.

이 담배 왕국은 늘 떠들고만 있습니다.

하고 말했다.

그러나 자기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도무지 모르고 있지요

그렇게 생각했던 것이다. 메제네키도 그 노인과 함께 있는 죄수들도.

그러나 노인은 자기가 말하고 있는 것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은 그에게 있어서는 명확하고 깊은 뜻을 내포하고 있는 말이었다.

그 뜻은, 악은 그의 지배권을 영구히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느님의 어린양은 정의와 겸손으로 모든 것을 정복한다....... 하느님의 어린양은 어느 사람의 눈물이나 다 거두어 주신다. 그리고 눈물도, 병도 죽음도 없어지고 만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죽음이 가까워 오고 그 때문에 해택 받은 자기의 영혼 속에서 이루어지려고 하고 있는 일이, 온 세상에서도 이루어지려고 하고 있다고 그도 생각했다.

그렇다, 속히 오거라! 아멘. 그렇다. 와라, 주예수요, 빨리.

하고 그는 뜻있는 듯이 엷은 웃음을 띄웠다.

그러나 메제네키에게는 그것이 광증이 든 웃음 같이 여겨졌다.

 

12

그렇다, 그 사람이야말로 민중의 대표자다하고 메제네키는 노인의 방에서 나오면서 생각했다.

이야말로 그들 중의 최선의 사람이다. 얼마나 어두운 세상이냐.

그들 (로만과 그의 동지들을 말함)을 말한다.

현제와 같은 민중으로서는 아무것도 안된다고ㅡ』

일찍이 메제네키는 민중들 틈에 서서히 혁명적인 사업에 종사하고 있었음으로, 그는 소위 로서아 농민의정령이 없는것을 잘 알고 있었다. 또 군인들과는, 현역, 제대군인들과도 모두 교제해 본 일이 있었음으로, 그 사람들이 서약이라든지 어쩔 수 없는 복종들에는 완고할 정도로 충실하나, 어려운 이론을 이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런 것들은 잘 알고 있었으나 거기서 유도되는 당연한 결론을 파악하고 있지 못했던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혁명가들과의 논쟁은 그를 마구 노엽게만 했다.

(그자들은 말했다. 우리가 한일 전부가, 하루도린이나, 기바리지이지나 페로우스카야(로시아의 테로리스트들)들이 한 일은 모두 불필요한 것이라고 유해한 것이라고 까지 말했지, 그리고 그 때문에 알렉산더 삼세의 반동정치를 초래하게 된 것이라고, 그리고 그 때문에 농노를 빼앗긴 원한에서 황제를 죽인 지주들이, 혁명운동을 일으킨 것이라고 민중에게 확신시키게 된 것이라고 말했지. 무슨 말리야, 얼마나 무례한 놈들이냐!)

하고 그는 복도를 걸어 다니면서 생각했다.

새로운 혁명가들에게 할당 된 감방 외에는 어느 방이나 모두 잠을 쇠가 채워 있었다.

그는 그 기분 나쁜 살빛이 검은 여자의 웃음소리를 들었다. 로만이 강파를 목소리로 무엇인가 단언하는 것이 들려왔다. 그는 서서 귀를 기울였다.

내가 (로만)말하는 경제법칙을 모르고 있기 때문에 그들은 자기네들이 하고 있는 일의 가부를 몰랐던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는 많은

메제네키는 무엇이 많음인지, 그 이상 듣고 싶지도 않았고 듣지도 않았다. 전혀 알고 싶지도 않았던 것이다. 말소리만으로도 그는 자기에게 대한 멸시메제네키, 혁명계의 영웅이며, 그의 이십년 걸린 생애를 바쳐온 자기에 대한 멸시의 정도를 알았다.

이리하여 메제네키의 심중에는, 여지껏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증오감이 떠올랐다. 그것은 모든 사람에게 대한증오, 모든 사람에게 대한 증오심이었다. 그는 하느님의 어린양을 지니고 있다는 그 노인이다. 반 짐승인 사형집행인이나 헌병이나, 그리고 이 무례하고 건방진 아무 적에도 몹쓸 이론가와 같은 짐승과 같은 종류의 사람만이 살 수 있는 이 무의미한 세상에 대한 증오감을 품게 되었다.

당번인 간수가 와서 그 여자를 부인 감방으로 인도해 갔다. 메제네키는 간수의 눈에 안 띄도록 복도 저쪽 끝으로 갔다. 간수는 다시 돌아와서 새로운 정치범들의 감방 문을 걸어 잠그고 메제네키보고 감방으로 돌아가라고 명령했다.

메제네키는 기계적으로 그 말에 복종했으나, 문을 채우지 말라고 부탁했다. 메제네키는 벽을 향해서 침대에 누웠다.

(나의 생애가 아주 무익하게 소비되었다는 말이 있을 수 있나? 나의 정력이, 의지가 천재가그는 자기보다 더 우수한 정신능력을 가진 사람은 없다고 믿고 살아 왔었다.)

헛된 희생이 되었단 말이냐?

근 최근 시베리아에 가는 도중에서 수웨도로구프의 어머니에게 편지 한 장을 받은 적이 있는 것이 생각났다. 그 어머니는 자기 아들을 테레리스트 운동에 가담시켜, 죽였다는 이유로 그를 비난했다. 그러나 그의 생각으로서는 그것은 어리석은 생각에 지나지 않았다.

편지를 받았을 때 그는 픽 웃어버렸다. 이 어리석은 여자가 어떻게 자기나 수웨도로구프의 그 희망적인 적응 이해할 수 있으랴, 하고 생각했던 것이다.

지금 그 편지를 생각하니 수웨도로구프의 온순하고 믿음직한 활동적 성격이 회상되었다. 그리고 그의 일로부터 자기의 일로 생각을 옮겼다.

(나의 전 생애가 잘못된 것이었다는 말이 있을 수 있나)

그는 눈을 감고 자려고 했다. 그러자 갑자기 전에 페테로파우로스키 요새에서 최초의 한 달 동안 겪은 무서운 발작이 재발하였다.

머리가 아프고, 무서운 얼굴이, 크게 벌린 입이 산발한 머리가, 험상궂게 생긴 얼굴들이 어둡고 더러운 배경위에 나타났다. 눈을 뜨고 있어도 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중대가리에 회색 바지를 입은 죄수가 자기 위를 박자를 맞추어가며 걸어 다니는 그림자가 새로, 늘었다.

그리고 그 인상에 따라 그는 끈을 잡아 맬 바람구멍을 찾기 시작했다. 나갈 구멍을 찾지 못해 견딜 수 없는 증오심이 그의 마음을 집어 삼켰다.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자기의 사념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할까?)

하고 그는 자문했다.

(동맥을 자를까, 아니 할 수 없다! 목을 매자 그렇다. 그것이 제일 간단하다)

그는 복도에 놓여 있는 제복을 묶은 밧줄이 있는 것이 생각났다.

재복이나 혹은 의자 위에 올라선다. 복도를 간수가 지나간다. 자러 가지 않으면, 어디 다른 곳에 가는 것이겠지, 지켜보자, 그리고 기회가 오면 밧줄을 방에 가져다가 바람구멍에 걸어 매는 거야.

문 앞에 서서 메제네키는 복도를 지나가는 간수의 발소리를 들었다. 간수가 저편 끝으로 갈 적마다 바라진 문틈으로 그림자가 보였다. 그러나 간수는 어데 가지도 않고 자러 가지도 않았다. 메제네키는 그 발소리에 귀를 기울여 가며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병든 노인은, 어두움 속에 끄림이 나는 흐미한 람프불을 받어 가며, 한숨을 짓기도 하고, 기침도 하며, 코도 골아 가면서 자고 있는 방안에서, 이 세상에서 가장 중대한 일이 시작되고 있었던 것이다.

늙은 신앙가가 죽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영혼 속에는 그다지도 그가 자신의 전 생애를 걸어 열심히 찾아 헤매던 것이, 나타나 있었다.

그는 그 빛나는 청년의 모습을 한 하느님의 어린양을 보았다. 여러 나라에서 모여든 군중이 흔 법의를 입고 그의 눈앞에 서 있었다. 모든 것은 기쁨의 절정 속에 있었다. 이 세상에는 이제 악이 없었다. 그리고 이것은 그의 심령 속에서 일어나고 있으며, 동시에 온 세상에도 일어나고 있음을 노인은 잘 알았다. 그는 무상의 기쁨과 편안을 가졌다.

그러나 그 방에 자던 죄수들에게 일어난 일은 이러했다.

노인이 소란하게 숨을 헐떡이더니 괴로운 듯이 목을 꿀꺽 꿀꺽했다. 그래서 옆에 누워 자던 죄수가 눈을 뜨고, 다른 죄수들을 깨웠다.

소리가 끊겼다. 그리고 노인이 잔잔한 차갑게 굳어 가니, 사람들은 문을 두드려 간수를 부르기 시작했다.

간수가 곧, 문을 열고 들어왔다. 십분도 안 되어서 두 사람의 강수가 시체를 들고, 시체실로 갔다. 간수는 또 문에 쇠를 채우고 그들은 따라갔다.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다.

(쇠를 채워, 쇠를 채워)

하고 메제네키는 생각했다. 그는 문틈으로 이러한 일을 다 보고 있었다.

(그러면 이 무의미한 무서움에서 아주 도피할 수 있는 것이다.)

메제네키는 이제 그를 괴롭히던 정신 착란을 느끼지 않았다. 그는 오로지 한 가지 생각에만 마음을 빼앗기고 있었다. 그것은 목적을 성취시키기 위해서 여하한 방법으로 장애물을 제거하난 하는 생각이었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그는 재목이 쌓여있는데 까지 갔다. 밧줄을 풀어서 잡아 당겼다.

둘레를 살피고 그것을 자기 방으로 가져왔다. 그리고 의자에 올라서서 바람구멍에 걸었다. 양끝을 매서 매듭을 지었다. 줄을 두 겹으로 해서 올가미를 만들었다. 올가미가 너무 낮았다. 다시 줄을 동여매서 올가미가 목 높이에 오도록 했다. 근신되는 듯이 귀를 기우려, 문을 바라보고 나서 의자에 올라섰다. 그리고 올가미에 목을 집어넣고 의자를 차 던지고 공중에 늘어졌다.

간수는 다음날 아침 순찰 때에야 비로소 메제네키가 엎어진 의자 곁에 무릎으로 서있는 것처럼 무릎을 꾸부리고 우뚝 솟아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를 올가미에서 풀어 내렸다. 전옥이 뛰어왔다. 그리고 로만이 의사임을 알고 응급치료를 부탁했다. 갖은 수단을 다 써보았으나 메제네키는 살아나지 않았다.

시체는 시체실에 운반되어 그 늙은 신앙가의 시체와 나란히 널판 위에 안치 되었다                  <레프 톨스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