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2일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착오는, 육체적인 생활이 한 시간마다 죽음에 가까워 가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있는 그것이다. 사람들이 젊으면 젊을수록 이 착오의 힘은 크다.
1
우리들은 육체나 두뇌가 건전하며, 자신이 있을 때에는 여러 사람들과의 귀찮은 관계에도 마음을 쓰며 보잘것없는 괴로움에도 머리를 쓴다. 그리고 신을 생각하지 않는다―그것은 마치 우리들이 이미 건전한 건강도 두뇌도 가질 수 없게 되었음을 이성이 인정하게 되었을 때에야 비로소 신에 대하여 생각하게 되는 것처럼 예외가 되고 습관이 되어 있는 모양이다. < 라 • 부류이엘 >
2
마치 쇠사슬에 결박되어 있는 것 같은 많은 사람들의 경우를 생각해 보라. 그들은 모두 죽음 앞으로 가까이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매일 그들의 일부는 다른 사람들 눈앞에서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죽어가고 잇는 사람들을 눈앞에 보고 자기들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으면서도 뒤에 남은 자들은 자기 자신의 운명을 보고 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생활이 대게 이러한 것이다. < 파스칼 >
3
『이 돼지는 내 것이다. 이 금은도 내 것이다.』
그렇게 말하는 것이 어리석은 사람의 생각이다. 왜냐하면 그 자신의 몸조차 자기 것이 못되는데 어떻게 돼지나 금은이 그의 것이 될 수 있겠는가?
4
우리들은 자기도 모르는 중에 추락을 향하여 돌진하고 있다. 우리들의 눈 앙ㅍ에는 문짝이 닫혀 있어서 앞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 파스칼 >
5
이렇게 생각하고 살라. 당신은 지금이라도 곧 인생을 하직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라고. 이렇게 생각하고 살라. 당신에게 남겨져 있는 시간은 생각지 않은 선물이라고.
<오오리디아스>
6
이 인생의 한 조각이 당신이 가진 전부인 것이다. 따라서 그것으로써. 필요한 모든 것을 만들어 내도록 주의하라. <하메에드>
7
다른 부분에 있어서도 아무리 아름다운 희곡이라도 마지막 장면에서 언제 틀림없이 피가 흐를 것은 정해져 있다. 우리들이 머리에 흙을 쓰게 되는 것은 최후의 날이다. 그리고 그것은 항상 언제 닥쳐올는지 모르는 것이다. < 파스칼 >
*
우리들은 이 세상에 살아 잇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을 지나가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라.
◇병원에서의 죽음
―지금 나는 폐병으로 죽어가는 한 사나이를 똑똑히 기억한다. 그는 나와 바로 마주 누워있던 『미하이로프』다. 허나 『미하이로프』에 대해서 내가 아는 바라고는 조금밖에 없었다. 그는 스물다섯을 넘지 못하는 아주 젊은 사나이였다.
키 크고 좀 여위었으나 매우 아름다운 용모를 지닌 사나이였다. 그는 독방에 있었는데 이상하리만큼 말이 없었다. 그리고 언제나 조용하고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중에 우리들 죄수들도 여러 가지로 이야기를 했지만, 그는 누구에게나 썩 좋은 인상을 만기고 있었다. 그는 서리가 내린 어느 맑은 날 오후 세시쯤 해서 죽었다. 나는 강한 햇살이 초록빛의 아직도 약간 얼어붙은 유리창을 통하여, 우리들 방안으로 내려 쪼이고 있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그 빛은 불행한 사람 위에도 비쳐지고 있었다. 그는 죽을 때 이미 사람을 분별치 못했다. 오랫동안 괴로워하고 있었다. 몇 시간 동안이나 신음하고 있었다. 그날은 벌써 아침부터 짜기 옆을 지나는 사람이 누구인지 모를 정도로 돼 있었다. 사람들은 그가 심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을 보고 어떻게 해서라도 좀 편하게 해주려고 애를 썼다. 그는 호흡조차 어려워 목구멍이 가쁜 숨소리로 색색거리고 있었다. 가슴은 마치 공기가 부족 된 듯 높이 부풀어 올랐다. 그는 옷을 벗기 시작했다. 이것저것 모조리 다 벗어버렸다. 나중에는 샤쓰마저 찢어 팽개치고 말았다. 그의 길고 긴 몸집, 뼈와 껍질만 붙은 수족 쑥 빠져 들어간 배(腹) 하나하나 그리는 듯이 갈비뼈 불거진 가슴—그것은 마치 해골 그것이었다. ― 보기에도 무서웠다.
그때, 그의 몸에 붙어있던 것은 부적삼지와 쇠사슬과 나무십자가 뿐이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그의 시들어버린 두 다리가 삼지 속에 들어갈 것만 같이 느껴졌다. 그가 숨을 끊기 삽십분 전부터, 우리들은 아주 조용해지고 말았다. 거의 속삭이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누구나 발자국 소리를 숨기고 걸었다. 모두들 다른 이야기는 조금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죽음에 다가선 그 병자에게 간혹 눈을 던지곤 했다. 이윽고 그는 떨리는 어색한 손으로 가슴위에 얹혀있는 부적삼지를 잡아떼려고 했다. 마치 그 삼지가 그에게는 너무나 무겁게 눌리는 듯이 우리는 그 삼지를 끊어 주었다.
그 후 십분 가량 지난다음 그는 드디어 죽었다. 간수가 있는 방문을 두들겨 우리는 그의 죽음을 알렸다. 간수는 들어와서 무감각한 표정으로 죽은 사람을 내려다 본 다음, 의사를 부르러 나갔다. 의사는 젊고 선량하게 보이는 작달막한 사나이 이었는데, 곧 들어왔다. 재빠른 발걸음으로 조용한 방안에 발자국 소리를 울리며 죽은 사람 옆으로 갔다. 그리고 조금도 표정을 바꾸지 않고 죽은 사람의 맥을 짚어 진찰해 보더니 손을 흔들면서 그만 나가버렸다.
한 죄수가 머리를 기웃거리며 가만히 죽은 사람 옆에 가서 눈을 쓸어 주었다. 그리고 베개위에 십자가를 보고 그것을 주워서 아무 말 없이 『마하이로프』의 목에 걸어 주었다. 걸고 난 후 십자가를 그었다. 그러는 중 죽은 사람의 얼굴은 곳곳하게 경화되기 시작했다. 햇살은 그 창백한 얼굴위에 아른 거리고 있었다. 입은 반쯤 열린 채 하얀 깨끗한 잇몸이 엷은 입술 밑에 나와 있었다. 그러자 간수부장이 들어왔다. 그는 짧은 칼을 차고 헬멧을 쓰고 있었다. 간수부장 뒤에는 두 사람의 간수가 따라 들어왔다.
간수부장은 죽은 사람의 한걸음 앞에 오더니 그 이상 걸을 힘이 없는 것 같았다. 아주 발가숭이가 되어서 말라버린 시체의 냄새는 그를 몹시 당화하게 한 모양이었다. 그는 십자가를 그었다. 그러나 나는 그때, 잿빛 얼굴을 한 노인 『치크우노프』가 일어선 것을 기억하고 있다. 그는 오랫동안 아무 말 없이 물끄러미 간수부장의 얼굴을 건너다보았다. 드디어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그러자 『치쿠우노프』의 아래 입술을 씰룩거리며 이빨을 들어낸다. 그리고 갑자기 일그러진 표정을 지으며, 간수부장을 보고 죽은 사람을 손짓으로 가르치며 말했다.
『이 사람에게도 역시 어머니가 있었어!』
하고선 획 돌아섰다.
시체는 침대와 함께 곧 치워지기 시작했다.
침대잎이 바스락거리고 쇠사슬이 찰칵거렸다. 그리고 고요한 침묵 속을 시끄러운 소리를 내면서 마룻바닥 위로 시체는 끌리러 갔다. 이제 모두 치워진 것이다. 갑자기 죄수들은 부상하게 떠들기 시작했다. 간수부장 질르는 대장장이를 불러 오도록 명령하는 소리가 들렸다. 죽은 사람의 쇠사슬을 풀어 주려고 < 토스토에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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