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비 / 박흥순
첫서리 내리면
감잎 떨어져 뒹구는 허허로운 그 자리
아들 두 놈 붙잡아 늙은 감나무 아래 세워두고
노을 등에 업은 애비, 휘어진 감나무에 올라
손안에 가득 찬 감꼭지 뒤틀 때면
감나무 아래 아들들도 몸이 뒤틀렸지요.
연초록 이파리,
뙤약볕, 비바람, 찬 서리 맞이하고
휘어진 가지에 매달린
주렁주렁 열린 보람 자랑 하지 않은
늙은 감나무의 한 해를
소쿠리에 하나, 둘 담아가는 것이
애비의 추억 만들기 인 것을
아들놈들은 눈치체지 못한 채 말입니다.
할머니와 엄마가 담아준 감 접시 들고 옆집 문 두드릴 때
아들들의 짜증은 절정을 이루고 있었지요.
그럴 때면 해마다 변하지 않은 애비의 한결같은 한마디
이놈들아!
아빠하고 감 따며 까치밥 남겨주는 일은 오래할 수 없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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