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뻘낙지 잡는 방법 / 박흥순
낙지 숨구멍을 찾는 게야, 꼭 화산분화구 닮았어, 갯뻘 속에서 낙지가 파도를 뱉어낸 흔적인 게야, 바로 분화구로 뛰어들면 낙지잡이는 끝장나고 말아, 두발로 천천히 주위를 밟아가며 낙지가 다니던 길목을 차단하는 게야, 그리고 손가락에 힘을 주어 갯뻘을 파내기 시작하지, 천천히 갯뻘을 파가다보면 물이 고여 있는 곳이 나와, 그게 낙지가 쉬던 낙지네 집 거실인 게야, 거기서 낙지는 칠게 잡는 방법을 연구하지, 물론 나처럼 세끼 키우는 것도 고민했을 게야, 참, 이야기가 헛나갔어, 그 거실까지 골목을 더듬는 동안 낙지는 골목 깊숙이 숨어버린 게야, 실망할 필요는 없어, 이젠, 거실 넓이만큼 갯뻘을 떠가지고 입구를 ‘꽉’ 막아버리는 게야, 그때 갈매기소리까지 함께 넣어주면 더욱 좋겠지, 낙지는 갈매기소리와 싸우고 있을 테니까, 그리고 갯뻘을 쌓아올려 작은 촛대하나를 세워두는 게지,
썰물동안 갯뻘 이곳저곳에 촛대가 늘어나기 시작하지, 밀물 시간에 맞추어 촛대 앞에 쭈그리고 거실입구를 순식간에 파내는 게야, 물론, 낙지를 잽싸게 잡아내는 게지, 난 말이야, 그 사람을 그렇게 만났어, 그리고 지금껏 낭창낭창하고 쫀득쫀득하고 단맛 나게 살고 있어, 파도소리 닮은 아이노래 들으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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