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요산 진달래꽃피어 / 박흥순
그때, 등산객으로 꽃핀 소요산 정상
너는 날보고 진달래꽃 아래 돌덩이를 들춰 보라고 하였지
난, 산 아래로 날아가는 장끼 한 마리를 바라보면서
진달래꽃 아래 돌덩이를 들추어본 것뿐인데
산 정상이 웅성거렸어
돌덩이아래 분홍 학 한 마리가 날 기다리고 있었지
내손바닥에서 학이 날개를 퍼덕이는 순간
산 정상이 다시 한 번 웅성웅성 거렸어
학이 내 손에서 날개를 펴는데
내 얼굴도 진달래꽃처럼 붉게 물들어가기 시작했었지
흘러가버린 세월,
안개 낀 강변에서 말 타고 달리는 사람도 보았고
풀벌레소리 오색물방울 비비는 소리로 듣고도 싶어 했던 십 수 년
떠오르는 먼 소요산정상
그 진달래꽃 아슴프레 하기만한 지금
난 아직도 빈손,
오늘도 진달래꽃 붉기만 하여
봄 처녀 얼굴처럼 붉기만 하여
그, 진달래꽃핀 푸른 하늘에
웬, 솔개 한 마리 외롭게 하늘을 맴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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